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훈<국민의힘 상록갑 당협위원장>

지난 7월 27일 사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아름다운 행사가 있었다. ‘공유 냉장고 · 공유 박스’ 개소식 행사였다. 공유 냉장고에 관한 기사는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어 기사가 나올 때마다 스크랩을 해왔다.
관심 깊었던 사업을 시작하는 사동 행정복지센터로 가는 발길이 설레다. 공유 냉장고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할머니 한 분이 냉장고 문을 열고 김치와 반찬을 꺼내간다.
“고마워요. 누군지는 모르지만 잘 먹을게요.” 할머니가 사라지자 이번에는 엄마와 아이가 냉장고 문을 연다. 엄마는 마른반찬을 넣고, 아이는 간식거리 과자를 넣는다.
“맛있게 잡수세요. 또 넣을게요.” 손을 흔들며 돌아가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들이 차곡차곡 쌓이게 될 공유 냉장고.
공유 냉장고는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앞으로 나아가는 사랑 나눔의 디딤돌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음식만 채우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음식을 나누면서 소통할 수 있는 연결고리이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속 가능한 나눔의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가는 아름다운 사업이다.
아름다운 개소식,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 행사 그리고 나를 돌아보게 만든 행사였다.
‘난 공유 냉장고 같은 사람이었을까? 어려운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을까?’ 머릿속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따듯하고 배려심 넘치는 사동 주민분들의 소중한 이웃사랑 정신을 본받아 저 또한 항상 약자의 편에 서서 어둡고 낮은 곳부터 살피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말만 자꾸만 귓전에서 맴돌았다.
돌아오는 길 나도 모르게 공유 냉장고가 있는 쪽을 자꾸 바라보았다. “고맙습니다. 사동 주민 여러분의 소중한 이웃사랑 정신을 꼭 본받겠습니다. 제 앞길에 또 하나의 좌우명 역할을 할 뜻깊은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
아름다운 행사는 나를 이웃의 어려움을 생각하게 만든 운조루의 추억까지 떠올리게 했다. 운조루(雲鳥樓)하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글귀 ‘타인능해(他人能解)’
오래전, 전남 구례군 운조루를 찾은 적이 있었다. 조선 영조 시대 낙안군수 류이주가 지은 99칸짜리 고택이다. 고택 속의 행랑채에 있는 쌀 뒤주에 가장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쌀 3가마 정도 들어가는 250여 년 된 원통형 뒤주. 그 아랫부분에는 타인능해(他人能解)란 글자가 적혀있었다. ‘누구든지 뒤주를 열어 굶주린 사람이 없게 하라’는 뜻이 담겨있는 글이었다. 나눔의 삶, 베풂의 정신을 실천한 우리 조상들의 타인능해. 사랑의 공유 냉장고를 이미 250여 년 전에 실천한 조상의 지혜에 새삼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나를 다시 태어나게 만든 계기가 된 곳이었다.
그러면서 김석훈 표 공유 냉장고는 어떤 것일까?
‘희망과 꿈을 여는 냉장고,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갈 힘을 주는 냉장고, 나보다는 이웃을 더 생각하게 만드는 냉장고.’
사랑으로 서로 손을 잡으며 함께 미래로 향할 수 있는 그런 냉장고를 그려본다. 작은 일부터 실천할 수 있는 그러므로 해서 주위의 많은 사람에게 미소를 안겨줄 수 있는 그런 냉장고, 김석훈 표 냉장고를 차근차근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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