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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맛
  • 안산신문
  • 승인 2022.12.1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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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사람들은 나이 먹은 게 뭐라고 그렇게 우려먹느냐고 했다. 옛날로 치면 환갑은 엄청나게 오래 산 나이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 사람들은 환갑을 이제 지나가는 생일 정도로만 여긴다. 올해 환갑을 맞은 친구들은 다 같이 유난을 떨었다. 코로나로 오랫동안 칩거하고 있어서 환갑을 핑계로 무엇이든 계획하고 떠나고 싶어 했다. 하는 것마다 환갑이라는 의미를 붙이고 신이 났다.
 먹는 즐거움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그것도 맛있는 것이라면 행복하다. 생태계 맨 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간은 잡식성이면서도 육식에 대한 집착을 끊기 어려운 종족이기도 하다. 다른 종족의 살을 씹어 먹으면서 즐거움을 찾는 것은 어쩌면 인간만이 가진 폭력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인간은 성인이라고 자부하면서 피가 흐르는 미디움 스테이크를 먹는 모습은 이율배반이다. 그 폭력성은 생으로 먹는 회도 좋아하는 전형적인 잡식성 인간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맛있는 음식을 만날 것이라 여기고 떠났다.
 몇 년 전 베트남 여행에서 Bo Nuong(보 느엉)을 만났다. 행운이라기보다는 운명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보 느엉은 여행 중, 우연히 찾아왔다. 사파와 박하 여행을 끝내고 하노이에서 마지막 밤이었다. 여행자의 시점에서 하노이는 오토바이가 많고 질서가 없어 도시를 활보하는 일이 무서웠다. 더구나 밤에는 숙소에서 나가는 것을 금했다. 그러나 다음날 하노이를 떠나려고 하니, 아쉬움이 남았다.
 우리는 하노이 항박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몇몇 무리가 앉아 연기를 피우면서 무엇인가 먹는 모습을 발견했다.
 “아니, 베트남에 이런 음식이 있었어?”라는 의문도 잠시, 노천의 플라스틱 의자에 흥분해 앉아 있는 우리들을 발견했다.
 보 느엉은 Bo(소) + Nuong(굽다), 소고기 구이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네 삼겹살 철판에 우선 쪽파를 가지런히 깐다. 그 위에 선홍빛이 찬란한 소고기를 올려놓는다. 주위에 양파, 가지, 토마토 등을 올리면 된다. 이렇게 불판 위가 차려지면 시각적인 효소는 극대화가 된다. 우리는 먹는 것보다 사진을 찍느라 법석을 떨었다. 우리에게는 고기 익는 시간이 한없이 더디었다. 하노이를 떠나기 전날이라 한국 음식이 그리운 우리에게 그 맛과 색을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거리에서 구워 먹는 소고기라고 신선도가 걱정되기도 하지만 아직 인도차이나는 육식을 즐기는 편이 아니다. 특히 소 같은 경우는 농경문화의 핵심이기 때문에 잘 먹지 않았다. 경제가 조금씩 나아지면서 소의 소비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수요가 적기 때문에 공급도 적다. 많은 양의 소를 도축해 보관하기보다는, 그날그날 수요 될 양만 공급된다고 했다.
 7년이 지나, 환갑 기념으로 친구들과 베트남을 찾았다. 하노이는 여전히 오토바이가 많고 정신이 없지만, 도시는 엄청나게 변화하였다. 겨우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하노이 항박 노천에서 보 느엉은 찾을 수 없었다. 찾아보려고 애썼지만 찾아지지 않았다. 우리는 사라진 맛에 대해 한없는 그리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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