변기복 안산고용센터소장

특히 그 중에서도 아줌마는 단언컨대, 무조건 꽃보다 아름답다. 결혼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고, 취업이 되겠냐는 주위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묵묵히 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이력서를 쓰는 그들은 가을의 꽃무릇을 닮았다.

죽은 듯이 봄, 여름을 보내고 붉은 꽃을 피우며 화려하게 가을을 알리는 꽃무릇 말이다. 꽃무릇은 무거운 꽃송이를 받쳐주는 잎도 없고, 수분을 도와주는 나비도 뜸하지만 실한 알뿌리를 품은 채 겨울을 난다. 그리고 봄, 여름이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가을이면 어김없이 꽃을 피운다.

꼭 현이 엄마 같다.

현이 엄마가 센터를 방문한 것은 올해 초, ‘취업성공패키지 참여자 모집’ 현수막을 보고서였다. ‘각종 수당 및 비용을 지원하는 개인별 맞춤형 취업지원프로그램’이라는 설명 문구가 눈길을 끈 탓도 있고, 친하게 지내던 이웃이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해서 취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실업급여를 수급할 때 한두 번 동행했던 기억은 있지만 관공서는 늘 낯설고 불편하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했다. 접수창구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리면서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떨리는 마음에 “저 같은 사람도 취업시켜줘요?”하고 다소 공격적인 말이 자신도 모르게 나갔고, 만약 상담원이 황당한 표정을 짓거나 웃기라도 했다면 두 번 다시 고용센터를 찾지 않았을 거란다. 다행히 상담원은 현이 엄마의 마음을 이해했고, 누구 엄마 말고 자신의 이름으로 신청서와 구직표를 작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3일 후, 취업성공패키지 참여자로 선발되었음을 통지받았다.

취업성공패키지는 총 3단계로, 1단계에서는 의욕 증진과 진로 및 경로를 설정하고, 2단계는 직업능력과 직장적응력 향상을 위한 훈련 수강, 일 경험 지원프로그램 연계 등이 진행되며 3단계는 집중 취업알선을 실시한다. 지원 기간은 최대 1년이며 물론 단계별 수당도 있다.

만 40세인 현이 엄마는 상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결혼 전까지 영업소에서 경리업무를 5년 정도 봤으며 최근 단순생산직 아르바이트를 3개월 정도 한 것이 이력의 전부다.

처음에는 경력을 살려서 경리나 회계사무직 취업을 원했지만 단절기간이 너무 길고, 나이와 부족한 컴퓨터 활용능력 등을 고려할 때 전직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진로는 1단계에서 직업심리검사, 심층상담과 집단상담을 통해 충분히 숙고한 후 한식조리사로 결정했다. 특히 일방적인 강의 대신 16명의 참여자가 5일 동안 30시간에 걸쳐 자신의 장점을 찾고, 역할연습을 통해 구직기술을 익히는 성취프로그램은 색다른 경험이었고 직업을 선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진로가 결정되자 즉시 2단계로 넘어갔고, 1단계 참여 수당 20만원을 덤으로 받았다.

한식조리기능사 필기시험은 단번에 붙었다. 아이들에게 큰소리를 칠 수 있었고, 취업이 그리 쉬운 줄 아냐며 한 발 물러나 있던 남편이 격려를 하기 시작했다. 출장뷔페요리와 양식실무과정을 추가 이수한 후 한식, 양식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4개월 만이었다.

틈틈이 컴퓨터 기초도 무료로 배웠고 훈련수당도 하루 18,000원씩 받았다. 이제 취업을 위한 마지막 단계만 남았다. 성취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준비했던 자유형식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업그레이드하고, 비공개 구인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구직네트워크를 가동했다. 또한 워크넷, 생활정보지, 교육청 홈페이지 등을 고용센터 담당자와 매일 체크했다.

그 결과 지원한 몇몇 업체로부터 면접제의를 받았고, 마침내 지난 8월, 고등학교 단체급식조리사 취업에 성공했다. 야근도 없고 오후 4시면 집에 도착하므로 아이들을 챙길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단다. 게다가 취업성공수당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현이 엄마는 활짝 웃었다.

여성고용률 제고 없이는 ‘고용률 70%’는 꿈일 뿐이다. 현이 엄마처럼 ‘꽃보다 아줌마’가 많아지기를 바라며 우리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이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드릴 것을 약속한다.

변기복 안산고용센터소장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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