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 <동화작가>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렇게도 입후보자들의 막말과 추태가 극성을 부렸지만 큰 사고 없이 잘 치러졌다. 한층 더 성숙된 국민 수준을 보여준 선거였다.
총선, 그날 날씨도 좋았다. 노적봉 가득한 벚꽃들의 모습에 절로 즐거워지는 발걸음이었다. 투표만 끝나면 구름처럼 훨훨 떠나고픈 심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투표장 입구에서 체온 측정 받으랴, 비닐장갑 끼랴, 게다가 처음 보는 길디 긴 투표용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선거에 쓴웃음이 새어나오곤 했다. 그래도 처음 선거에 임하는 만 18세 풋내기들의 인증샷하는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투표율은 66.2%로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방송 개표 상황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곤 했다. 막판에 뒤집어지는 이변이 많아 기쁨과 탄식이 교차되곤 했다. 253석이 걸린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 163석, 통합당 84석, 정의당 1석, 무소속이 5석을 차지했다. 여당의 압승이었다. 특히 수도권 121석 중 여당이 무려 103석을 차지했다. 47석을 놓고 벌인 비례대표정당 투표에선 미래한국당 19석, 민주시민당 17석, 정의당 5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이 3석을 차지했다. 막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비례정당에 대해서는 그 존립 유무부터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비례정당보다는 위성정당으로 비하되어 불려온 정당이다. 벌써부터 여당에선 폐지론에 군불을 지피고 있는 실정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버리는 국회의원들의 꼼수에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번 총선으로 여당인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전체 의석의 5분의 3인 180석을 얻어 압도적 원내 1당이 됐다.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103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민주주의에서는 여당의 독주를 견제할 야당의석 수를 여당과 비슷하면 최고의 조합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범여권 의석수가 무려 190석에 육박했다. 야당은 존립 근거마저 뿌리째 흔들리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말았다. 절대 반성을 해도 응원을 보내줄까 말까한데 벌써부터 밥그릇 싸움에 들어서고 있어 가관이다. 아직도 멀었다.
야권의 선거 패배 최대 원인은 야권 지도부의 어설픈 설마의식이라 볼 수 있다. ‘설마 밀어주겠지?’ 아니다, 정치는 누가 뭐래도 국민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다.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펼치며,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 바로 국민을 위한 정치이다. 그런데 야권 지도부는 그런 공감능력을 이번 선거에서 보여주질 못했다. 국민은 뛰는데 야권은 엉금걸음으로 따라오니 될 리가 없었다. 
이제 여당은 모든 법안과 정책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고 여당은 그 힘을 하고 싶은 대로 마구 휘둘러서는 절대 안 된다. 국민이 정말 여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몰표를 몰아준 것은 절대 아니다. 여론의 지지를 못 받는 야당 때문에 어부지리로 표가 많이 갔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헌신할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사태로 붕괴 일보 직전에 있는 서민 경제를 살리고, 국가 경제를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땅바닥에 추락한 야당을 설득하고, 신뢰하며 상생의 정치를 펼쳐야 할 것이다. 이 길만이 우리나라가 세계 일류로 가는 지름길이다.
안산에서도 대이변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사이좋게 양분되어 있던 국회의원 수가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싹쓸이를 했다. 야당은 패배의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패배의 원인을 찾아내고 다시 시민들을 위해 환골탈태하여 일어서야 한다. 그게 안산 시민의 바라는 뜻일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우리 국회에게 딱 맞는 말이다. 이번 총선을 기회로 대한민국이 다시 비상해야 한다.  자영업자들이 환하게 웃어야 하고, 수출 기업들이 세계를 향하여 비상을 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할 소중한 시기이다. 그 시기를 놓치고 어영부영하면 빠져나올 수 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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