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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날들 앞에서
  • 안산신문
  • 승인 2023.01.0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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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 중 하나는 망각, 즉 기억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사람들은 살면서 좋은 일은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고, 나쁜 일이나 슬픈 일은 빨리 잊어버리고 싶어 한다. 좋은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웃음을 짓게 하지만 나쁜 기억은 떠올릴 때마다 불쾌함을 주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슬픈 일, 기분 나쁜 일, 오해도 많이 받고 오해도 했다. 그리고 좋은 일도 많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서 약간의 성과도 있었다. 또 책도 많이 읽고 내적 성장도 했을 거라고 위안으로 삼기도 한다. 인간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 나쁜 것을 기억은 잊어버리고, 행복한 것을 기억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사랑이 위대한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 또는 사랑을 받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사랑받을 수 있고, 누구나 사랑을 할 수 있다. 착한 사람만 사랑받는 것도 아니고 나쁜 사람이 사랑받지 못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왜 그럴까? 착한 사람들은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푼 보답으로 사랑을 받는 것이고, 나쁜 사람들은 사랑받음으로써 못난 행동이나 마음가짐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고 자기반성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사랑이 진정으로 위대한 이유는 사랑이 통하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미워하고, 화내고, 슬퍼하고, 악한 행동들이 세상을 지배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사랑이 얼마나 소중하고 숭고한지 깨닫게 되고 간절하게 원하게 된다. 폭력은 사라져도 사랑이 사라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작년에도 지구상에 전쟁과 폭력이 난무하고 사람들은 사랑이 실종된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누구나 고귀한 생명이고 존엄한 인간이다. 사람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는 어른이 많다. 그러나 나쁘고 폭력적인 사회를 보면 암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난맥상은 모두 욕심 많은 인간에 의해 자행한다. 남을 질투하고 시기하는 마음이 결국 큰 화를 부르게 된다. 어른이 어른다운 세상이면 좋겠다.
사람을 만나다 보면 그 사람이 준 나쁜 기억에 잠식당할 때가 더러 있다. 정치인이나 리더들이 대부분이다. 얼마 전에는 선거에 실패해서 나름대로 와신상담하고 있는 정치인을 만났다. 희망과 꿈이 있는 세상을 만들 거라고 다짐하는 과장된 포부를 들으면서 그 사람에게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위로는 별로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정말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왔으면 하고 간절하게 바라기도 한다.
 2023년은 기다리는 것이 아닌 새로운 나의 꿈을 찾아 도전해 볼 일이다. 성장 일변도로 달려 온 세상에서 좀 더 성숙한 인간이 되어야겠다. 나의 내면을 직시하고 남을 무시하고 깎아내리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그리하여 아무런 의지도 없이 삼백예순다섯 날을 권태롭게 기다리기보다는 거꾸로 삼백예순다섯 날이 우리를 간절히 기다리는 실존의 인간으로 멋지게 한번 살아보고 싶다. 고도는 절대로 오지 않는다. 우리가 찾는 고도가 있고, 고도를 찾으려는 나의 의지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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