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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 안산신문
  • 승인 2021.06.0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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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아침에 잠을 깨는데 다리가 묵직하고 답답하다. 이 기분 나쁜 느낌은 뭐지?하며 왼쪽 다리를  올리는데 아뿔싸! 강한 자극에 다리를 도로 내려놓는다. 벌써 열흘 째 병원에서 눈을 뜨는데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 기분은 어쩔 수 없다.
 지금부터 장애체험 시작!
 아니 체험이 아니라 바로 장애인으로서의 삶이 시작 된 것이다. 나는 현실을 인지하고 깁스한 다리를 조심스레 들어 올려 휠체어에 앉는다. 양 손으로 휠체어를 돌려야 하기에 세면도구는 사타구니 사이에 끼고 조심스레 화장실로 출발한다. 병원은 정형외과로 유명해서인지 화장실이나 부대시설은 열악해도 환자는 북적거린다. 화장실 가는 길은 정상인에게는 몇 걸음이지만 장애환자에게는 천릿길이다. 바닥에 약간의 굴곡만 있어도 휠체어는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거울에서 머리를 양 갈래로 묶고 세수를 한다. 부은 얼굴을 매만지며 우울을 삼킨다. 억지미소를 지으며 오늘을 살게 해주심에 감사할 뿐이다.

 아침에 집에서 나설 때는 오후에 돌아올 계획이었으나 열흘이 넘도록 못 가 본 집안은 걱정만큼 일거리가 넘쳐날 것이다. 가족들에 대한 걱정도 들지만, 아무리 지저분한들 이 병원생활 보다는 낫겠지. 가족들도 엄마의 부재를 받아들이게거니 여긴다. 되돌릴 수 없다면 후회하기 보다는 즐겨야 할 텐데…. 그러나 병원 생활은 더구나 이 코로나시기에 사람과의 왕래도 힘든데, 장애의 몸이다 보니 걸핏하면 심란해진다.
 그래서 병원에서도 하루의 계획을 세운다.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에 읽어야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또 업무도 봐야한다. 병원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지만 아침부터 분주하다.
  다치기 전에는 화장실이나 주차장에 장애인 편의 시설이 있으면 가장 좋은 자리에 넓게 자리 잡은 것을 무심히 봐 넘겼다. 막상 장애인이 되고 보니 휠체어 타고 들어가기에 장애인화장실은 너무 좁고 불편하였다. 엘리베이터 타기도 힘들고 평지도 약간의 굴곡만 있어도 휠체어가 올라가지 않는다. 휠체어는 쉬운 줄 알았는데 휠체어 타고 겨우 화장실 다녀 온 것뿐인데도 힘들어서 몸살이 다 났다.
 퇴원하고 나면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하는데, 계단은 어떻게 오르며, 손에 핸드폰도 들 수 없고, 비오는 날 우산은 어디로 들어야 할까? 그런 걱정은 상처가 아무는 몇 달 동안 집에서 두문불출하면 될 일이다. 수도 없이 사놓고 읽지 못한 많은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고, 좋은 영화, 음악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랴. 또 부질없는 욕심인 줄 알면서도 신이 주신 쉼의 시간동안 좋은 글을 써보려고 한다. 늘 생각만하고 실천하지 못했던 주변의 고마운 사람들에게 손편지를 쓰는 일도 더 많이 해야겠다.
 생각해보면 쉬어가라는 인생의 신호다. 60고개에서 몸도 마음도 쉼이 필요하다. 결과물은 많지 않지만 벌써 산 날이 더 많다. 뭔가를 더 이루려고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나누고 내려놓기를 연습해야 할 시기다. 평소에 장애인에 대한 관심도 많고 봉사활동 많이 한다고 여겼는데, 사소한 것에도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봉사하리라 다짐하게 된다. 얼른 퇴원해서 집에서 쉴 날이 기대된다. 설령 널브러진 집안일을 보면서 힘겨워 할지라도 지혜롭게 극복하리라. 이제 이 상황을 즐기기만 하리라.
 우리는 늘 내일을 꿈꾼다. 내일은 영원하다. 그 내일이 바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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