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 동화작가 (화랑초등학교 교장)

그러나 올 한 해는 여느 해보다 국민들이 힘들었던 해였다. 아니 힘들었던 한 해가 아니라 지치게 만들었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 싶다. 다사다난이란 단어로는 성이 안 찬다. 그래서일까? 12월,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이 너무나 무겁게 느껴진다.

연초엔 구제역으로 전국의 축산농가가 초토화 되다시피 했다. 100여만 마리의 가축과 함께 축산농가의 눈물도 함께 매몰되고 말았다. 삼호쥬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되고, 우리의 해군 청해부대가 구출작전을 감행, 전원 구출하는 쾌거가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제미니호의 우리 선원 4명이 풀려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가 기폭제 되어 중동 여러 나라의 민주화가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일본은 진도 9.0의 강진 발생과 그로 인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은 온 세계를 경악시키게 만들었다.

대학생들의 눈물겨운 반값 등록금 촛불 시위가 이어졌지만, 대학은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인다. 이 와중에서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연임 소식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결정은 국민들을 기쁘게 만들었다.

100년만에 쏟아진 폭우로 서울 도심이 침수되고, 우면산은 천재와 인재 사이의 논쟁에서 아직까지도 쉴 틈이 없다.

9월 중순엔 가을철임에도 기온이 치솟으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 사상 초유의 정전 대란이 발생했다. 더 우려가 되는 것은 올 겨울 전력난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절약의 지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껴진다.

북한의 연평도 기습 포격 1주기를 맞았다. 철모 외피에 불이 붙고, 입술부위에 화상을 입으면서도 대응사격을 한 젊은 군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연평도 주민들은 아직도 그날의 악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 안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각인시켜주었지만, 양은냄비 물 끓듯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정치인들을 보면 그렇다는 뜻이다.

서울시 교육감이 독직 사건으로 연루 되고, 서울 시장의 사퇴로 서울이 흔들렸다. 어디 서울뿐인가? 그리스 국가 부도 사태로 유럽연합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가 시민군에 의해 사살되었는가 하면, 태국은 대홍수로 도시 철수령까지 내렸었다. 자연재해의 무서움을 새삼 일깨워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시민운동가 박원순 씨가 당선되어 국민들이 기존정당에 얼마나 신물을 내고 있는가를 깨닫게 해주었는데도 유독 그들만은 못 깨닫고, 아직도 우왕좌왕 아집과 고집의 틀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고 있다.

한미 FTA 비준 무효 촛불 집회가 식을 줄 모르고, 국회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국회의원을 일부에서는 안중근, 이준 열사에까지 비유를 하니 개가 웃어도 한참 웃을 일을 정치꾼들은 용감하게 하고 있다.

12월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나라는 어수선하기 그지없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일, 선관위 해킹 범인은 여당 국회의원 비서의 짓이란 게 밝혀져 국회가 또 한 번 요동치고 있다. 손톱만한 의혹 없이 파헤쳐져야 한다.

연간 무역액 1조달러 달성의 위업을 기록했다. 세계에서 아홉번째로 달성한 자랑스러운 기록이다. 그 자랑스러운 기록도 티격태격 정치판에 묻혀 안타깝기 그지없다.

내년은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이다. 벌써부터 정가는 총선과 대선의 회오리에 휩싸여 혼돈 상태이다. 내년은 우리나라 발전의 중요한 기로에 서있는 해이다.

정말로 잘 뽑아야 한다. 나 외엔, 내가 속한 정당 외엔 모든 것을 적으로 보는 정치꾼들은 절대 뽑지 말아야한다. 모두가 네 탓으로 돌리려는 그런 꾼들에겐 눈길조차 주지 말아야 한다. 서로를 보듬어줄 줄 알고, 함께 나아갈 줄 아는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 왜 우리에겐 존경받을 정치인이 없는 것인가? 해답이 없다.

고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집합으로 인간사를 설명하던 선생님의 쇳소리가 귓전에 생생하다.

“집합 가와 집합 나가 있다. 이 집합 가와 나의 겹쳐지는 부분을 우리는 교집합이라고 한다. 세상살이는 이렇게 교집합이 되는 부분이 많아야 한다. 그래야 따뜻한 사회가 되는 거다. 사랑도 두 사람의 교집합 부분이 많아야 오래 가듯, 세상살이가 다 그렇다. 알았지?”

12월엔 모두가 지나온 날을 돌아보며 새해 맞을 준비를 차분히 해야 한다. 그래서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달이 아니다. 지난해와 다가오는 해를 이어주는 징검돌 구실을 하는 소중한 달이다. 이래저래 12월, 한 장밖에 남지 않는 달력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류근원 동화작가 (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kwroo@hanmir.com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