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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일
  • 안산신문
  • 승인 2024.04.2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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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철학자인 마크 롤렌즈는 애완동물인 늑대와 11년간 동거한다. 개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전혀 다른 늑대와 사는 일은 힘들지만, 사유와 철학으로 관성으로 흘러가는 삶에서 실존주의 철학의 예를 알려준다.
 지구상에서 사는 생물은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 저자는 동물의 권리를 위해서 도덕적 채식주의자가 되어 고기를 먹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이 키우는 늑대에게는 최소한의 육식인 참치통조림을 하나씩 섞어서 준다. 늑대와 함께 사는 일은 많은 것을 양보하고 포기하게 만들지만, 사회성을 배우고 실존주의적 사유로 풀어나간다. 그러나 작가는 늑대를 지키기 위해서 세계를 떠돌고 은둔자, 사회 부적응자를 자청하는 삶을 살아간다.
 개들이 우리 인간의 영혼 속에 오래도록 잊혀 있던 깊은 구덩이를 파내기 때문이라고. 그 구덩이 속에는 영장류가 되기 이전의 우리가 살고 있다. 그것은 바로 한때 늑대였던 우리의 모습이다.-『철학자와 늑대』 본문 중에서
 작가는 늑대와의 삶이 염세적인 삶의 도피라고 여겼다. 요즘 주변에 반려동물로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집이 많다. 사람들을 만나면 대화의 내용이 주로 반려동물 이야기다. 또 휴대전화기 프로필 사진에도 반려동물의 귀여운 모습이나 재롱을 올려놓는다. 손주가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 사진을 자랑하는 것과 비례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개고기를 보양식으로 먹는 문화가 만연했다. 주변에도 영양탕이라며 개고기를 파는 식당이 많았다. 전쟁이 나면 구황식품이라며 개를 앞세우고 피난을 떠나는 시기도 있었다. 30년 전 노태우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했을 때 개고기를 먹는다고 영국 국민이 현수막을 들고 대통령과 우리나라를 비난했다고 한다. 그때 대통령은 영국 국민은 우리가 안 먹는 말고기를 먹지 않느냐며 식문화의 차이를 설명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강산이 셀 수 없을 만큼 변했다. 나도 예쁜 반려견을 입양해서 키운 적이 있다. 녀석의 재롱에 푹 빠져 우리 집 서열 1순위는 반려견이 되었다. 외출하자고 옷을 물고 와서 자는 나를 깨우기도 했다. 아침이면 간식을 달라고 머리맡에 와서 비벼댔다. 아이들이 졸라서 입양했지만 나와 남편이 더 좋아했다.
 녀석이 병이 난 걸 알게 되었을 때 살려보려고 병원을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체격이 작은 반려견은 힘든 치료를 견디지 못했다. 장을 비워야 한다며 입원을 시켰는데, 면회하러 갔을 때는 눈을 감고 말았다. 반려견이 죽자 아이들은 엄마가 잘못 관리해서 병이 났다고 나를 원망했다. 꽤 비싼 돈을 주고 장례를 치렀다. 한참 동안은 우리 집안도 시무룩했다. 그 흔적을 지워내기에 시간이 걸렸다.
 얼마 전 지인의 반려견이 죽었다. 반려견보다 그녀가 실의에 빠져 앓았다. 그 반려견의 명복을 비는 조문을 단체 대화방에 있는 모든 회원이 다 올리는 것이다. 아마도 조의금을 보낸 사람도 있는 것 같았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삶에서 가장 불편한 순간이었다. 가족인 반려견이 떠났으니 슬픈 마음은 알겠으나 지인인 우리도 그 아이가 가서 슬펐으나 문상의 행위가 지나치게 느껴졌다. 나도 그렇게 소문내고 슬퍼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기쁨이나 유대감 등을 얻기 위하여 가족처럼 키우는 동물을 펫이라고 한다. 요즘 주변에는 펫산업이 활발하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라고 한다. 펫 집사들이 자기 아이에게만 유난 떨지 않아야 오랫동안 동반자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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