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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의 과정
  • 안산신문
  • 승인 2021.07.1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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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갑자기 왜 이렇게 되었을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렸나? 세상이 다시 흉흉해졌다. 코로나19는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사람들은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고 세상을 활보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12일부터 수도권 지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거리두기 4단계 적용되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날마다 천 명 이상 발생하기에 불가분한 조치라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벌써 1년 반을 3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에도 KF 마스크를 착용하여 너무 피로감을 느꼈다. 거리두기 4단계는 더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얼마 전 존경하는 작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분은 회사를 경영하면서 틈틈이 공부하고 글을 쓰고 수필가로 등단도 하셨다. 한때 문학적 이야기로 자주 만나고 교류를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하여 거의 1년이 넘도록 연락을 하지 못했다. 나는 이미 돌아가신 지 3개월이 지나서 알게 되었다. 암 확진을 받고 3개월 정도 투병하시면서 병원에 자신의 시신 기증을 약속하고 가족들에게 장례식도 치르지 말라고 유언하셨다.
 평소에도 훌륭한 분이라서 존경한 분이었지만 죽음에 대한 그분의 자세가 감동과 함께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그 부인과도 잘 아는 사이여서 통화를 하고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과 통화를 하면서 그분을 추모했다. 재산의 9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시신을 의학 연구용으로 기증하며 자기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하는 자세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를 고민했는데 삶은 그렇다고 치고, 어떻게 죽는 것이 잘 죽는 것일까. 불교를 믿는 친구는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화장한 유골을 찰밥에 으깨어 깊은 산에 가서 뿌려 놓았다고 했다. 산짐승이 그것을 먹게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 어떤 분은 화장하여 강이나 바다에 뿌리기도 한다. 그 짐승이나 물고기를 사람이 잡아먹고 하여 생태계는 순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전통 풍습인 매장문화는 아직도 많이 전해져 오지만 가장 늦게 자연으로 환원하는 방법일 것이다.

 티베트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3일가량 죽음을 배웅해주는 의식이 끝난 뒤 그들의 시신은 새벽녘 햇빛의 축복을 받으며 수도승들에 의해 장례를 치른다. 시신에 칼집을 냄으로써 시신의 냄새를 맡고 새들이 몰려오게 된다. 풍장을 치르는 동안 시신은 티베트 독수리들에게 장기를 포함한 모든 부위가 식사로 제공된다. 시신을 독수리가 뜯어 먹고 나면 뼈를 거두어 곱게 빻아 밀가루나 차에 으깨 매나 작은 짐승이 먹게 한다. TV에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충격적이었지만 그들의 방식을 이해했다. 우리나라도 진도나 군산에서 풍장을 했다고 한다.
 티베트인들 에게는 숨이 멈춘다는 것은 순환의 과정이라는 믿음이 있다. 영혼은 흙으로 돌아가고 다시 흙은 물의 한 부분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믿음 속에서 티베트인들에게 죽음이란 단지 자신이 보고 있는 세상이 사라지고, 자신의 미약한 존재가 다시 자연 속으로 돌아간다고 느끼는 과정에 불과하다. 시신은 흙이 되고, 흙은 다시 물이 되며 물은 다시 그들이 믿고 있는 죽음에 대한 철학처럼 흐릿한 공기 속으로 녹아 들어간다. 죽음은 순환의 한 과정이며, 끝이 아니다.
  티베트인처럼 풍장도 아니고, 시신 기증을 할 만큼 용기도 아직 없다. 그러나 각막이나 장기 기증은 하고 싶다. 수목장이나 불교식으로 장례를 치르고 싶다. 결국은 자연으로의 회귀가 삶이기 때문이다. 유언이 아니더라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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