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열린글밭 기고
[명사기고]새해 동해의 떠오르는 태양
  • 안산신문
  • 승인 2023.01.04 09:31
  • 댓글 0
서한석<경기테크노파크 전략사업본부장>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계'은 흑이므로 '검은 토끼의 해'이다. 토끼의 속성은 만물의 성장과 번창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민속학자들의 해석에 의하면 무병장수와 장생불사를 뜻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새해는 모든 분들의 가정과 사업과 하시는 일이 더욱 번창하고 만사형통하시길 기원드린다. 
 올해도 역시 정동진으로 대표되는 해맞이 인파는 새해 첫날 수십만 인파로 북적인다. 강릉 경포대 15만, 정동진역 인근에 5만여명이 운집했단다. 각자가 살고 있는 인근 지역의 산과 바다에서도 삼삼오오 모여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소원을 빈다. 안산에도 수암봉, 노적봉, 광덕산에서 새해 첫 일출을 보고 소원을 빌고, 기운을 받기위해 많은 시민이 다녀가셨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세계의 어떤 민족보다 태양맞이에 열성적이다. 해맞이 열풍은 드라마(모래시계, 겨울연가)의 영향과 문화 마케팅으로 훨씬 왕성해졌다. 우리 대한민국 1월 1일의 일출은 그 어떤 나라보다 특별한 세시풍속으로 트렌드가 되었다. 
 세계의 새해맞이 풍습도 다양하다. 미국 뉴욕은 타임스퀘어 광장에 대형 공을 매달아 내리며 하늘에 꽃가루와 폭죽과 함께 Happy New Year!라는 인사말로 새해를 포옹과 축복으로 맞이한다. 일본은 토시코시소바라는 국수를 질병과 불운을 끊고 장수를 빈다는 의미로 인절미 떡국과 함께 먹는다고 한다. 중국은 양력 1월 1일보다는 춘절이라 불리는 음력설을 성대하게 보내지만, 새해 첫날 들어온 복이 나가지 않도록 福자를 거꾸로 걸어 놓기도 하고 복(福), 길(吉), 재(財) 등의 글자가 적힌 붉은색 봉투로 세뱃돈을 넣어 준다고 한다. 그리고 떡과 만두를 먹으며 新年好(신 니엔 하오)라는 덕담을 나눈다. 
 프랑스는 독성과 나쁜 마법으로 사람을 보호해 주는 겨우살이나무 아래서 입맞춤을 하며 ‘본 아네’라는 인사말을 하고 복과 행운을 기원한다고 한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행운의 상징인 빨간색 의상을 입고 새해를 맞는데, 특히 빨간색 속옷이 더 효과가 있어 즐겨 착용하고 마르코 광장에서 축제를 벌이며 새해를 맞는다. 스페인 마드리드 사람들은 새해를 맞이하면서 포도 열두 알을 먹는다. 새해 0시에 울리는 12번의 종소리에 맞추어 포도알을 한 개씩 먹으면 열두 달 동안 행운이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도 스페인과 같이 새해 첫날 포도 12알을 먹는다. 스페인 식민지문화가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브라질은 코파카바나 해변의 불꽃놀이가 유명하고, 0시에 파도를 7번 뛰어넘으며 바다의 여신에게 7가지 소원을 빈다고 한다. 
 한편, 양력 1월 1일이 새해 첫날이 아닌 나라도 있다. 이란은 양력 3월 21일 봄이 시작되는 ‘노루즈(Nouruz)’날에 축제로 새해 첫날을 시작한다. 이스라엘도 유대 달력에 따라 양력 9월에 ‘로쉬 하사나’로 불리는 새해맞이 축제를 한다. 에티오피아는 성탄절을 새해 첫날로 간주하여 새해맞이 퍼레이드를 한다고 하며, 그리스는 부활절 즈음에 새해맞이 행사를 벌인다고 한다.
 이렇듯 전 세계의 다양한 세시 풍속을 보면 대체로 대한민국 제야의 종 행사와 같은 축제와 달집태우기와 같은 불꽃놀이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유독 대한민국의 해맞이 풍습은 어제의 태양과 다른 의미로 새해 첫날의 해를 향해 기원하는 특이성이 존재한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겨울 새벽의 추위를 무릅쓰고 해맞이를 하는가? 필자가 보기에 그것은 태양의 보편성과 지속적 항구성 때문이다. 태양은 어느 곳이나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따스한 빛을 보낸다. 잘났든 못났든, 이쁘든 밉든 구별이 없다.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이러한 태양의 가치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불평등과 고난이 존재하는 인간 사회가 평안해지면 좋겠다는 의사 표시를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개인의 행복에 머문 기원이든 공동체와 지역사회, 대한민국과 지구촌이란 큰 범위로 확장된 기원이든 모두가 태양의 무차별성을 염원하고 있다. 그런 기원은 아집과 편견을 불식하고 대립과 갈등을 완화하는데 기여하게 되어 있다. 태양의 무차별과 평등함은 우리가 바라는 최상의 가치를 대변하며 희망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동양의 철학고전 중용(中庸)에서 말하는 지성무식(至誠無息), 천지화육(天地和育)은 태양에게도 딱 들어맞는 말이다. 지극한 정성으로 천지만물을 길러내는 속성은 차별 없는 평등함에 있다. 이런 가치를 수용하는 행동이 해맞이이며 실현되길 바라는 것이 소원빌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의 행동은 시대를 앞서가며 문화트렌드를 선도하는 평화주의적인 행동이다. 정치가 수준 이하이고 사회가 이편저편 갈라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한민국의 저력은 태양과 같은 품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새해 예측되는 심한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약자의 문제를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민주국가이자 우수한 선진국가로 발돋움하였다. 자살 1위 국가 등 부끄러운 부분도 있지만 자랑할 것이 너무 많은 나라인 것이다. 신년 해맞이 문화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라 우리 역사 속에 면면히 흐르는 전통과도 맥락이 닿아있다. 태양의 성품과 가치는 우리 민족 안에 녹여져 있다. 계묘년 새해의 복은 이미 우리의 기질 안에 담겨 있다. 떠오른 태양이 곧 우리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