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희<소설가>

 꽃무릇은 여러해살이 알뿌리식물이다. 알뿌리는 넓은 타원형으로 잎 한가운데는 굵은 잎맥이 희게 보인다. 가을에 잎이 없어진 뒤 알뿌리에서 30~50cm의 길이인 꽃줄기가 자라나 여러 송이의 큰 꽃이 우산 모양으로 달린다. 지름이 7~8cm쯤 되는 꽃은 붉게 피며 길이 4cm쯤 되는 6장의 피침 꼴 꽃잎을 가지고 있다. 꽃잎은 뒤로 말리며 가장자리에는 주름이 잡힌다. 6개의 수술은 꽃잎보다 훨씬 길어 꽃 밖으로 길게 뻗어 나온다. 열매를 맺지 못하며 꽃이 말라죽은 뒤 짙은 녹색 잎이 자라난다.
 초가을 안산 한대앞 역을 지나가다가 철도변에 꽃무릇이 활짝 핀 것을 볼 수 있다. 이동 주민들이 마을 가꾸기 사업으로  지나는 시민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지금은 꽃이 모두 지고 녹색 새순이 한 뼘 정도 길게 자라고 있다. 이동 주민회에서는 내년을 위해 벌써 알뿌리를 심어 놓았다. 내년에는 꽃무릇이 피는 면적이 배가 될 것이어서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꽃무릇은 상사화로 불린다. 주로 붉은색이 있지만 노란색도 많다. 남쪽의 따뜻한 지방에 나며 주로 사찰 주변에서 볼 수 있으며 고창 선운사 입구에 꽃무릇이 피면 꽃구경을 가기도 했다. 부안 내소사입구에서는 여름에 활짝 핀 노란색 꽃무릇을 보며 신기했다.
 상사화(相思花)라는 별칭처럼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처럼 꽃무릇은 슬픈 전설이 많이 있다.
 그 중에 하나는 옛날 금술이 좋은 부부에게 늦게 얻은 딸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병환 중에 돌아가시자 아버지의 극락왕생을 빌며 백일동안 탑돌이를 시작하였다. 이 절의 큰스님 수발 승이 여인에게 연모의 정을 품었으나 스님의 신분으로 이를 표현하지 못하고 가슴앓이를 했다. 여인이 불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자 스님은 그리움에 사무쳐 시름시름 앓다가 숨을 거두었다. 이듬해 봄 스님의 무덤에 잎이 진 후 꽃이 피었는데 세속의 여인을 사랑하여 말 한 마디 건네 보지 못한 스님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꽃의 이름을 상사화라 하였다고 전해진다.
 또 하나의 전설은 옛날 사람들이 모두 천국에 살았을 시절 두 남매가 살았다. 사이좋은 누나와 동생은 바닷가에서 달을 보며 걷고 있었다. 누나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자 동생은 누나를 일으키려고 하다가 안 되니까 누나를 꼭 끌어안았다. 둘은 그때부터 사랑의 감정이 생겼다. 물론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사랑이었다. 둘은 날마다 바닷가의 돌 위에 앉아서 포옹을 하였다. 그것을 본 엄마는 둘을 떼어놓았다. 그러자 하느님께서는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사랑을 하는 남매를 꽃으로 환생시켜 인간 세계에 내려 보냈다고 한다. 누나는 상사화의 꽃이 되고 동생은 잎이 되었다. 둘은 뛸 듯이 기뻐했지만 서로 만날 수 없었다. 항상 누나가 필 때는 동생은 지고 없기 때문이다. 잎이 나와서 다 시든  다음에야 꽃대가 올라와 피어나니 평생 만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전설처럼 이룰 수 없는 슬픈 사랑을 가지고 있는 꽃이기에 가을 더욱 붉게 피어 사람들의 마음을 물들이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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