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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신문
  • 승인 2022.12.2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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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연말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점에서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준비 못 한 사고가 터지든가 예상한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나는 놀라고 당혹하며 일을 수습하고 처리하며 한 해를 보냈다. 실수를 자책하거나 남을 원망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또 코로나19라는 대재앙은 좋은 핑곗거리였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는 신혼부부가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을 그린 작품이다. 목적지는 곰스크다. 이 도시는 주인공이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들어온 꿈의 장소로, 평생에 꼭 한번 가야 할 운명적인 도시이다. 그러나 여행 중 우연히 내리게 된 작은 마을에 정착하면서, 이곳을 떠나지 않으려는 아내와의 갈등 끝에 결국 곰스크로의 꿈을 접고 만다.
 곰스크로의 여행은 누구에게나 있는 인생의 진정한 목적지, 곧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목적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유토피아의 뜻은 세상에는 ‘없는 땅(U-Topi)'이라는 의미다. 유토피아를 추구하면 할수록 실제 인생은 그곳에서 더욱 멀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로 주인공의 삶이 그러하다.
 작은 마을에서 정원이 딸린 집을 얻고 자기 능력에 어울리는 교사직을 물려받고, 아이도 두 명이나 낳았다. 현실에 적응하면서 곰스크로 가는 일은 더 멀어진다. 그러나 주인공은 여전히 곰스크로의 열망으로 가득하다. 그와 비슷한 인생을 살아온 마을의 늙은 선생님은 ‘당신은 이미 당신이 원한 삶을 살았다’라고 말한다. 곰스크는 현실에서 갈 수 없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바로 지금까지 이루어 온 당신의 영역(You-Topi)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이상을 정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살아간다. 언제나 마음속에 이상과 동경을 가득 가지고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이다.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항상 떠날 준비를 하지만, 현실은 더 깊게 이 자리에 붙박이는 삶이다.
 우리는 소설의 주인공처럼 언제나 지금 사는 곳을 떠나고자 하지만 그것은 그의 뜻이 거기일 뿐이다. 아이나 집, 가족 등 여러 핑계를 대면서 자신의 꿈이 꺾였다고 핑계를 대지만, 결국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것은 나 자신이다. 우리의 모습 또한 지금의 생활, 습관에 너무나 익숙해져 변화를 두려워하며 이상을 마음속에 품은 채로 살아간다.
 물론 그 반대인 사람도 있다. 더러는 자신의 이상을 가지고 그렇게 성공하는 사람을 보면서 부러워하고 시샘한다. 자신의 이상대로 살기 위해 그 사람이 포기한 많은 것들과 피나는 노력은 보지 않고 그들이 이룬 성과물만 부러워한다. 나도 그렇다. 지금이라도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저 없이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소중한 자신의 인생인데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뜻에 맞춰 일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 아깝다. 한 해의 마지막, 일생의 마지막이 다가오는 이 지점에서 생각해 볼 일이다. 과연 나는 지금이라도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탈 자신이 있는지? 곰스크라는 종착지는 정확히 알고 있는지? 이번에는 제대로 길을 찾아갈 수 있을지? 나는 이미 곰스크에 다다른 건 아닌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로운 곰스크로 가는 용기를 내게 선물하고 싶다. 좀 실패하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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