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석<경기테크노파크 전략본부장>

 미얀마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을 끓어오르는 분노로 표현한다고 해서 실제 도움이 될까 걱정이다. 미얀마 국민들이 겪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아는 우리는 조심스럽다. 처참함이 무엇인지, 울분과 피 토하는 절규가 무언지, 우리는 일찍이 경험했었다. 그래서 함께 한다고 말하기도 꺼려진다. 현지에서 당해보지 않으면 제대로 그 아픔을 온전히 공감하기도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말로 하는 응원조차 허망하다. 다만 기억의 우물을 퍼올릴 뿐이다. 오래전 일이다.
 우리는 벌써 40년전에 겪은 일이 미얀마에서 재현되고 있다. 미얀마 군부독재가 쿠테타를 일으키고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1980년의 광주의 판박이다. 80년 광주 그때처럼 미얀마 국민도 고립감에 빠져 있을 것이다.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희생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도 유엔을 비롯하여 미얀마 군부를 제재하는 조치가 별로 없다.  미국과 중국이 주판알을 굴리는 동안에 자국민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군경이 오히려 짐승 다루듯 야만의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미얀마 군부의 쿠테타를 지원하거나 묵인하는 주요국의 속내엔 악취가 풍겨나올 뿐이다. 우리 광주항쟁때에도 비슷했다.
 광주에서 미국은 관망하고 있었다. 베트남전 이후 미국은 세계 질서를 이끌 대국의 품격을 상실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세계 경찰국가의 지위를 인정받기 힘든 상황이 되어 갔다. 그래서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 등지에서 그 위상을 회복하고자 하였으나 뜻대로 되질 않는다. 중국에 기울어진 미얀마 군부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긴 했지만 뚜렷한 제재조치는 없다. 지금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민주를 파괴하는 만행에 대해서도 미국은 확실한 처방을 내놓치 못할 것이다.
 또한 중국도 미얀마를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삼으려고 한다. 일대일로의 전형적인 확장정책 때문이다. 그러니 미얀마의 막강한 세력인 군부를 무시하지 못하고 있다. 속으로 미얀마 군부를 돕고 있는 것인지 모르지만 미얀마 국민들의 항쟁을 외면할 수도 없는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서 어느쪽으로 기울어 지는지 살펴보고 나서 중국은 자신들의 태도를 정할지 모른다. 중국은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려면 미얀마 민중의 고통어린 절규에 귀를 기울어야 할 것이다. 패권을 버리고 대국다운 정의감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 중국의 미래상에도 바람직할 것이다.
 여하튼 미얀마 국민들은 그 아비규환속에서 촛불을 들고 밤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드럼통을 잘라 방패로 만들고 거리에 이것저것 끌어 모아 바리케이트를 쌓는다. 앞으로 더 심각한 지경이 오면 미얀마 국민들은  정당하게 스스로 자체 무장할 지도 모른다. 그러면 무지막지한 군부는 압도적인 무력으로 대량 살상을 저지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들은 벌써 로힝야족을 학살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민항쟁의 수위가 높아질수록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여지가 많다. 제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두손 모아 빌 뿐이다.
 우리는 광주항쟁이후 당시의 희생자와 부상자들, 유족들과 정신적 트라우마라는 후유증으로 고통속에 지내시는 분들이 아직도 많다. 국민을 학살한 책임자에 대한 철퇴와 처벌도 미진하다. 광주항쟁이 벌어진지 15년이 지나서야 관련 피해자들의 증언과 정치권의 논의가 시작되었다. 1997년 5월 우여곡절 끝에 5.18 광주민주화 운동으로 국가에서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광주민주화 항쟁이란 밑거름으로부터 우리는 세계에 자랑하는 민주 국가로 발돋움 하였다.
 이처럼 빛나는 투쟁의 역사를 자랑하기까지 우리가 겪었던 비참함과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민주화의 열망과 끈기와 희생정신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미얀마의 민주항쟁이 우리와 같은 결과를 가져오길 바란다. 그러나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얀마의 투쟁이 우리처럼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향후 벌어지는 모든 상황은 전적으로 미얀마 국민들의 역량에 달려있다. 미얀마의 봄은 미얀마 국민들의 손에 달려있다. 미얀마 국민들의 앞날에 군부독재를 밀어내고 서광이 비추기를 간절히 간절히 염원한다.
민주주의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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