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배구 여제, 식빵 언니, 교회엔 성경 불교엔 불경 배구엔 연경.’
김연경 선수를 따라다니는 말들이다. 이번 올림픽으로 하나 더 생겼다. 국제배구연맹은 일본과 터키와의 경기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 김연경을 “10억 명 중, 1명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고까지 극찬했다.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32회 도쿄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무관중까지 감수하며 치러야 했던 올림픽이었다. 이제 올림픽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의 감동적인 경기 장면은 오래오래 긴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여자배구의 인기스타(?) 쌍둥이 자매의 학폭 사건으로 인한 대표팀 이탈로 선수들의 사기는 바닥이었다. 8강전 초반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비아냥도 많았다. 방송사도 한몫 거들었다. 축구와 야구에 밀려 여자배구의 경기는 서자 취급을 받았다. 편파 된 방송에 국민은 분노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자 배구대표팀은 보란 듯이 변하기 시작했다. 브라질에게 패했지만, 케냐, 도미니카와 일본 그리고 터키까지 무너뜨리며 4강 신화를 다시 썼다. 2012년 런던올림픽 이래 9년 만의 쾌거였다. 누구도 상상치 못한 일이었다. 매 시합마다 드라마를 연출하는 한국 여자배구팀이었다. 4강에서 브라질과 세르비아에게 지며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한국 여자배구팀이 보여준 경기는 금메달 그 이상이었다. 코로나19와 무능한 정치권에 지친 국민에게 큰 기쁨과 감동을 안겨준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구기 종목은 혼자만 잘해서는 상대팀을 이길 수 없다. 선수 모두가 한팀으로 녹아들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십이 있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 보듬어주고 안아주고 때로는 질책도 하며 팀을 이끌어야 한다. 이런 선수가 바로 김연경이다. 김연경 선수는 안산시 초지동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배구의 명문인 안산서초등학교에서 배구를 시작했다. 안산서초교의 출신으로는 김연경 외에도 김수지와 배유나가 있다. 우리나라 배구의 새싹을 기르는 요람이 바로 안산서초등학교이다. 배구의 자긍심을 갖게 만드는 학교이며 안산의 자랑이다.
안산서초 교감으로 3년간 근무한 적이 있다. 그때 김연경 선수를 직접 지도한 감독(체육부장)으로부터 김연경 선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제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되었다. 그런 학교에 근무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울 정도이다. 김연경 선수는 안산서초 4학년 때부터 배구를 시작했다. 그때 그의 키는 다른 선수들보다 작았다. 그 때문에 공격보다는 수비 위주로 기초실력을 다져나갔다. 원곡중에 진학하고서도 170㎝도 안 되는 키 때문에 주전선수로 활약하지 못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수원전산여고에 진학 후, 키가 20㎝나 자라면서 수비 위주에서 공격수로 바뀌게 되었다. 이런 아픔이 그를 배구 여제로 향하게 하는 담금질이 되었다. 공격과 수비가 완벽한 김연경의 명성이 높아가고, 그를 스카우트하는 팀마다 연승을 이어갔다. 배구 여제란 말이 그를 따라다니게 되었다. 게다가 2009년부터 배구 꿈나무들에게 장학금까지 지원해 오고 있다. 그중에 이번 올림픽에 함께 뛰는 선수들이 있었다. 박정아와 정지윤 선수이다. 아름다운 드라마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이었다.
김연경 선수의 경기장에서 포효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 속까지 시원하다. 가슴 답답함이 뻥 뚫리는 통쾌함마저 느낀다. 팬들은 대규모 산불 재난을 겪은 터키에 김연경 이름으로 묘목까지 기부했다. 팬들의 김연경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실감하게 한다.
김연경 선수를 이용하려는 홍보가 예서제서 나오고 있다. 김연경 선수의 조부모가 사는 전남 구례군에서는 김연경 선수의 고향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안산시가 눈여겨볼 대목이다. 또한, 대선후보에 나선 일부 정치인들이 김연경을 패러디한 포스터를 제작, 꼴불견 추태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가소롭기 그지없다.
두말할 것도 없이 김연경 선수는 안산의 딸이다. 안산의 자랑이고 보배이다. 이런 김연경 선수를 위해서 ‘김연경 꿈나무 체육관’ 건립과 함께 안산서초 부근에 김연경 이름을 딴 도로명을 조성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안산시가 고민해 볼 일이다. 이번 올림픽, 김연경 선수로 인해 모두가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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