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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법대로 해
  • 안산신문
  • 승인 2024.04.2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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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공원에서 초등학생들이 말다툼을 벌였다. 처음에는 조곤조곤 따지더니 점점 목소리가 커졌다. 엄마한테 이르니 마니 하며 급기야는 멱살이라도 잡을 듯 일촉즉발까지 갔다. 그러다 희한한 말 한마디로 싱겁게 끝나 버렸다. “법대로 해!” 아이들은 사라졌다. 그리고 공원은 정적 속으로 빠져들었다.
“법대로 해!” 소리가 자꾸만 귓전에 메아리친다. 비아냥 대는 소리일까, 아니면 법을 믿는다는 소리일까?
법은 사람들이 지켜야 할 규칙이고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기준이다. 우리가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법이 받쳐주고 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판사를 ‘판새’라며 조롱하는 말이 넘쳐흐른다. 판결문을 보고 “판사 자녀도 똑같이 당해야 정신 차린다.”라는 비아냥 댓글이 인터넷에 넘쳐흐른다. 게다가 정권에 빌붙어 하수인 노릇을 한 법관들을 우리는 그동안 무수히 보아왔다.
그러기에 아직도 법하면 떠오르는 말이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이다. 돈이 있을 경우 무죄로 풀려나지만, 돈이 없으면 유죄로 처벌받는다는 말이다. 희대의 인질극을 벌였던 지강헌에 의해 더욱 유명해진 말이기도 하다.
88서울올림픽이 있었던 1988년 10월 16일이었다. 이런저런 범죄로 17년형을 선고받은 지강헌과 죄수들이 권총탈취까지 해 탈출을 했다. 전국에 비상이 걸렸다. 당시 73억 원을 횡령한 전경환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법원에 국민까지 분노했다. 탈출범들은 10월 15일 밤 가정집에 침입, 가족을 인질로 잡았다. 이들의 인질극은 TV로 생중계 되었다. 국민들은 핏발선 눈으로 권총을 머리에 겨눈 채 절규한 남성의 말을 들으며 전율했다. 지강헌이었다.
지강헌은 “돈 없고 권력 없이는 못 사는 게 이 사회다. 전경환의 형량이 나보다 적은 것은 말도 안 된다. 돈이 있으면 판검사도 살 수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리 법이 이렇다!”라고 외쳤다. 지강헌은 영국의 음악 그룹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들으며 유리 조각으로 목을 찔러 자살을 기도하던 중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지강헌으로 인해 비지스의 홀리데이가 우리나라에서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법의 날’은 법을 준수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 법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 위하여 제정된 기념일이다. 매년 4월 25일로 올해 61회째 맞는 날이다.
법의 날을 최초로 제정한 나라는 미국이다. 1958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5월 1일을 법의 날로 제정했다. 국제적으로는 1963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법의 지배를 통한 세계평화대회’에서 법의 날 제정을 권고하기로 결의하였다. 우리나라도 이에 따라 1964년부터 실행해 오고 있다.
법의 날을 언제로 할 것인가를 두고 제헌절과 한국 최초의 법전인 경국대전이 완성된 9월 27일로 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국제관례에 따라 5월 1일을 법의 날로 정했다는 뒷이야기도 있다. 2003년부터 법의 날이 4월 25일로 바뀌었다.法의 원래 글자는 灋(법)이었다. 이 글자는水+廌+去(물 수+해태 치+갈 거)를 합친 회의문자이다. 물 앞에 사람이 서 있고 해태가 그것을 심판하고 있는 모양새다. 해태는 시비와 선악을 판단하는 상상 속의 동물이다. 나쁜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보면 뿔로 받아버린다는 설화도 있을 정도이다. 글자가 너무 어려운 법(灋)은 지금의 법(法)으로 간략하게 바뀌었다. 
1964년 제1회 법의 날 기념식에서 “권력의 횡포와 폭력을 배제하고, 기본인권을 옹호하며 공공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해 국민에게 법의 존엄성을 계몽”하기 위하여 법의 날을 제정한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많은 날이 흘렀다.
올 법의 날에는 그 어느 해보다 법조인의 반성과 법치주의 수호에 대한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 결성되는 제22대 국회는 대오각성을 해야 한다. 이제 선거법 위반 의원들에게 한차례 회오리가 몰아닥칠 것이다. 위법이 발견되면 즉시 쫓아내야 한다. 지난 정권처럼 질질 끌지 말아야 한다. 몇 사람을 위한 방탄국회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성숙한 민주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할 길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법 위에 아무도 없고, 법 아래 아무도 없다.”라는 말 속에 초등학생의 “법대로 해!”라는 말이 들려온다. 찌질한 국회의원 모습도 겹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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