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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편지
  • 안산신문
  • 승인 2020.12.2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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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위의 빨간 우체통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편지를 썼다. 그 편지는 1년 뒤에나 받을 수 있는 느린편지였다. 친구에게 쓴 내 간절함이 온전히 그에게 닿기도 전에 친구는 세상을 떠났다. 얼마 전, 친구가 1년 전에 내게 쓴 손편지를 받았다. 친구가 살아 있는 감동과 그리움이 넘실거렸다. 친구들과의 마지막 여행이 그에게는 선물이라며 고맙다는 말도 덧붙였다. 살아있는 동안 주변의 사람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새해가 가까워 오고 있다.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캐롤이 낮게나마 울려 퍼지지만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 마음은 가라앉아 있다. 성탄절은 비종교인들도 선물을 주고 받으며 서로 축복을 비는 날이다. 산타할아버지가 코로나 치료제나 백신을 듬뿍 선물해 주는 꿈을 꾸어 본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선물은 물질보다는 위로하는 마음일 것이다.
 오 헨리의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은 가난한 젊은 부부에게 돌아온 크리스마스. 남편은 아내의 긴 머리에 어울릴 머리핀을 사려고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시계를 팔았다. 아내는 시곗줄이 없는 남편을 위해 아끼던 머리카락을 기꺼이 잘랐다. 오 헨리의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의 감동처럼 내용물보다 마음 씀씀이가 빛나는 때가 바로 한 해를 보내는 지금이 아닐까.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이는 세밑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작은 선물, 카드 한 장 써보면 어떨까. 받는 이의 기쁨도 크겠지만 전하는 마음도 한결 따뜻해질 것이다.
 
 고대 중국이나 로마 시대에 실시한 역전 제도는 말이나 수레를 이어 타고 소식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신라 시대부터 이와 같은 방법으로 우편 제도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초기의 우편 제도는 국가의 공문서를 전달하는 역할만 하였으므로 일반인은 이용할 수 없었다. 1840년에 영국에서 처음으로 근대 우편 제도가 시작되어 국가 기관에서 우편 사업을 운영하였다. 우리 나라도 1884년에 홍영식이 우정총국을 세우면서 근대 우편 제도가 실시되었다.
 요즘 우체국은 보험이나 은행업무가 더 많고 택배를 주로 하며, 우편물은 공과금이나 서류 전달이 주 업무다. 엽서나 손편지를 써서 보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부터도 손편지를 쓴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이제 손편지는 역사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너무나 빠른 시대에 휴대폰은 많은 것을 공유하고 전달하는 기능으로 가득차 있다. 까똑,까똑 소리와 함께 전달되는 많은 문자는 정을 담은 내용보다는 필요없는 것들로 가득차 있다. 이렇게 빠른 소통의 시대에 불통하는 느낌이다.

 안산여성문학회에서는 <손편지 쓰기>를 전회원들이 하고 있다. 회원들이 다문화 여성이나 외로운 노인들과 결연을 맺어 매달 1통씩 편지를 써서 보낸다. 서로 답장을 주고 받기도 하지만 짝사랑처럼 오로지 보내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 손으로 쓴 마음편지를 받고 감동을 받아 답장도 보내고 삶의 용기를 얻었다며 작은 선물도 보내오기도 한다.
 쓰는 정성과 받는 기쁨이 충만한 손편지 쓰기를 권하고 싶다. 우선 나부터 올해의 마무리는 카드나 손편지로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고마운 이들에게 손편지를 써서 보내야겠다. 사람과의 대면이 어려운 시절이니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써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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