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기원전 6세기 제자백가시대에 중국의 철학자 노자가 있었다. 그는 공자와 동시대의 인물로 공자는 노자를 구름을 따고 하늘을 오르는 용과 같은 인물로 칭송하지만 노자는 공자를 위선자라고 혹평했다고 한다. 노자는 도(道)를 무(無)라고 했다. 무는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성격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자는 유는 무에서 나오고 유가 다시 무로 돌아가는 원리에 따라 만물이 생성되고 멸하는 것으로 보았다. 노자의 사상은 무위(無爲)이다. 억지로 행하는 인위적 또는 의도적으로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불위(不爲)가 아니다. 가능한 간섭하지 않고 자유 또는 자율에 맡기라는 것이다. 그는 무위와 무욕을 기반으로 지배하는 소국과민(小國寡民)을 주장했다. 그 나라는 작은 땅에 적은 백성이 모여 소박한 사회이다. 당시에 태후들이 땅을 넓히고 인구를 늘리려고 전쟁을 도모하고 백성을 착취하던 정책들을 비난했다.
그래서 제후들을 찾아다니며 정치적 입지를 만들려고 했던 공자가 그의 눈에는 위선자로 보였을 것이다. 그는 땅을 넓히려는 전쟁의 비참함과 지배자들의 착취가 백성들의 자유롭고 평등하고 행복한 삶을 무너뜨리는 재앙으로 보았다. 그래서 인위적인 간섭이 아니라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이상적인 사회를 주창했다. 사실 그의 무위사상은 정치와  경제, 교육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아담 스미스의 시장 방임주의와 비슷하다.
물론 자유주의 시장경제가 완전한 것은 아니다. 사실 완전시장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시장의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유용하다. 시장경제의 문제점은 거래의 왜곡이다. 정부의 인위적인 간섭은 왜곡된 상황을 돌려놓는 것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가능한 시장에 맡기는 경제정책이 실패할 확률이 적다. 정부의 인위적인 통제와 간섭이 시장에 개입할 때 시장이 왜곡되기 쉽다.
무위는 물의 흐름을 그대로 자연의 순리에 맡기는 것이다. 중국의 정치가나 경영자들은 물의 리더십, 물의 경영철학의 요체로 노자의 상선약수인 물의 7선을 자주 인용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물은 온갖 것을 잘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머물 때는 물처럼 땅을 좋게 하고, 마음을 쓸 때는 물처럼 그윽함을 좋게 하고, 사람을 사귈 때는 물처럼 어짊을 좋게 하고, 말할 때는 물처럼 믿음을 좋게 하고, 다스릴 때는 물처럼 바르게 하고, 일할 때는 물처럼 능하게 하고, 움직일 때는 물처럼 때를 좋게 하라. 그저 오로지 다투지 아니하니 허물이 없다.] 
  노자의 자원에 대한 태도는 생이불유 위이불시 공성이불거(生而不有 爲而不恃 功成而不居)이다. 이것은 모든 것을 생성하면서도 소유하지 않고, 이 모든 만물을 보살피면서도 그 베풂에 대해 바라는 것이 없으며, 공을 이루어 결실을 맺더라도 그 공의 결과에 머무름이 없다는 것이다. 무욕을 볼 수 있다. 그는 욕망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죄악 중에 탐욕보다 더 큰 죄악이 없고, 재앙 중에는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이 없고 허물 중에는 욕망을 채우려는 것보다 더 큰 허물이 없다고 했다. 성서에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하면 사망을 낳는다는 말씀과 같다. 더 나아가 그는 과도한 욕망보다 큰 참사는 없다, 적게 가지는 것은 소유지만 많이 가지는 것은 혼란스러운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을 억누르는 일은 쉽지 않다. 끝없는 욕심을 절제한다는 것은 생각처럼 간단하지도 않다.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에서 인용된 작고(小) 확실하게(確) 실현가능한 행복(幸)을 뜻하는 소확행이 일본이나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유행한다. 노력하면 이루어진다는 확실함이 없기에 스스로 물러서거나 쇄뇌된다.
개천에서 용이 되지 않아도 미꾸라지 붕어로도 얼마든지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다.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도전에 쐐기를 박는다. 빌라도 아파트 못지 않다 그러니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된다고 한다. 부지런히 돈을 모아 자기 집을 마련하려는 서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다. 어차피 노력해도 안되는 일에 목숨걸지 말고 현실에 만족하고 행복해 하라는 것이다. 행복과 불행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으니 소확행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정부의 관료나 정치인들 자신은 예외로 한다. 어느 사이에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자유와 평등, 정의를 외치던 사람들이 자신은 지배층처럼 행동하고 국민을 하층계급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노자의 상선약수인 겸손, 지혜, 포용력, 융통성, 인내와 끈기, 용기, 대의의 7가지 속성을 지닌 부드럽지만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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