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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 인생
  • 안산신문
  • 승인 2023.02.2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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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미국의 노예제 폐지 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다 반정부 행위로 투옥된 한 청년이 있었다. 그에게 면회하러 온 스승이자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바로 미국의 초월주의 사상가로 널리 알려진 에머슨이었다. 에머슨은 청년에게 이렇게 물었다. “자네는 왜 여기 있는가?” 그러자 청년이 도리어 반문했다. “당신은 왜 여기 있지 않습니까?” 그 청년은 바로 헨리 데이빗 소로우(1817-1862)다.
 소로우는 부당한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이웃들과 정을 나누며, 자연과 벗하고, 거창하게 ‘자아’랄 것도 없는 ‘그저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나’를 평생토록 절대 잃어버리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본주의 및 물질주의가 만들어낸 기형적인 사회와 그 사회 속에서 기계처럼 살아가는 대중으로부터 자신을 떼어내고, 자유로운 영혼으로서 정의와 행복을 잃어버리지 않은 건강한 사람이기도 했다.
 1817년 겸손하고 친절한 아버지와 재치 있고 쾌활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형제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문학과 명상을 즐기며, 인적 없는 숲과 강을 무릉도원으로 생각했던 소로우는 비록 45년밖에 살지 못했지만, ‘나’를 상실한 채 문명이 만들어 놓은 공장에서 기계적으로 살았던 대부분 사람이 88세를 산 것보다 더 오래 살았다. 인간의 삶은 수명(壽命)의 기간대로 길고 짧아지는 것이 아니다. 소루우가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사는 데는 45년으로 충분했다.
  그는“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 보기 위해” 문명을 등지고 월든 호숫가로 들어가 시간을 보낸다. 그 시간을 기록한 《월든》은 환경운동 선구자의 사상적 기록이라는 평을 받게 된다. 아마도 무덤 속의 소로우는 자신에 대한 이러한 명성을 반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저 인생을 자신의 의도대로 살았던 것뿐이었기에.
 물욕과 인습의 사회 및 국가에 항거하고, 자연과 인생의 진실에만 온 관심을 집중한 사람, 인류 역사상 가장 ‘나 자신으로 산’ 진정한 개인이자 자유인이었던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1862년 5월 6일 폐결핵으로 45세에 세상을 떴다. 그는 제대로 살았고, 제대로 죽었다. 그리하여 그의 ‘소박하지만 위대한 자아’는 영원히 죽지 않았다.
우리의 눈을 감기는 빛은 우리에겐 어두움에 불과하다. 우리가 깨어 기다리는 날만이 동이 트는 것이다. 동이 틀 날은 또 있다. 태양은 단지 아침에 뜨는 별에 지나지 않는다.-윌든에서
《월든》은 위와 같은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모든 인간들에게, 진정한 빛과 의미 있게 동트는 하루는 문명 시간 속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임을 암시한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의도적인 나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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