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 동화작가 (안산화랑초교 교장)

보이는 산과 들이 초록색 향연을 벌이고 있다. 멀리서 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이 파도를 연상시킨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그러나 피부로 느끼는 체감온도가 너무나 높다. 때 아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예년에 없던 봄 가뭄으로 인해 많은 저수지들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저수지와 물 부족으로 말라 죽은 모를 바라보는 농부들의 속도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가뭄과 함께 전력난도 매우 심각하다.

국무총리는 지난 5월 29일 ‘최근 전력수급상황이 상당히 어려운 시점’이라며 절전을 호소까지 했을 정도이다. 국무총리는 또 ‘정부의 전력수급 종합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예비전력이 100만㎾ 초반에 머물고, 때 이른 무더위가 시작되는 6월 이후에는 사정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실제 원전 고장과 정비로 전력생산이 줄어들면서 6월에 예비전력율이 10%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때 이른 무더위와 심각한 전력난에 정부는 하계 에너지 절약 추진 대책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냉방온도 28℃ 유지, 전기절약 5% 의무화, 넥타이 착용 안하기 등과 아울러 전기요금도 인상할 계획이라고 한다.

공공기관은 5월부터, 일반사업장은 6월부터 에너지 절약대책 시행에 들어갔다. 문을 열고 에어컨을 켜다 적발되면 과태료까지 부과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전력난을 막기 위해 비상수단을 모두 동원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9월 15일 발생한 사상 초유의 전국적인 정전사태 악몽을 우리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정전 사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순간적인 정전으로 생각했지만, 전기가 다시 돌아오는데 30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날 정전으로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만 2095명, 경찰과 소방서에 접수된 구조요청만 1095건이었다. 정전되면서 병원의 환자가 자칫하면 위험해질 수 있는 아찔한 경우도 있었다.

결국 정전의 책임을 지고 관계 장관을 비롯해 전력 당국의 책임자들이 모두 사퇴하는 등 최악의 정전 사태였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속담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

예비전력이 0이 되면 대한민국 전체가 정전된다. 공장과 기업, 학교, 은행 등 국가의 모든 시스템이 마비되는 천재지변 버금가는 혼란한 사태가 발생한다. 무서운 일이다.

안산시도 일찍 찾아온 전력위기에 공공기관 및 다중이용시설, 시민이 함께 실천하는 ‘하계 에너지절약 추진 대책’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대형건물은 피크시간대(14시~17시)에 냉방온도를 26℃로 제한하고, 다중이용시설에 대해선 자율 절전운동에 적극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또한 공공기관은 냉방온도를 민간보다 강화된 28℃를 적용하고, 낭비되는 전기를 찾아내 5% 전기절약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에너지 절약형 근무복 입기를 통해 체감온도 1~2도 낮추기, 의전을 제외한 넥타이 착용 안하기, 각종 회의 시 상의 자켓을 착용하지 않는 복장 간소화 등을 통해 에너지 절약 운동을 지속적으로 펴나가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최근 전력예비율이 10% 미만으로 계속 떨어져 또다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시민의 자발적인 에너지절약 실천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하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운동에는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수이다. 국민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전력 사용 피크 시간에는 냉방 이용을 자제해야 한다.

불필요한 전등은 소등해야 한다. 생활 속 작은 실천이 전력난 극복에 큰 힘이 됨을 알고 실천에 앞장서야 된다.

에너지도 자원이다. 쓰다보면 고갈이 되게 마련이다. 이러한 중요한 운동에는 정부와 정치인들이 앞장서 솔선수범해야 한다. 에너지 블랙홀인 유리로 덮인 공공청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빛을 직시하고 무서워해야 한다.

지난 해 전국적인 정전 사태 등을 교훈삼아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이 일심동체가 되어야 한다. 지금 제대로 정신 못 차렸다간 정전 사태가 쓰나미 되어 나라를 덮칠 것이다.

류근원 동화작가 (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kwroo@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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