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비록 과거에 정신 없이(?) 쏟아내었던 말이었지만, ‘엎질러진 물’을 다시 모아들일 수 없듯, 발언자 본인도 무조건 백배사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물론 일부 진보 언론에서는 보수 정치권과 언론이 철저하게 기획한 작품이라는 음모론도 제기했지만, 전혀 없는 사실을 조작한 것도 아닌 마당에 진보 진영에서도 유구무언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 당사자를 공천했던 정당 대표도 당사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최근 비슷한 이유로 유명 방송인도 세간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오래 전에 우리나라 정신대 피해자들에 대하여 심각한 막말을 했다는 사실이 발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방송인은 일단 모든 공식적인 방송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 방송인의 문제는 위의 총선 후보가 대중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었을 때 이미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위의 총선 후보와 이 방송인은 ‘뿌리’가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 두 사람은 모두 ‘딴지일보 김어준 총재’와 함께 활약했던 인물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딴지일보’는 태생부터가 원색적인 거친 표현으로 시사 문제들을 다루었던 비제도권 언론입니다. ‘딴지일보’의 이런 원초성은 특히 인터넷이라는 과거 젊은 층들의 전용(?) 공간속에서 ‘딴지일보’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게 되었던 비결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런 특성이 바로 오늘날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를 있게 만든 밑거름이기도 했습니다. 즉 ‘딴지일보’ 출신들의 ‘막말’은 그들의 태생적 특성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과거 그들의 용감한(?) 막말이 있었기에 그들이 오늘날 유명 인사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태생적 특성이 현재 ‘나꼼수’가 아무리 많은 비난을 받아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버틸 수 있는 힘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현재 벌어지는 온갖 ‘막말’ 논란들은 단순히 ‘막말’이라는 언어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소위 비제도권(또는 비주류) 문화 구성원이 제도권(또는 주류)으로 들어올 때 생기는 ‘문화마찰 또는 충돌 현상’입니다.

즉 비제도권 문화가 제도권으로 들어올 때에 불가피하게 거쳐야 하는‘통과의례’입니다. 우주선이 대기권으로 돌아올 때 생기는 마찰열과 유사한 것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비제도권 문화가 본래의 비제도권에 머물러 있으면 큰 탈이 없는데,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순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수준의 도덕적, 윤리적 잣대의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비제도권 문화 구성원을 제도권으로 초청할 때는 초청한 사람(또는 단체)과 초청된 사람 모두 이 점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 즉 제도권 진입을 시도하는 비제도권 인물들은, 제도권에서 비난 받을 만한 자신의 과거 행적들에 대하여 국민들의 엄중한 비난을 받기 전에 적극적인 해명이나 반성 등을 통해 확실히 정리하든지, 그럴 자신이 없다면 비제도권에 그대로 머무르는 것이 상식입니다. 아니면 국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여 기존의 도덕 혹은 윤리적 기준을 바꾸어야 합니다.

위의 총선 후보의 경우, 초청한 정당도 초청된 사람도 이 점을 간과했기에 양측 모두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습니다. 반면에 위의 방송인의 경우에는 사실상 오랜 기간 여러 번에 걸쳐 자신의 과거 언행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반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처 정리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따라서 언론의 비난에 대하여 서로 반응하는 방법도 완전히 달랐습니다. 위의 총선 후보의 경우, 선거기간에는 눈물을 흘리며 진정 반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선거 패배 직후부터 몸을 더 낮추다가 지난 13일에는 자신을 중죄인이라고 지칭하며 근신하겠다고 했지만, 그는 지난 14일 활동재개를 선언했고, 15일부로‘국민 욕쟁이’라는 이름을 걸고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공식활동을 재개하였습니다.

하지만 위의 방송인의 경우에는, 일단 모든 방송활동을 공식적으로 중단하고 다시 한 번 자신의 지난 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였습니다. “성숙하지 못하고 많이 부족했던 시절에 인터넷방송을 통해서 말했던 내용들이 거의 10년이 다되어 가는 지금 이시점에서 다시한번 문제가 되는 것을 보면서, 입밖에 나온 말을 다시 주워 담을수는 없다는 세상의 진리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의 과오를 다 씻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절감합니다.” 현재 비제도권에서 활동하는 분들 중, 제도권 진입을 꿈꾸는 분들이 있다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대목입니다.

그런데, 비록 이런 ‘문화마찰 또는 충돌 현상’을 감안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형사소송법에는 ‘공소시효’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즉 범죄사건 발생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국가의 소추권 및 형벌권을 소멸시키는 제도입니다(현행법에서는 공소시효가 배제되는 죄목들도 있음). 다시 말해, 국가의 사법기관조차 범죄사건 발생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범법자의 과거를 문제 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소위 우리사회 ‘공인(公人)들’의 언행에 대해서도 일종의 ‘도덕적 공소시효’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당사자가 철저히 반성하고 있다면, ‘철 없던 시절의 불장난’을 평생의 주홍글씨로 만드는 것은 비인도적인 처벌이 아닐까요?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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