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규 논설위원
에피소드 1
약 10년 전 이맘때 가장 큰 이슈는 공해문제였다. 봄이 오는 것이 무서웠다. 산업단지 인근의 주민들의 경우 문을 열수도 없었고 시청자유게시판에 민원건수가 100건은 쉽게 넘어갔고, 환강환경관리청 앞에는 항의자들이 끊임없었고 시장실은 면담요청으로 시달려야했다. 이때 지역사회에서 추진한 운동이 단속권이양과 환경기술개발센터 유치활동이었다.
수많은 공문이 오가고 종합청사로 짬짬이 항의농성도 하며 정말 지루한 싸움을 벌였다.
끝없는 단속의 요청으로 한강환경관리청 직원들과 단속을 나간 후, 연이어 검찰과 단속을 나가는 날도 있었다. 이때 기업주들도 고통의 연속이었다. 웬만하면 영업정지였으니 기업의 피해도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목이 잘리니 봐달라는 월급사장들의 목메는 소리에 같이 아픔을 함께하기도 했다. 몇 명 안 되는 환경부 단속직원의 경우 과로로 입원하는 직원들이 속출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단속권을 이양할 수밖에 없었고 환경기술개발센터 또한 안산지역으로 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고 확신했었다.
그러나 이를 오다가 머문 곳이 경기도였다. 제주는 안산시청 환경보호과 직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부리고 결과만 챙겨먹은 경기도가 가진 것이었다. 결국 읍소와 협상도 모자라 인신공격성 성명전을 벌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극단적인 과정 속에서 사과와 협상을 거쳐 단속부서가 시흥으로 옮겨왔고, 민간 환경감시단 운영예산을 얻어왔으며 용인대학교에 빼앗겼던 환경기술개발센터를 안산과 시흥으로 유치하였다.
생태하천을 외치며 안산천, 화정천 여기저기를 쉴새없이 여기저기를 파헤치고, 메우고, 만들고, 부수고... 180억, 400억원을 들여 만든 하천이라는 놈들이 평상시에는 물이 없어 제 기능을 못하고, 장마가 오면 떠내려가고, 또 만들고.... 도심의 하천을 아이들이 수영하는 장소로 만드는 시도는 좋지만.... 이러한 악순환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었일까?
이에 대해 지역사회에서 환경전문가들과 저수지개발, 지하수개발, 부곡정수장의 활용 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검토를 해보았지만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하였다. 그 대신에 고도처리 후 서해로 방류되는 하수종말처리장의 방류수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다. 거대비용을 투자하여 생산된 물을 그냥 버린다는 것은 세금 낭비라는 생각에서 였다.
수질과 관련해서는 큰 문제가 없었고 색도의 문제도 저류 후 하천을 통해 흐를 경우 문제가 없다는 자문도 받았다.
이에 하수종말처리장의 방류수를 역류시켜 하천상류에 방류시킬 경우 하천의 유량을 일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의 가능성을 정부부처에 타진한 바 있었다.
환경부와 건교부의 답변은 부분적으로 긍정적이었지만 방류수가 시화호 목표수질에 미흡하다는 해양수산부의 정책 때문에 가능성 검토까지 무산되었다. 정부가 정한 목표수치라는 숫자 하나에 걸려 가능성 타진조차 못해 본 것이 정말 아쉬웠다.
국립자연사 박물관유치를 위해 화성, 시흥, 안산의 시민단체가 열정을 바쳤던 것도 그 시기였고, 도시를 양분시키고 있는 안산선의 지중화를 제기한 것도 그 시기였다.
공해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사회단체들이 발 벗고 뛰어다닐 그 때, 관광도시를 꿈꾸며 시화호를 살리고 도심하천을 살린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그림을 그리던 그 때, 정말 절실히 요구된 것이 지역시민들과 소통하며 정부정책을 바꾸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는 그런 지도자였다. 불가능 할 수도 있지만 지역주민에게 필요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그림이라면 일단 시도를 해 보는 지도자가 지역에서 필요한 지도자임을 실감했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극회의원 4명 모두가 이런 사람들이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에피소드 2
국립자연사박물관 설립이 추진된 것은 1996년이다. 당시 문화체육부(현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쳐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원을 받아 후보지를 검증했었다. 이때 지역시민사화단체에서는 시화호의 관광화 방안으로 이의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인 적이 있다.
지역규모에 비해 정부기관이 너무 적어 상대적인 불이익을 당하고 있었고, 시화호의 실패에 대한 정부의 사과라는 측면에서도 당연한 요구라고 생각했었다.
믿을 것이라고는 정당성과 시민의 힘밖에 없는 시민운동가들의 힘으로도 지정폐기물처리장의 설치를 무산시켰고, 수인선의 지상화설치계획도 무산시킨 만큼 충분히 자신감이 있었다.
우리의 힘으로 자연사박물관 유치계획서까지 만들어 제출하였지만 쳐다만 보고 있는 사이에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자연사박물관 건립 이야기는 소리 없이 사라졌으며 최근에는 경기도와 화성사가 공동으로 유치운동을 벌이고 있어 사라진 꿈이 아닐지 염려스럽다.
2007년 산업자원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로봇 수요 창출을 목표로 건설되는 미래형 테마파크’인 로봇랜드를 추진한바 있었다. 규모는 10만평~30만평이며 첨단로봇을 테마로 하는 특별전시관, 상설전시관, 로봇체험관, 전용경기장, 유통판매장, 로봇놀이기구 등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사업규모도 정부와 지자체비용을 합쳐서 3000억원에 근접하는 규모였다.
차세대 사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로봇관련기업들의 활동역량과 기술개발능력, 지속발전 가능한 사업 분야인 만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생산 및 연구여건, 국가이익과 주민이익을 동시에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입지적 특성 등을 고려해볼 때 전국에서 안산만한 지역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때 지역시민사회단체에서는 반월.시화 산업단지를 리모델링하여 가산디지털단지에 버금갈 수 있도록 첫 단초를 끼우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으로 이의 유치를 위한 이론정립을 위해 밤잠을 설치기도 하였다.
안산시의회와 공동으로 ‘20만인 서명운동’을 비롯한 대규모 결의대회와 가두캠페인, 경기도의원들의 5분 발언, 도지사면담 주선 등을 통해 고양을 제치고 경기도로부터 공식적인 후보로 결정이 되었고, 그 후 2천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한 로봇랜드유치 기원대회, 와~스타디움을 채울 만큼의 많은 인원이 참여한 로봇랜드 유치기원 그림그리기 대회까지 개최하였으나 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러한 못 이룬 꿈을 자켜보며 또 시화호 내부에 송전철탑이 건설되는 것을 보며, 해양연구소의 이전 결정을 보며 절실히 느낀 것이 능력있는 국회의원의 필요성이었다. 능력이 있어도 본인 입신이나 정당의 이익, 지역구의 작은 민원에 연연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안된다하더라도 지역의 발전의 방향을 바꿀 수 있고 후세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면 목을 걸고 땀을 흘려주는 지도자가 우리 지역에 필요한 지도자임을 절감했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극회의원 4명 모두가 이런 사람들이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박현규 논설위원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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