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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걷는 여행
  • 안산신문
  • 승인 2020.11.0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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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진세<작가>

 여행 전야는 언제나 설레기 마련이다. 나는 그 긴장감을 즐긴다.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물을 챙겨 가방을 꾸릴 때부터 내 여행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일상이 지겨울 즈음에는 배낭 하나 달랑 메고 근교 여행을 즐겨 다닌다.
 나는 혼자만의 여행을 즐긴다. 일정이 맞는 동행자를 찾기도 쉽지 않지만, 여행 중에 서로의 생각 차이로 오는 갈등을 피하고 자유롭게 여행을 즐기기 위함이다. 나는 걷는 여행을 좋아한다. 혼자서 걷는 데 집중하다 보면 ‘순수한 자아’와 마주할 수 있어 좋다.
 순수한 자아란 번뇌와 잡념이 사라지고 오로지 걷기에 집중하고 있는 자아를 말한다. 자연과 걷고 있는 나와 하나 가 되어가는 것을 느낄 즈음에는 그동안 풀리지 않던 어려운 문제가 슬며시 생각 속에 떠오른다. 이제부터는 그 문제와 집중하며 함께 여행을 즐긴다. 그렇게 한참을 그 문제에 집중하며 걷다 보면은 문제가 의외로 쉽게 해결되기도 한다. 언제부터 인가 나는 여행 중에 만나는 자아 와 많은 대화를 즐긴다. 그러다가 자아를 모두 내려놓고 순수의식 속에서 직관력으로만 세상을 느낄 때가 가장 행복하다.
 나는 여행 계획 단계부터 설렌다. 준비하면서 짜릿한 기분을 즐긴다. 낚시광이기도 한 나는 출조하기에 앞서 알맞은 바닷물 때를 알아보고 그 계절에 많이 잡히는 대상 어종을 살피고 어종에 맞게 장비를 손질하여 채비를 한다. 어종의 크기를 상상하며 낚싯대의 휨새를 가늠하기도 하고 짜릿한 손맛을 느끼며 상상 낚시를 즐긴다. 낚시를 하다 보면 빈 바구니일 때가 많이 있다. 하지만 수확물은 나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대상 어종에 맞게 채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자신을 반성하고 다음을 기약하면 그만이다.
 여행을 할 때는 유명 관광지보다는 사람 내음을 맡을 수 있는 정감이 가는 골목이나 시장을 둘러보는 걸 좋아한다. 숙소는 예약하지 않는다. 잘 곳을 미리 정하고 일정에 맞추어서 다니면 여행의 맛도 여유도 느낄 수 없다. 여행을 하다 보면 정감이 느껴지며 묵고 싶은 장소가 있다. 바로 그곳에 숙소를 잡는다.
 준비물을 챙기면서 여행지의 기온 날씨 등등을 살피고 옷이며 신발을 챙기고 여행지에서 읽을거리도 챙긴다. 종이책보다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태블릿PC도 챙겨 넣고 짐을 꾸린다. 요즈음은 가장 신경 쓰면서 챙기는 게 소형 카메라이다. 크고 무거운 DSLR 카메라의 무게에 눌려 고생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여행지를 사진 촬영에 기준을 두고 선정하는 편이다. 나는 사람 내음이 나는 정감 어린 사진을 좋아한다. 그래서 유명 관광지보다는 뒷골목이나 시장을 더 선호 한다. 여행지의 특성을 고려하여 그곳만의 특징을 담으려고 신경을 쓴다. 눈으로만 보고 오는 것보다 내가 본 것을 사진에 담아 오면 두고두고 추억할 수가 있어서 좋다.
 여행을 가고 싶은데 시간이 없을 때는 카메라 하나 달랑 메고 지하철을 이용하여 서울에 간다. 서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복합도시이다. 고궁과 현대적인 건축물이 다양한 볼 거리를 제공한다. 유서 깊은 역사적 유물이 곳곳에 있기도 하고 도심 속에 아름다운 숲도 있다.  북한산을 돌아 내려오는 북악스카이웨이 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다. 서울은 곳곳에서 조선시대의 모습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그중 창경궁 안에 있는 후원(비원)은 단연 압도적이다. 약 30여 년을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다가 몇 년 전에 개방을 하였는데, 조선시대 궁궐 정원의 백미를 느낄 수 있다.
 예전의 학교 친구들과 자주 만나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종로거리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풍문여고 뒷길은 작은 공방과 멋진 카페가 즐비하여 이국적인 모습이 이채롭다. 가끔 뮤지션들의 버스킹 공연에 매료되어 한참을 구경 한다. 격주로 토요일마다 벌어지는 덕수궁 돌담길의 장터에는 정겨움이 가득하다. 누군가 놓아둔 피아노를 누구나 쳐보기도 하고 바이올린을 메고 가던 학생이 즉석  공연을 벌이기도 한다. 색소폰을 부는 외국 사람도  보인다.
 요즈음 자주 가는 곳은 한강이다. 곳곳마다 특유의 시설물들이 즐비하여 종일을 걸어도 지루하지 않다.  해상 운동을 즐기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달리거나 걷는 사람들이 있어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요즈음은 서울숲(성수동 경마장 터)과 더불어 지역의 명소로 불릴 만큼 편의 시설이 잘 되어있고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내 걷기 여행의 백미는 제주 올레길이다. 몇 해 전 스트레스에 지친 영혼을 달래고자 거기를 걸었다. 시야가 닿는 곳마다 시원한 이국적인 풍경이 색다르다. 제주의 모습을 잘 느낄 수 있는 작은 마을을 지나면 어느새 작은 오름을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시원한 해안가를 걷고 있노라면 스트레스는 이미 달아나고 순수한 자아와 마주한다. 내면의 나와 대화를 하면서 걸어가다 보면 온갖 시름을 잊는다. 지치고 배가 고파서 찾은 작은 식당에서 젊은 아낙이 건네준 귤 사탕에는 풋풋한 정감이 섞여 있어 아껴 먹어야만 하였다. 차마 깨물어 먹지 못하고 오랜 시간 동안 혀를 굴려 녹여 먹었다.
 인생길은 고독한 여행길이다. 기력이 쇠약하여 여행이 힘들어질 때 지난 여행을 추억하며 지내고 싶다. 훗날 먼 길 떠날 때 후회하지 않게 멋진 삶을 살다가 미련 없이 가고 싶다.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홀로 하는 여행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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