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채 논설위원

‘광주·전남 지역 새로운 학교 준비 모임’ ‘산청 어린이 간디학교 모임’ ‘변산 공동체 학교 준비 모임’ 등 전국에 벌써 10여 곳이 넘는 대안학교 준비 모임들이 움직이고 있었고 안산에서도 대한학교가 준비되어 활동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운동 자체가 교육운동이다 보니까 뜻을 같이하는 학부모와 교수,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이 새로운 학교 만들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의 새로운 학교 준비 모임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전북대의 고형일 교수는 결과보다는 그 과정을 중시하는 새로운 교육을 위한 계획을 연구하고 수립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 의미를 두겠다’는 말 한마디에 이 운동의 목표와 방향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그렇다.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 흘리는 땀과 눈물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비단 우리 사회의 교육 현실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뿌리 깊게 정화되어져야 할 21세기 선결 과제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사실상 우리 사회 뿐만 아니라 세기말을 맞고 있는 지구촌의 모든 인류는 눈물과 고통, 그리고 환희가 뒤범벅되어 있는 과정보다는 오로지 성공이냐, 실패라는 흑백의 결과에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내적인 아름다움과 성숙보다는 바깥으로 드러나는 외명의 화려함과 겉치레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이러한 인류문화의 퇴행은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고 번쩍거리는 물질 문명의 탓일 수도 있겠고, 또 황금만능주의에 물든 나약한 우리 시대의 부끄러운 자화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 우리 시대는 단순히 한세기를 접는 세기말을 맞고 있을뿐만 아니라, 새로운 천년을 향한 21세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4월에 펼쳐진 국내의 19대 총선에서부터 대통령 선거까지 2012년 한해는 단단히 준비해야 하는 해이다.

아울러서 올해는 우리 민족이 성공적으로 가느냐 마느냐 하는 중요한 해이기도 하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어느때 보다도 성숙한 시민 의식과 안정된 사회 분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종 때 지어진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중에는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움직일새 꽃 좋고 열매가 많으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그칠새 내에 이러 바다로 가나니...’라는 의미 심장한 구절이 나온다.

이 구절은 단순히 조선왕조의 초기 사회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새 세기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 후손들에게도 아주 적절한 교훈을 남겨 주고 있다.

꽃 좋고 열매 많은 뿌리 깊은 나무가 되느냐 마느냐... ...

또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냇물을 이뤄 마침내 태평양과 대서양 등 큰 바다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샘이 깊은 물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그 갈림길이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박규채 논설위원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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