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열린글밭 칼럼 류근원 칼럼
한국의 정치, 단두대 정치인가
  • 안산신문
  • 승인 2024.04.17 09:51
  • 댓글 0
류근원<동화작가>

단두대(斷頭臺), 듣기만 해도 소름 돋는 무시무시한 사형 도구이다. 자를 단(斷), 머리 두(頭), 그야말로 머리를 싹둑 자른다는 뜻이다. 조선 시대에도 죄인의 목을 베는 망나니가 있었다. 대만 영화 ‘판관 포청천’의 “작두를 대령하라!”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 유행어가 되기까지 했다. 상상만 해도 무서운 사형 도구이다.
단두대는 프랑스어로 기요틴이라 불린다. 프랑스 혁명 당시 죄수의 목을 자르던 참수형 도구이다. 참수형을 빠르게 집행하기 위해 개발된 단두대. 무거운 칼날을 줄로 고정, 줄만 끊으면 전광석화처럼 칼날이 떨어져 사형수의 목을 그대로 베어버리는 도구이다. 루이 16세, 마리 앙투아네트도 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우리나라 총선 즈음 여야 지도자들의 사활이 걸린 ‘단두대 매치’ 양상을 띠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 아울러 ‘한국 정치는 오랫동안 원한과 복수가 지배하면서 보복을 위한 검투사의 경기장이 돼 버렸다.’라는 기사까지 실었다.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사를 들춰보면 전임 대통령과 정적에 대한 정치 보복의 악순환이 계속되었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프랑스의 AFP통신은 ‘대파의 절규, 소박한 야채가 한국 총선을 뒤흔들다’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의 총선을 비꼬았다. 윤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이 글로벌화 되었다. AFP통신은 ‘한국 음식에 널리 쓰이는 대파에 대한 대통령의 실언이 후폭풍을 몰고 왔으며 야권의 결집까지 초래, 선거의 어젠다를 바꿔놓고 있다.’라고 정확하게 분석했다. 이 또한,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다. 그러나 어쩌랴, 자업자득인 것을….
문재인 정권 시절에는 뉴욕타임스가 ‘내로남불’ 기사까지 다루어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으로 해석된다.’라고 소개했다.
단두대 정치 이전에 스포츠 분야에서 ‘단두대 매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기는 쪽은 살아남고, 지는 쪽은 목이 잘리는 경기라는 뜻이다. 패할 경우, 감독이 경질되기까지 하는 경기를 묘사할 때 이용되었다. 이제는 다른 나라에서까지 우리나라의 정치를 ‘단두대 정치’라고까지 비아냥대고 있으니 분노가 치솟다 못해 서글픈 마음마저 들 정도이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75석, 국민의힘은 108석을 차지했다. 그야말로 다시 일어설 수 없을 정도의 여권 참패였다.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비롯 고위직들이 모두 사의를 표명했다. 총리 역시 사의를 표명했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역대 정부에서도 선거 패배 후에는 단골 메뉴처럼 인적 쇄신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번처럼 무더기로 사의를 표명한 전례는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지만 요원한 길일 수밖에 없다. 야당이 협조를 할까? 어림없는 일이다. 대통령 탄핵까지 서슴지 않고 해댔던 그들이다. 야권은 그들의 힘을 이용해 사사건건 발목을 붙잡으며 복수 혈전을 시작할 것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이다.
이제는 윤 대통령이 발 벗고 나서 거대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협치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조차 하질 않았다. 그 후 질의응답 없는 KBS와의 대담으로 국민의 빈축을 샀다. 의료개혁, 황상무 회칼 발언과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 논란, 해병대 채상병 사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질 못했다.
총선은 끝났다. 그야말로 역대급 비호감 저질 선거였다. 범죄자, 막말꾼, 투기꾼들이 얼굴에 철판 깔고 당선된 2024년 제22대 총선의 자화상이었다. 국회의원의 질은 떨어지고 나라 전체가 극단적 진영 대립으로 치달았다. 뉴욕타임스의 지적대로 '단두대 매치'였다. 다른 나라까지 비웃는 우리 정치, 누가 누구를 탓하랴. 다 자업자득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정치는 어디로 갈 것인가? 안갯속의 미로를 또 헤맬 것인가? 협치와 신뢰로 다시 일어설 것인가? 그 무서운 단두대가 자꾸만 떠오르는 봄밤, 하늘에 떠있는 아름다운 초승달이 단두대의 예리한 칼날처럼 보이는 밤이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