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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기고]시내버스 요금 1450원의 행복
  • 안산신문
  • 승인 2023.06.2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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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훈<국민의힘 상록갑 당협위원장>

1450원이 주는 큰 행복을 만끽한 그 날은 약속이 두 건이었다.
오전은 서울에서 오후에는 본오동에서였다. 지인의 승용차에 동승, 편안하게 서울 약속을 마치고 안산으로 향했다. 집 앞까지 태워다 준다는 지인의 친절을 완곡하게 거절하고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내렸다. 오후 약속 장소까지는 두어 시간 정도 여유로웠다.
무슨 변덕, 웬 심사였을까? 생각지도 않은 시내버스에 눈길이 가는 것이었다. 본오동 행 52번 시내버스가 왔다. 무조건 승차, 버스에 오르는 순간 턱 버티고 있는 작은 단말기가 무척 크게 보였다. 단말기의 기능은 알고 있었지만 당황스러워 멈칫거렸다. 단말기에 카드를 갖다 대는 손길이 살짝 떨렸다. 갑자기 목덜미가 후끈거렸다. 카드는 이상 없이 임무를 완성하고, 나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한숨을 떨어뜨리며 자리에 앉았다.
정말 오랜만에 타보는 시내버스, 언제 타보았을까 기억도 아스라하다. 마스크 쓴 손님이 드문드문, 소곤소곤 이야길 주고받는 손님, 스마트폰에 열중인 손님, 무심히 차창 밖만 내다보는 손님, 그야말로 작은 시내버스 안은 다양한 군상의 집합체였다.
버스는 스타프라자를 지나 중앙중학교를 지났다. 기사분에게 인사하며 승차하는 손님의 모습에 기분이 무척 좋아진다. 이 작은 인사가 나에게도 행복을 주는데 기사분에겐 얼마나 큰 행복일까? 무심하게 버스에 오른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순간. 시청 도착이라는 안내방송에 화들짝 놀라고 만다. 잘못 탔다.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 맞은편 버스정류장에서 타야 하는 것을…. 허겁지겁 내리는 바람에 하차 시 카드를 다시 단말기에 대야 하는 것도 잊어버렸다. 결국, 시청 정류장을 지나 자유센터 정류장에서 내려야 했다. 사라지는 버스의 꽁무니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멈출 줄 모른다. 택시를 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잠깐이었다.
‘기왕 시내버스로 시작한 것 시내버스로 끝내자.’ 마음이 편해졌다. 맞은편 버스 정류장, 52번 버스가 곧 도착했다. 이번엔 아주 일상적인 모습으로 단말기를 대한다. 그러곤 기사분에게 인사까지 한다. 단말기에서 새어 나오는 메시지까지 또렷하게 귓가에 들어온다.
계절꽃으로 한껏 치장된 시청 앞 화단이 아름답다. 시청 옆 시의회 상징기가 태극기와 함께 펄럭인다. 순간 의회 쪽에서 차창 유리창으로 벽보가 희미하게 날아와 차창에 달라붙는다.
‘젊은 희망 분명한 대안! 기호 2번 김석훈’ 지난 시절, 입을 굳게 다물고 주먹을 불끈 쥔 내 선거 벽보였다. 2006년, 지금부터 17년 전 일이다. 단원구 기초의원 바 선거구에서 당선을 했다. 그리고 2006년 6월부터 이듬해 11월 17일까지 안산시의회 의장을 맡았다. 젊음이 앞섰다. 어려움은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젊은 자화상이었다. 불쑥 미안한 마음 가슴에 가득해진다.
‘지금의 마음가짐을 그때 진즉 알았더라면 어떠했을까?’ 고개를 흔들자 그제야 오래된 시절의 빛바랜 추억의 자화상을 떨쳐낼 수 있었다. ‘지나간 일도 고맙지만, 현재에 충실하며 안산의 아침을 다시 열자.’
차창 가로수의 은행나무가 초록이다. 비로소 가게의 상호가 눈에 들어온다. 차창 밖 상가의 상호 읽기도 재미있다. 오래된 죽마고우 같은 상호가 아직도 걸려있고 새롭게 단장한 상호들이 더 많다. 상가 임대 문구도 많이 띈다. 가슴 한구석이 저리다. ‘저 상가 주인은 무슨 업종을 했을까? 잘 되어서 가게를 넓혀 간 것일까?’
그러기를 바라면서 가슴 한구석엔 자꾸만 애잔한 생각이 뭉게구름이다. 한번 빠져든 생각의 우물에서 빠져나올 줄 모른다. ‘내가 앉았던 이 좌석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앉았다 내렸을까? 그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엉뚱한 생각에 벌써 약속 장소가 있는 본오동이다. 1450원의 버스비로 무척 많은 생각을 했다. 고맙기 그지없다. 시야에서 사라지는 52번 시내버스를 한참 동안 바라본다.
“그 시절, 자화상처럼 젊은 희망 분명한 대안으로 안산의 아침을 다시 열자. 시내버스에서 선물 받은 상념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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