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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에 충실하기 위하여
  • 안산신문
  • 승인 2020.12.0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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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석<경기테크노파크 전략사업본부장>

 지난 2월 개성상인의 후손 손창근옹께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국가에 헌납하셨다. 그는 이미 아버님때부터 모은 국보,보물급 300여점을 아낌없이 국가에 기증한바 있다. 특히 국보 180호인 세한도를 국민 모두의 자산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내놓으셨다 한다. 그 유명한 세한도는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작품이다. 이에 12월 6일 문화재청은 최초, 최고의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수여한다고 발표하였다. 
 歲寒然後知松柏之後彫는 논어 자한편에 나온다. ‘날이 차가워진 후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마른다는 걸 알게 된다.’ 이런 뜻을 담아 추사는 제자인 이상적에게 ‘歲寒圖’란 제목과 함께 ‘船是賞’이라고 써서 보낸다. 우선은 이상적의 호(號)다. ‘우선 보게나!’ 란 뜻이다. 통역관이었던 제자 이상적은 제주도로 유배가 있는 스승 추사에게 귀한 책들을 보낸다. 자신이 연경에서 어렵게 구입한 책들이었다고 한다. 어려운 처지에 있던 아니던 한결같은 제자의 마음씀씀이에 귀양 가있는 처지를 그림으로 옮겨 보내준 것이다. 인장은 長毋相忘이라고 새겨서 찍었다. 오래토록 서로 잊지 말자고 말이다.
 한국학 중앙연구원 전성호 교수는 얼마 전 세계가 놀란 개성상인의 회계의 비밀 장부란 책을 펴냈다. 개성상인을 통해 회계를 만나다란 주제로 서양보다 200년이나 앞섰던 회계 이야기를 접할 수가 있다. 그동안 회계는 베네치아 상인이 사용하는 장부 기록 방식으로 상징되어 서양의 지식으로만 여겨져 왔다. 그런데 실은 고려 개성 상인의 복식부기가 서양보다 200년이나 앞섰다는 것이다. 개성 상인들은 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복식부기 장부를 사용했으며 장부 속에 합리적인 사고와 정직한 경제활동을 고스란히 담았다고 한다.
 이 책은 이러한 개성상인들의 복식부기 즉 사개송도치부법을 스토리텔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개성상인들의 철학과 윤리, 그리고 상도와 상술에 대해 소상히 전해주고 있다. 동시에 자본주의 문화의 유럽 중심사관을 탈피하기 위해 개성 상인의 현대적 회계 방식으로 도전장을 정면으로 내민 연구이다. 한편 일본이 그토록 강조하였던 조선의 타율적 자본주의 근대화론을 뒤집는 역사적 사실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남한의 역사학계에서 자본주의 맹아론과 조선 사회 내재적 발전론을 개성 상인 회계장부를 통하여 연구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개성 상인은 투명한 회계장부를 통하여 상단을 형성하였으며 올바른 금융제도를 운영 하였다. 서양보다 200년이나 앞서서 복식부기를 통해 자본의 합리성을 지키는 문화를 발전시킨 것이다. 이러한 의미가 있는 개성 상인의 후손이신 손창근옹께서는 과연 그 정신을 물려 받으신 결과가 이번에 나타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같이 2가지의 사례를 통해 무엇이 기본인가를 말해보고자 한다. 첫째 훌륭한 독지가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감동을 받듯이 타인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둘째 세한도의 정신에서 보듯이 변치않는 우정과 의리를 보게 된다. 셋째 개성상인의 정직하고 투명한 경제활동은 시대를 이끄는 자주적 정신으로 남아 후손에게 품격으로 전수되었음을 볼 수 있다. 넷째 우리의 선조들께서 남기신 고귀한 정신을 현대사회는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2가지 사례뿐 아니라 무한이 넓고 깊은 선조들의 정신과 철학이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해 소멸해 가는 현실을 개탄하며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서구사상의 폐해와 자주적이지 못한 사회제도를 고착화시킨 근본 원인을 되돌아 보아야 한다. 지금 벌어지는 모든 대립과 사회적 갈등은 서구 사상에 기인한바 크다. 동양사상은 포용적이고 융합적인데 반해 서구사상은 대립적이고 배타적이기 때문이다. 2가지 사례를 단초로 보더라도 대한민국의 정신적 토양은 현재의 상황을 개혁할 기본적 소양이 된다. 이념적 대립과 탐욕적 갈등이 대한민국 사회에 과잉으로 넘쳐나는 세태이다. 그래서 국민의 역량이 모아지고 결집되지 못한 채 갈기갈기 소모되고 있다. 역사의 기본과 전통을 무시하고 배제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선조들이 이룩해 놓은 정신세계가 우리사회를 사람이 살만한 사회로 복귀시키는 강력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물질문명 보다 정신문명을 강조하는 것이 가장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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