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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와 저울
  • 안산신문
  • 승인 2023.10.1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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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2017년 한 남자의 서울로 향하는 행보가 여론을 탔다. 남자는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후, 춘천에서 서울까지 관용차 대신 시외버스를 타고 올라왔다. 지하철로 서초동에 도착, 서류 가방을 들고 대법원 정문을 걸어 들어갔다. 50대 후반이었으니 젊게 보였다.
그의 모습에 사법부의 올바른 개혁을 많이 기대했었다. 2017년 9월 25일 그는 정식으로 대법원장이 되었다. 그의 이름은 김명수, 그리고 지난 9월 25일 물러났다. 기대보다는 실망이 큰 행적을 보였다. 한마디로 정치 편향적 재판과 재판지연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대한민국 헌법 27조 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재임 동안 판사들의 재판지연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국민에게 감동 주는 재판을 하려고 했다지만 재판의 질은 형편없었다. 국민의힘 인사들이 얽힌 재판이나,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관련 인사들에 대한 재판은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다. 그에 반해 조국, 윤미향, 황운하, 최강욱 등 문 정권 시절 민주당 국회의원과 인사들이 얽힌 재판은 고의로 시간을 질질 끌었다.
그의 마지막 재판은 최강욱 사건이다. 1년을 질질 끌다 퇴임 직전 처리했다.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이성윤은 기소를 늦추고 법원은 재판을 미뤘다. 그도 대법원장 시절, 2020년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하고 국회에 거짓 해명을 한 혐의 등으로 고발된 상태에 있다. 그는 ‘말도 몸가짐도 조심했어야’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 후임으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6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은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이후 35년 만의 일이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이다. 후임 대법원장이 빠른 기일 내 임명되어야 한다. 한 나라의 대법원장 자리가 오랫동안 비어있는 것은 치욕스러운 일이다.
접경지역에서의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한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6일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이 2020년 4~6월 대북전단을 살포하자. 북한 김여정은 “전단 살포를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요구했다. 문 정권은 북한의 요구 43일 만에 자유북한운동연합 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그해 말 대북전단 금지법을 강행 처리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대북 전단 지속 살포는 평화 통일 정책 추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공익 침해”라고 했다. 2심도 마찬가지였다.
세월이 흐른 후 이제야 위헌 판결을 내린 헌재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우리의 사법부가 정권에 따라서 시계추 마냥 왔다갔다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 중 하나였다. 공영방송도 마찬가지였다.
사법부의 상징 중 저울 그림이 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 저울의 한쪽은 법, 다른 쪽은 죄를 올려놓고 수평을 이루어야 공정한 법 집행이 된다는 의미이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사법부의 정책은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한 나라의 근간인 법이야말로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중국 전국시대 말기 한나라의 한비자가 있었다. 법치주의 주장과 아울러 법가를 집대성한 학자이다. “법이 역량을 잃는 것은 법이 잘못 된 때문이 아니라 법을 정해놓고, 꾀를 쓰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정권들을 돌아보면 하나 틀린 말이 없다.
언제 신임 대법원장이 나타날지 모르지만, 최우선 과제는 실추된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국민을 위한 사법부라는 존재의 이유를 새기면서 국민에게 더욱 다가가는 사법부가 되어야 한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관은 어떠한 외부의 간섭 없이 오직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심판하는 재판상 독립을 의미한다.
오래전 흉악범이 한 말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떠오른다. 요즈음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등에 업고 미꾸라지처럼 법망을 빠져나가는 못된 정치인을 조롱하는 말이 언론과 SNS상에 넘친다.
‘유권무죄, 무권유죄(有權無罪 無權有罪)’
이런 못된 정치인이 꼼짝 못 하도록 저울과 같은 훌륭한 법관이 차고 넘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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