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희 <소설가/도서출판 몽트 대표>

앞을 못보는 사람이 밤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길을 걸었다. 그와 마주친 사람이 물었다.
“정말 어리석군요. 앞을 보지도 못하면서 등불은 왜 들고 다닙니까?
“당신이 나와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요.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바버 하리다스-
 
 봉사는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우도 비장애우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후배가 물었다. 선배님은 왜 봉사활동을 하십니까? 봉사는 남을 위한 일이 아니다. 나를 위하고, 나의 일상의 일부여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20여 년 전부터 봉사단체에 기부금을 내고 있다. 많은 돈이 아니지만 꾸준히 오래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또한 반찬 배달, 문해 활동, 시낭송, 한국어 강좌 등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쉬지 않고 꾸준히 참여했다. 자원봉사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나를 위한 일이며 또 일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노인 요양소에 매월 점심을 제공하는 일과 다문화여성에게 한국어 강좌를 시작한지도 8년이나 지났다. 그동안 중국인, 필리핀, 베트남 이주여성에 이어 지금은 러시아 이주여성과 멘토링 수업을 하고 있다. 한국남성과 결혼하여 한국인이 된 여성들의 삶은 그들이 생각한 것처럼 결코 단순하지가 않다.
 잘 사는 나라 한국은 단일민족이라는 이기주의로 결혼이민자를 무시하고, 가족들은 언어의 소통부재로 그들에게 곁을 주지 않는다. 한국어에 서툴고, 가족도 친구도 없는 타국의 삶에서 그들은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자꾸만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들에게는 물질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멘토가 더 필요하다.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함께여야 한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이들과 꾸준히 납득시키고 하는 일은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그녀들만 감수해야하는 불합리한 한국의 가부장적인 관습과 제도에 대해 때로는 다독이며 때로는 같이 분노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정신과진료를 그만 받고 나와 상담하는 일을 더 좋아한다. 나는 마음을 다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병원, 은행 등 손길이 필요한 곳에 함께 다닌다. 같이 등산도 하고 영화나 전시회도 가면서 좋은 이웃사촌이 되고자 한다.
 나의 작은 힘으로 그들 모두를 바꿀 수는 없다. 다만, 그들이 한국에 정착하는데, 한국인의 삶으로 녹아드는데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탤 수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바쁜 일상에서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 그들은 타인이 아닌 바로 내 이웃이고 나와 함께 살아갈 우리 국민이므로.
 남 앞에 등불을 밝히면 자신의 앞도 밝아진다. 봉사는 남을 위해 하는 일 같지만 결국은 자신이 건강해지고 밝아진다. 재주가 있는  사람은 많다. 부자도 많다. 그러나  인격이 되고 나눌 수 있는 자세가 되는 일은 쉽고도 어렵다.
 죽음의 수용소를 쓴 작가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은 삶의 의미를 갖는 일을 절대로 멈춰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살아있다는 것은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일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삶의 의미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열심히 건강과 풍요와 행복을 찾아 파랑새를 찾아다닌다.
 어떤 사람이 되는가 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의 결과이다. 그러나 지독한 경쟁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패한 인생이 되어버린 사람들은 많다.
 가장 소중한 나의 삶이다. 내 이웃에게 손을 내밀기 전에 우선 내 손을 내가 먼저 잡는 일이 봉사의 시작이 아닐까? 내 자신이 건강하면 두렵지 않게 손을 내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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