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한마디로 장보기가 겁이 날 정도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저물가와 저금리 시대에 종지부를 선언했다. 떨어질 줄 모르며 고공 행진하는 물가에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물가 쓰나미 시대가 되었다. 예전에는 부식비에 10만 원 정도면 그냥저냥 일주일은 버텼다. 그러나 지금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장바구니에 생필품을 넣다 내려놓기를 반복하는 주부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다반사가 되어버렸다. 조금이라도 싼 생필품을 사러 전통시장으로 향하는 발걸음, 그 뒷모습이 너무 무겁다. 게다가 은행에 대출이자까지 있는 사람들은 더더욱 힘에 부친다.
지난 26일, 통계청은 4인 가구의 한 달 식비가 월 100만 원을 넘어섰다고 발표를 했다. 뒷북 때리기 발표에 불과할 뿐이다. 하루가 다르게 먹거리 물가가 치솟고 있다. 외식물가는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2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가공식품 물가도 10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부정적 의미가 내재 되어 있는 ‘짠돌이’가 이제 선한 의미로 다가오고 있을 정도이다.
할인매장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냉장고와 TV 같은 대형가전제품은 물론 각종 생활용품까지 다양하게 구비 되어 있는 매장이다. 조그만 흠집과 훼손된 포장 등등 이유로 싸게 내놓고 있다. 정가보다 30~40% 많게는 50% 이상 저렴하다는 소식에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대형마트도 상품의 가치가 떨어지는 채소류와 과일을 저렴하게 내놓고 있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가전제품과 먹을거리에 생긴 약간의 흠이 오히려 인기를 끌고 있다. 월급만 빼고 다 오르고 있는 고물가 시대에 맞춰, 소비자들의 씀씀이도 실속을 따지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고물가 쓰나미가 가져다주는 새로운 풍속도이다.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게 없다. 교통비, 전기 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전기요금과 가스비는 지난 1일부터 인상됐다. 어쩌랴, 이제는 숙맥 정부 탓으로 돌리기도 입이 아프다. 차량 기름값도 연일 춤을 추고 있다. L당 2200원대를 향해 치솟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손톱만큼 하락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지원금 지급 등 저소득층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한시적 대책에 불과할 뿐이다. 최근 부총리는 국내 물가 전망과 관련, 7~8월에 6%대의 물가 상승률이 도래한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재유행도 감지되고 있어 이래저래 심리적 불안감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원유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은 인플레이션 악화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식품업계는 지난해부터 도미노 가격 인상에 돌입했다. 원자재와 부자재 가격 상승은 물론 원화 약세까지 더해지며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도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고물가 쓰나미에 국민은 허우적거리는데 정치권은 화를 더욱 치솟게 하고 있다. 지난 3일 여야 대표가 서로 만났다. 국회 원 구성 협상이었다. 평행선만 그은 채 돌아섰지만 4일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한동안 서로 자화자찬하기 바쁠 것이다.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면, 여당과 야당이 한 민족이 아닌 느낌마저 든다. 같은 민족인데 어쩌면 저리도 협치가 되지 않을까? 참 한심한 사람들이다. 그러면서도 툭하면 국민을 앞세우고 있으니 뇌 구조가 어떤지 연구 대상감이다. 어디 이들뿐이랴?

세계 경제 중심국들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고물가와 고금리는 자영업자들을 연쇄적으로 폐업하게 만드는 족쇄이다. 저소득층과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에게 더 힘겹고 고통스러운 굴레이다. 고물가 쓰나미 속에서 헤어나와야 하는데 묘책이 없다. 가계부의 한숨은 높아지고 나날이 피폐해지는 살림살이, 삶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고물가 쓰나미를 헤쳐나와야 하는 정부의 물가 관리 대책이 정말 시급하다. 말로만 경제 정책을 미화하지 말고, 신발 끈 질끈 매고 직접 나서길 바란다.
‘고물가 쓰나미 속에서 헤어나올 방법을 마련하라.’ 국민의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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