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근 원 동화작가 (안산화랑초교 교장)

오는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다. 빼빼로 데이의 엄청난 광고 쓰나미에 파묻혀 무관심 속에 맞는 농업인의 날이다. 우리나라엔 기념일이 많다. 그것이 정부에서 정한 공식 기념일이라면 별 문제가 되질 않는다.

문제는 무개념의 사이비 기념일들이 공식 기념일들을 질식사시키고 있는 데 있다. 제과회사들의 장삿속에 놀아나는 쓸데없는 사이비 기념일들이 너무나 많다. 게다가 그 사이비 기념일에 비판 없이 휩쓸리는 우리들이 더 문제이다. 농업인의 날과 겹친 11월 11일은 제과업체의 명절날이라 할 수 있는 빼빼로 데이다.

11월 들어서기가 무섭게 제과회사의 무차별적 현란한 광고로 소비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라는 희한한 광고로 소비자들의 충동구매를 한껏 부채질하고 있다. 대형마트에는 빼빼로 과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포장 잘 된 빼빼로는 몇 만원까지 호가하고 있어 귀하신 몸까지 되었다. 빼빼로 데이에 묻혀 11월 11일이 농업인의 날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다.

농업인의 날은 정부가 제정한 우리나라의 공식기념일이다.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한 것은 한 해의 농사, 특히 쌀농사 추수를 마치는 시기로서 수확의 기쁨을 온 국민과 함께하고자 제정한 것이다. 11월 11일로 정한 취지는 한자로 십일(十一)을 위 아래로 붙이면 흙토(土)가 되기 때문이다. 농업이 우리나라 경제의 뿌리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1996년 제정되었다. 이날엔 각종 기념행사를 개최함으로써 풍년 농사를 축하하고, 그동안 고생한 농업인의 노고를 치하해 주고 있다.

또한 농업인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던 가래떡 먹는 행사를 활성화 시켜 가래떡 데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우리 전통떡인 가래떡을 세워놓은 모습에서 착안한 것으로 우리 쌀을 소비하자는 절절한 뜻도 담겨 있다.

빼빼로 보다는 가래떡을 먹으며 농업의 소중함과 농업인의 구슬땀을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이다. 농업인의 날이 제정되기 전까지 ‘권농의 날’이 매년 5월 넷째 화요일에 시행되었다. 주로 모내기 일손 돕기를 지원해 온 기념일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거머리 떼에 종아리를 뜯겨가며 모내기를 도와준 기억이 아직도 뇌리에 선하다. 권농의 날은 1996년 농업인의 날이 공식 지정되면서 폐지되었다.

우리가 몸담고 사는 안산시도 해마다 풍년농사 기원제를 올려 왔다. 홍수와 가뭄 그리고 병충해를 잘 견뎌 한 해 농사의 풍년을 함께 빌었다. 지난해 초가을 몰아닥친 태풍은 그 여느 태풍보다 농업인에게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지난 해 농업인의 날, 안산시는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실의에 빠져있는 농업인들에게 희망의 자리를 마련했다. 시민의 날 체육대회를 취소하고, 행사 예산 3억2천만원을 태풍피해 농업인에게 지원한 선행에 많은 시민들이 감동을 받았다. 올해에도 희망과 미래를 안겨주는 농업인의 날이 되길 바란다.

지난 10월 24일에는 안산 관내 농협인들의 한마음 체육대회가 열렸다. ‘농업인 실익 증진에 앞장서자’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농협안산시지부, 군자농협, 반월농협, 안산농협 등 이 주축이 된 행사였다.

이 자리에서 농협 임직원들은 안산 관내 농업인을 위한 봉사와 농가 실익 증진에 기여하자고 여느 해보다 큰 뜻을 모았다. 좋은 행사였다. 일회성이나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행사를 떠나 농업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행사였다.

올해로 농업인의 날은 16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한 해 동안 풍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농업인들의 노고에 진심어린 위로를 보내야 한다. 또한 농업인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도록 힘찬 박수를 보내야 한다.

정부에서는 기념식 때 성공한 농업인들에게 훈·포장을 수여하고, 농민단체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례행사보다는 실질적으로 농업인들의 피부에 와 닿는 정부시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빼빼로 데이에 지지 않도록 가래떡 데이의 새로운 문화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젊은이들이 우리 쌀로 만든 떡을 선물로 주고받는 문화를 활성화 시키고, 나아가 우리 농업과 농촌의 소중함을 되새겨보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류근원 동화작가 (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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