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였다. 지난 10월 29일, 핼러윈 축제에서 대형 압사 참사가 일어났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10만여 명의 축제 인파가 몰렸다. 야외 마스크 해제 후 처음 맞는 핼러윈 축제였다. 축제장으로 가는 젊은이들은 얼마나 가슴이 설렜을까?
압사 사고현장 모습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참사가 발생한 장소는 이태원동 중심의 해밀톤호텔 옆 내리막길, 길이는 40ｍ, 폭은 4m 내외로 성인 5∼6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골목길. 이 골목은 지하철역에서 맛집 식당이나 클럽 등으로 쉽게 가는 병목길이었다. 사고 당시 골목 안에서 엉켜 있던 사람들이 쓰러졌는데도, 사람들이 계속 들어와 앞서 쓰러진 사람들을 덮치면서 인명사고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마치 도미노 현상이었다.
역사상 유례없는 참혹한 압사 사고였다. 압사 사고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일어난다. 비상구가 몇 안 될 때, 축제나 대형 콘서트같이 수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모여들 때 일어날 개연성이 높다. 예견되는 사고여서 이번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대형 압사 사고가 있었다. 1960년 1월 26일, 서울역 압사 사고가 있었다. 열차 탑승객들이 서울역 계단에서 우르르 넘어져 생긴 사고이다. 31명이 압사하고 4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005년 10월 3일, 경상북도 상주의 시민운동장에서도 압사 사고가 일어났다. MBC 가요콘서트 관람을 위해 출입구로 입장하던 시민들이 잇따라 넘어져 11명이 압사하고 70여 명이 부상했다. 출입문이 열리자, 시민들이 먼저 입장하려고 서로 밀치면서 일어난 참사였다.
2021년 4월 29일, 이스라엘 유대인 성지순례 행사에서 45명의 사망자를 낸 압사 참사도 있었다. 사고는 순례지에서 스탠드가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참가자들이 이동하던 중 계단에서 수십 명이 넘어지며 대규모 압사 사고로 이어졌다. 지난 10월 1일에는 인도네시아의 축구장에서 대형 압사 참사가 있었다. 축구 경기 후 성난 팬들이 운동장으로 난입하자,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입하는 과정에서 125명이나 압사했다. 속보로 들어오던 뉴스의 동영상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이었다.
있어서는 안 될 대형 참사, 일부 시민들이 구조현장 가까운 곳에서 팝송을 목이 터져라 부르며 춤을 추던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퍼졌다. 사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최악의 지옥의 모습이었다. 또한, 희생자 중 일부는 서 있는 상태에서 짓눌려 압사했다는 보도에는 숨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서 있는 상태에서 압사라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윤 대통령은 30일부터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전국 모든 관공서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이번 참사를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사고 수습에 두겠다고 밝혔다. 사고 원인의 파악과 향후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라고 강조했지만, 사고는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은 것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축제를 연이어 취소하고 있다.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열릴 예정이던 K팝 콘서트가 취소됐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기업들도 예정된 핼러윈 관련 행사를 취소하고 있다. 호텔 업계도 마찬가지이다. 얼마나 핼러윈 축제가 우리 생활 속에 깊게 파고들었는지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예이다. 상가에 진열되어있는 핼러윈 행사 물품만 보더라도 그런 느낌이 들 정도이다.
하루속히 이번 참사가 마무리되어야 한다. 희생자와 부상자 그리고 그의 가족들이 평생을 안고 갈 트라우마도 속히 치유되도록 정부는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이번 참사로 축제문화에 대한 강도 높은 재점검과 성찰에 들어가야 한다. 유명 가수의 콘서트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특히 지자체의 장들이 즉흥식으로 개최하는 마구잡이식 지역 축제에는 메스를 가해야 한다. 재임 시 치적주의 망상에 빠져 우를 범하는 단체장들의 사고방식도 변해야 한다. 안산도 이곳저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점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안전 최우선이 행복한 안산 건설의 디딤돌이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압사 사고현장에 이어지는 애도의 물결과 흰 국화가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을 무척이나 아프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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