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는 수도권지역의 대표적인 산업도시에서 해양관광도시로 탈바꿈을 시도하며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도와 시화호라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서해안 일대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육성하겠다는 경기도와 안산시의 비전에는 안타깝게도 타 시·도와 차별화된 아이템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탄광도시에서 ‘박물관 고을’로 발돋움하고 있는 강원도 영월군과 버려진 조그마한 섬에서 대표적인 한류 관광지로 탈바꿈한 ‘남이섬’의 성공신화는 눈여겨 살펴볼 사례다.

<유원지에서 한류 관광지로 변모한 '남이섬'>

남이섬은 1944년 청평댐을 만들 때 북한강 강물이 차서 생긴 경기도와 강원도 경계에 있는 내륙의 섬이다.
수재 민병도선생이 1965년 토지를 매입, 모래뿐인 볼모지에 다양한 수종의 육림을 시작하며 종합휴양지로 조성해왔지만 10년전까지만 해도 성인 카바레가 성업 중이었고 대학생들 흥청망청 먹고 마시던 유원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의 남이섬은 내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관광명소로 변모했다.

△특별한 마케팅을 통해 한류대표 관광지로 자리잡은 남이섬. 한류 열풍을 반영하고 있는 전시관을 관람하고 있는 관광객.

남이섬이 한류관광지로 부각된 것은 한류 드라마 ‘겨울연가’의 성공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하지만 드라마가 방영된 지 8년이 지났음에도 지난해 남이섬을 방문한 관광객이 200만명을 넘어서고 이중 외국인만 25만명을 넘어선 것은 남이섬에는 뭔가 ‘특별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 특별함은 바로 ‘마케팅’에 있다.
남이섬은 지난 2006년 ‘나미나라 공화국’이라는 독립국가 선포를 했다. 국가도 만들고, ‘무법천지법’이라는 헌법도 제정했다.  여권과 비자는 물론 ‘남이통보’라는 자체 통화도 사용하고 있다. 이 ‘남이통보’로 마트에서 장도 보고 기념품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남이섬이 관광객에게 ‘상상의 나라’로 남게 하기 위한 이색 마케팅이다. 여기에 폐목과 소주병 등을 재활용한 친환경상품 등을 통해 다양한 볼거리도 조성해 놓았다.  서울의 인사동 거리 정비사업 당시에는 보도블록과 조각품을 남이섬으로 옮겨와 인사동길을 만들었다.

심지어는 낙엽조차도 서울 송파구 등지에서 공수해 온 것이다.
도심에서는 버려지는 낙엽이 남이섬에서는 가을 분위기를 연출하는 요긴한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남이섬은 가을이면 거리마다 낙엽으로 포근히 감싸 안겨져 있어 오솔길은 낙엽 사이를 걷는 관광객에게 남다른 추억을 안겨준다. 

남이섬의 또 한가지 특징은 2008년부터 시작한 나무심기 행사다. 각 나무마다 심는 사람의 이름이 색진 명패를 걸어 놔 관광객들에게 ‘자신만의 나무’라는 의미를 되세겨줄 뿐만 아니라 매년 이 곳을 다시 찾게하는 매개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섬내 곳곳에 걸려 있는 만국기와 각국의 문자도 보이지 않는 마케팅 전략 가운데 하나다.
중국 관광객이 방문하는 날엔 오성홍기를 나미나라 국기와 휘날리게 하고 중국 전통문화공연도 펼쳐진다. 이를 통해 나미나라공화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기억을 선물하는 것이다.

남이섬의 대표적인 메타세콰이어 길. 가을엔 송파구에서 공수한 낙엽이 깔려 관광객에게 남다른 추억을 안겨준다.

이런 ‘독특한 마케팅’을 통해 남이섬은 이제 한류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1년 27만명 수준이던 나미나라공화국 입국인수가 2004년 140만명, 2009년도에는 200만명으로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곧 있으면 남이섬에는 ‘짚 와이어(Zip Wire)’라는 새로운 시설이 들어선다.
남이섬 선착장과 가평 선착장을 거대한 밧줄로 연결해 도르레를 타고 양안을 오갈 수 있도록 한 레저시설이다.
이제는 배를 타지 않고도 하늘을 날아 ‘상상의 나미나라’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박물관 하나로 지역을 살린 '영월군'>

강원도 최남단에 위치해 자연경관이 수려한 영월군. 1960년대까지 태백·정선 등지와 함께 탄광촌이였던 영월군이 ‘박물관 고을’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통해 문화관광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폐광지역을 전락한 강원도 영월군은 '박물관'을 통한 다양한 연계상품 개발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다. 영월에 있는 별마로 천문대 전경.

영월은 1980년대 석탄산업합리화정책 이후 폐광지역으로 전락, 한때 16만이였던 인구는 이제 4만명에 불과할 정도로 지역경제가 붕괴됐다. 또한 면적의 88%가 산악지형이고, 동강과 서강, 탄천강, 주천강, 남한강 등 5개 강이 산재해 산과 물밖에 없는 작은 마을이 다시 지역경제를 되살리기에는 녹록치 않았다.

이후 국내외 관광환경의 변화와 교통망 개선 등으로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추세였지만 한번 둘러보고 지나가는 관광이 주를 이뤄 지역경제에 큰 파급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영월은 이 같은 악조건을 극복하고 ‘박물관’을 통한 다양한 연계상품 개발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박물관

영월군은 1995년 ‘박물관 고을’이라는 문화기반시설 확충사업을 기안한 이후 2005년부터 본격적인 ‘박물관 신활력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10년 현재 20개의 공·사립 박물관이 있다.

국내 최대 석회암지대인 영월에만 300여개의 자연동굴이 있는 점을 착안 세계 최초로 화석 동굴생태박물관을 건립했다. 이후 조선민화박물관ㆍ동강사진박물관ㆍ아프리카미술박물관 등 미술관련 박물관이과 단종역사관ㆍ김삿갓문학관 등 문화관련 박물관, 곤충박물관ㆍ별마로천문대 등 자연사 관련 박물관, 그밖에 도자미술관ㆍ세계민속악기박물관 등 다양한 박물관이 줄줄이 이곳에 자리 잡았다.

박물관이 설립됐다고 지역경제가 살아나지 않았다. 그래서 지역민들과 전략적 네트워킹을 수립했다. 예를 들면 곤충박물관을 중심으로 주변 마을에서 곤충을 사육해 판매하고, 동물원등에 공급한 사료를 재배한다.
이런 박물관 문화상품과 지역농특산물을 연계한 그린컬처마켓(Green-Culture-Market)사업을 통해 지난해만 4억여원의 신규 매출을 올렸다.

△사진박물관을 찾은 관광객

◆남다른 마케팅 전략 -다하누촌 케쉬백

이 같은 영월군의 마케팅 전략은 여기저기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박물관과 다하누촌을 접목한 캐쉬백(Cash-Back)사업이다. 영월군에 소재한 20개 박물관과 한우영농조합 다하누촌 간에 업무협약을 통해 상호 윈-윈(Win-Win)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박물관 관람티켓을 가져가면 그 금액만큼 한우를 공짜로 제공하고, 한우 구입 영수증을 가져가면 입장료 30%를 할인해 준다. 

이형수 영월군 문화관광과장은 “당장 손해보는 장사 같지만 이를 통해 영월 체류 시간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관광객의 체류비용이 늘어나 영월군 전체적으로 보면 남는 장사”라고 말한다.

또한 생태박물관과 아프리카박물관은 고씨동굴 앞에 지어 패키지상품화했다. 한 곳만 왔다가는게 아니라 여러 곳을 들리게해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이를 통해 음식점 등 주변상가에도 돈을 쓰게 하는 전략이다.

이 같은 영월군의 노력으로 박물관을 포함한 유료관광객은 작년 110만명에서 올해 8월 이미 그 수를 돌파했고 연말 150만명을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구도 전년에 비해 0.1% 증가했고, 서비스업체는 6.8% 늘었다.
수입도 2008년 674억원에서 지난해 927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7.8% 늘어나는 등 경제적 파급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영월군 문화관광과 이형수과장은 “호주는 천혜의 자연유산인 블루마운틴으로 관광객을 유치하지만 오페라하우스라는 랜드마크를 통해 돈을 벌고 있다”며 영월이 동강등 자연조건을 관광 상품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고 “수려한 자연환경(동강 등)과 역사문화 유적(단종 유배지 등)을 보러 몰려온 관광객을 박물관으로 유도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영월군의 전략을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No Repent’ 정책을 강조했다. ‘결코 후회하지 않을 정책’이라는 뜻이다.
일부 우려되는 점 때문에 과감한 정책을 펼치지 못하는 일부 공무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란다.
“‘박물관 고을’ 정책 중 일부는 문제점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절대 후회하지 않을 정책입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김형욱 기자  hyung@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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