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훈 제일교회 담임목사

봄
봄은 보라는 계절이다. 모든 것을 눈뜨고 보는 것이다. 해동을 보며 인생은 풀고 살아야한다. 얼어붙은 인간관계를 풀고 살라는 메시지다. 새싹을 보는 계절이다. 영하 수십도의 얼어붙은 땅속에서 폭풍 눈보라 모두 견뎌내고 썩지 않고 죽지 않고 솟아오르는 무서운 생명력을 본다.

또한 모든 것이 새 출발하는 새로운 시작을 보아야한다. 봄의 계절은 결코 지난겨울의 고통을 뒤돌아보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고 오직 새 출발에 전심을 다한다. 백미러만 보고 달리는 운전자는 전진은 고사하고 사고로 자신과 남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다. 일분 지난 것도 과거란 명언이 있다.

실패한 과거 부끄러운 과거는 지나갔다. 좌절 않기 위해 뒤돌아보지 않고 새 출발한다. 영광스런 과거 집착하지 않고 교만하지 않고 허망한 꿈꾸지 않기 위해 뒤돌아보지 않는다. 봄은 보라는 계절 살아있는 것들의 생존의 생명력과 더 나은 내일을 향한 새 출발의 생명력 그것을 보는 인생계절이다.

여름
여름은 열라는 계절이다. 창문을 열어 공기를 순환하고 수문을 열어 홍수진 물을 내보낸다. 모든 초목들은 문을 열고 신록과 향기와 열매를 나눈다. 우리도 마음의 대문도 열고 이 땅 어디에서나 사랑을 나누어야 한다. 사랑은 사람이라는 말에서 왔다. 사람은 사랑이다. 사랑은 나눔이다.

나눔이 있을 때 진정한 사람이 된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고 사랑은 덕이다. 덕은 떡에서 왔다. 떡은 나눌 때 진정한 떡이 된다. 떡을 나눌 때 떡은 덕이 된다. 그러나 떡을 나누지 못할 때 떡은 적이 된다. 우리민족은 까치밥으로 끝 열매를 남겼고 가난한 이웃과 나누려고 끝물 과일과 이삭을 남겼다.

잔치음식 가지고 올 때도 집안에 들어오기 전 집안 벌레와 나누어 먹었다. 콩 한조각도 나눠먹는 사랑과 떡과 덕이 있는 민족이 우리나라 여름민족이다. 니체의 말을 기억하라 그대가 만일 악마와 싸우고 승리했다해도 그대 또한 악마가 돼있을 것이다. 악마와 싸워 이겼기에…

가을
가을은 가는 계절이요 가을갈이 계절이다.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것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순리로 사는 인생의 지혜다. 가을은 가야할 때 갈 줄 아는 지혜의 계절이다. 앞사람이 떠나야 뒷사람도 앞사람 될 수 있고 열매도 과목을 떠나야 모두에게 양식이 되고 생명이 된다. 그들이 떠날 시간에 떠나지 않으면 낙과가 되든지 해충의 침입을 받아 쓸모없는 과일이 되고 만다.

독재자들이 가을의 ‘갈’ 교훈을 몰랐기에 떠날 기회 놓치고 그 많은 공적에도 욕망과 교만덩어리 독재자로 전략해 자신도 망치고 가족도 망치고 민족도 망친다. 또한 가을은 가을갈이 계절이다. 원래 땅은 가을갈이를 한다. 겨울 북풍의 풍화작용을 위해서다.

연단을 통해 옥토를 만드는 위대한 작업이 가을갈이다.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는 내 작품 읽을 자격이 없다고 고통 겪지 않는 독자를 경계했던 그 말 한마디로도 괴테는 위대한 문호다. 갈이는 개혁이다. 개혁은 남을 갈아엎는 것이 아니라 나를 갈아엎는 것이다. 이것이 개혁의 시작이다.

겨울
겨울은 겨우 살라는 계절이다. 우리 인생은 이렇게 봄 여름 가을 지나 겨울의 계절이 올 것이다. 직장도 잃고 소득도 잃고 건강도 잃고 가족도 잃고 명예도 영광도 모두 떠난 IMF 겨울이 온다. 지금 우리도 겨울이 왔다면 겨울처럼 겨우 살아내야 한다. 지난날 사치스럽고 화려한 옷들을 다 벗어야한다. 겨우 살아내기 위해서다. 그러나 꿈꾸며 인내하며 봄을 기다리며 살아야한다.

이상화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외치고 윤동주는 그의 서시로 영랑은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의 봄을 기다림으로 겨우살이하며 나라도 땅도 민족도 이름도 정신도 자유도 다 잃어버린 일제강점 36년 동안 해방의 봄이 오길 꿈꾸었다. 겨울은 길다. 길다는 것은 기다림으로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세종은 한글을 창제할 때 백성이 아무렇게나 말하며 살지 말고 뜻으로 말하며 뜻으로 행동하며 뜻으로 살라고 이렇게 아름다운 4계를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 했다.

생명으로 키운 모든 열매/ 결국 떠난다 해서/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 모두에게 나눠준 것이/ 어떻게 손실인가/ 갈바람 불어 찢겨진 모습되어/ 낙엽으로 진다해도/ 우리에게는 땅 깊은 영토가 있는데/ 무엇이 슬픔인가/ 칼바람 몰아쳐/ 모두 벌거벗고/ 벌판에 홀로 선다 해도/ 우리에게 내일이 있는데/ 누구 탓하고 살 것인가/ 풍요로움이 오히려 허물된 세상에/ 가난함이 우리에게 얼마나 하늘인가/ 사랑하는 이여/ 너와 내가 유실수의 삶을 보며/ 모두에게 보탬이 되고 덕이 되자/ 덕은 떡이다/ 떡은 나눔이다/ 떡 나누는 곳에 덕이 있고/ 떡 나누지 못한 곳에 적이 있기에    
 ― 졸작「유실수의 삶」

정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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