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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르게 살기
  • 안산신문
  • 승인 2022.05.1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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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많은 사람이 낯선 도시에서 한 달 살기를 희망한다. 나도 제주도나 아무도 모르는 시골에서 고요하게 보내고 싶은 열망이 있다. 그곳에서 느리고 게으르게 살고 싶다.
 70~80년대를 학창 생활을 한 우리는 게으름이 죄악이라고 배우고 자랐다. 게을러서 못 산다고 여기고 부지런함을 쫓아갔다. 누구나 잘살기 위해서 근면하고 성실하게 일해야 한다고 믿었다. 산업일꾼이 되어 사우디아라비아나 중동에 가서 땀을 흘리며 일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모두가 함께 추구하는 선이 따로 있었다.
 카푸아는 로마의 남쪽, 나폴리 근처에 있는 도시명이다. 로마의 역사가 티투스 리비우스가 쓴 라마사에 따르면, 한니발 바르카의 군대는 2차 포에니 전쟁 중에 나폴리 부근의 카푸아(Capua)에서 겨울을 보낸 후 육체적으로 도덕적으로 유약해져 전쟁에 패했다. 즉 카푸아 칸나에서 군대의 전력을 소모하여 적에게 섬멸당한다. 이런 역사적 사건으로 카푸아는 휴식을 취하는 도시의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카푸아의 의미가 무기력하고 게으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작가 톨스토이는 자신의 일기에서 자신의 무위와 나태의 무기력한 시기를 '카푸아적'이라고 언급했다.
  나도 2022년부터 카푸아적으로 살자고 정했다. 하기 싫은 건 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기. 인생 얼마 남았다고 싫은 일에 아무리 좋은 의미를 갖다 붙여도 ‘싫은 건 싫은 거다’면서 싫은 것은 안 하기로 했다. 우선 형식적인 모임을 몇 개 정리했다. 처음에는 시간이 많은 것 같았으나 나는 여전히 바빴다. 또 모임에서 만난 많은 사람과의 교류를 끊거나 경조사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건강을 위해서 수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 골프를 추가했다. 초보는 남보다 열심히 해야 따라잡을 수 있다. 늦게 한 만큼 더 많이 연습한다. 골프를 치는 자세와 거리는 연습으로 결정된다. 얼마 전에는 기타도 배우기 시작했다. 이것 또한 잘 치지는 못하고 마음만 바쁘다. 연습벌레가 되어야 하는데, 시간은 여전히 모자란다. 내 마음에서 ‘몸을 편하게 쉬게 해’란 말과 ‘아니야 더 늙기 전에 하고 싶은 거 다 해‘가 싸우고 타협하고 한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기에도 너무 바쁜 나날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도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
 빈둥거리는 능력에는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확실한 인식이 따라와야 한다. 사실 좋은 여가란 모두가 알다시피 빈둥거림의 성격을 띠며,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가장 뚜렷하게 느꼈던 그 모습을 재연해 보이는 것이다. 즉, 우리는 여가를 통해서 날 것 그대로의 우리 본성과 요리된 본성 두 가지를 모두 발견한다.-로버트 디세이 ‘게으름 예찬’
 세상은 변화하여 게으름을 예찬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5, 60년대에 전쟁을 겪으며 가난으로 절약과 성실을 미덕으로 삼았던 어르신은 기가 찰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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