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항가울산 어울어진 신록의 숲을 걷는다. 앙상했던 나뭇가지는 연두빛으로 물들고 오월의 꽃 아카시아 향기가 상큼하다.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이 풀렸지만 숲길을 걷는 사람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하고 있다. 어쩌면 마스크를 하고 있는 편이 불편을 덜 느끼지는지도 모른다. 사람을 마주할 때에는 마스크를 쓰고 혼자 걸을 때에는 벗게 된다. 
일반적으로 모든 개인은 하나 이상의 집단에 속하게 되고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개인이 속한 집단은 구성원 개인이 자신의 태도를 형성할 때 준거가 되고 규범을 통해 개인의 행위를 강제하게 된다.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아시(Solomon Asch. 1907~1996)가 어렸을 때의  일이다. 유월절에 식탁 위에 포도주를 한 잔 더 따라 놓았는지 의아했다. 궁금해 하는 그에게 삼촌은 그 포도주는 선지자 엘리아(BC940년경)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어린 아시는 포도주잔을 지켜 보았다. 
정말로 포도주가 조금씩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다. 심리학자가 된 아시는 어릴 때의 경험이 사회적 압력에 의한 것이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6명의 사람들에게 한 개의 선이 그어진 카드를 먼저 보여주고, 다른 한 장에는 각각 길이에 따라 A.B.C가 그려진 카드를 보여주면서 먼저 카드에 그려져 있는 선의 길이와 같은 것은 어느 것인지를 묻고 답을 말하는 것이었다. 마지막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누가 보아도 C가 답인데 A라고 답하도록 미리 입을 맞추었다. 
마지막 피실험자는 의아했지만 A라고 대답했다. 혼자 있을 때에는 정답률이 99%였지만 집단 상황에서는 63%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 실험이 솔로몬 아시의 선분실험이다. 이 실험에서 사람들이 오답인줄 알면서도 동조하는 이유는 다수의 권위에 복종하려는 심리와 책임을 분산시키려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다수의 결의를 따른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 할 수 있고, 선택에 대한 책임감역시 다수를 따라한 것이니 내 책임이 아니라는 책임완화의 분산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솔로몬 아시가 남긴 말 중에 유명한 말이 있다. “상당한 지성을 갖춘 선한 청년들이 흰색을 가꺼이 검은 색이라고 부르겠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진실과 양심에 대해 소신껏 자신의 의사를 말하거나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할 수 없는 사회는 불행하다. 국회의원은 개별적으로 헌법기관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국민의 대표라는 기능과 정당의 구성원이라는 두 가지 정체성을 갖는다. 
물론 입법활동 등의 직무를 수행할 때 두 기능이 상충되면 국민의 대표로서의 기능을 우선으로 한다. 국민의 의견과 요구를 경청하고 수렴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소속된 집단의 권위에 무조건적 복종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거나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이번에 검수완박을 위한 의회의 표결에서 여당 100%의 동조효과는 민주주의를 무색하게 했다.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고객의 특수 이익에 묶여 전체이익을 망각하는 것을 동조과잉이라고 한다. 행정학에서는 수단에만 집착하여 전체의 목표를 망각하는 즉 수단이 목표가 되는 목표대치현상을 의미한다. 자칫하면 자기 분파의 이익과 주장만을 내세우고 남을 배척하는 할거주의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애급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에 의해 출애급을 한다.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에 12명의 정탐꾼을 보낸다. 돌아온 정탐꾼들은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하고 10명은 부정적으로 보고한다. 두 사람의 긍정적인 정보는 아무 쓸모가 없게 된다. 백성들의 다수의 잘못된 정보에 동조했다. 결과는 비참했다. 이스라엘 백성을 40년간 광야에서 유랑하게 되고 출애급을 했던 세대는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하고 광야에서 다 죽었다. 
두 사람을 리더로 새로운 세대에 의해 가나안 정복이 이루어진다. 1961년 쿠바의 카스트로 정부를 전복하려던 미국은 피그만을 침공하지만 실패로 끝났다. 이를 배경으로 1972년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어빙 제니스(Irvin Janis)는 만장일치의 착각 등 집단사고의 병폐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986년 7명의 승무원을 태운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는 발사된지 73초 후 플로리다 상공에서 폭발했다. 
위험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묵살한 집단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비극을 만들었다. 기업이나 조직에서 동조화의 그늘에 자신을 숨기지 않는 여호수아와 갈렙같은 리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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