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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려니의인생상담]식당에서
  • 안산신문
  • 승인 2023.05.3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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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부부상담사>

자주 가는 식당에 아들과 둘이 갔다. 늦은 오후라 테이블 세 개가 차 있을 뿐 식당은 비교적 한산했다. 이곳 음식은 코스 요리가 아니었으나 간격을 두고 하나씩 나왔다. 밑반찬이 나오는 사이 우리 옆에 앉았던 손님들이 자리를 비웠다. 곧 그릇 부딪히는 요란한 소리가 식당을 가득 메웠다. 방금 손님들이 나간 테이블을 치우는 소리였다. 바퀴가 달린 회색의 플라스틱 음식 운반차에 종업원이 그릇을 쌓고 있었다. 그릇을 포개 놓는데 거의 그릇을 던진다고 해야 할까? 그릇이 깨지지 않는 게 용할 정도였다. 그 공간에서 식사하는 사람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그릇을 빨리 치우겠다는 일념이 느껴졌다.
식당에서 그릇 치우는 소리가 거슬리기는 난생처음이었다. 고개를 돌려 우리와 등지고 앉은 쪽을 바라보았다. 테이블에 앉은 두 사람은 그 특별한 소음에도 아랑곳없이 음식 먹기에 열중이었다.
“참을 수 없는 소리네.”
굳이 내 말소리를 죽이지는 않았다. 아들에게 하는 말이 혹시라도 그 종업원 귀에 닿았으면 했다. 그러나 내 말은 그녀가 내는 소음을 이길 수가 없었다. 아, 이럴 때 선택적으로 소리를 지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속으로 삭이다가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종업원을 불렀다. 그리고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공손한 투로 말했다.
“소리가 심하네요. 조금 조용히 치워줄 수 있나요?”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기분 나쁜 표정을 짓지도 않았다. 잠시 멈칫하더니 무표정하게 하던 일을 다시 할 뿐이었다. 소음도 그대로였다. 결국 그 가공할 소리는 옆 테이블이 다 비워지고 나서야 멈췄다.
밥을 먹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오면서 주인에게 조용히 항의라도 할까, 했지만 마음을 접었다. 이런 일이 한번은 아니었을 테고 주인이 이런 소음에 익숙하니까 종업원을 그대로 두는 거라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었다.
고급 식당에서라면 이런 소리가 나게 두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곳을 찾는 사람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나 다 그 정도의 소음이라면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이런 식당, 만 팔천 원짜리(결코 적은 가격이 아니다) 황태구이를 파는 식당에서는 이런 소음을 내도 괜찮은 걸까? 이 정도 가격에 밥을 먹는 사람은 내가 겪은 소음 정도는 참고 견뎌야 하는 걸까?
나는 분에 겨워 이 일을 떠들고 다녔다. 그리고 하나의 결론을 얻었다. 아무도 항의하지 않으니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그 식당 주인과 종업원은 음식을 빨리 나르고 치우는 데 열심일 뿐 손님이 불쾌하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을. 나는 그날 꼭 항의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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