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첨단기계 덕분에 몇몇 사람들이 간단하게 기계를 조작하면 과거에 몇십, 몇백명의 사람들이 하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대량으로 만들어진 물건(서비스)들은 소비하는 사람들의 눈과,귀 등을 즐겁게하여, 대량으로 소비되면서 소비자들을 행복(?)감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의료분야에서도 이러한 경향들이 점차로 늘어가고 있다.
의원이든 병원이든 간에 요사이는 이용하는 사람들이 ‘돈이 많이 들었겠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있는 내부 인테리어는 기본으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든 정보들은 컴퓨터로 네트워크화 해서 이용된다. 덕분에 환자들도 현대의 첨단장비가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는 좋은 기회(?)를 가지기도 한다.
병원에 가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한다. 혈액검사를 하고, X-ray도 찍고, 심전도도 하고, 초음파나 내시경도 한다(CT나 MRI, PET 등 역시). 다 하고 나서 의사에게 가니까 모든 검사들이 컴퓨터에서 튀어 나오면서 검사한 사람의 건강상태에 대하여 좋고 나쁜 것을 알려준다.
이렇게 되면 검사한 사람은 일단 만족도가 높게되고, 신뢰를 가지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이 정말로 우리를 더 건강하게 하고, 질병의 조기발견과 조기치료에 획기적인 성과를 가져오게 할까 ?
최근에 와서 의료의 발전(?)을 위한 많은 제안들이나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를 허용하자는 제안. 현재의 (공적인)건강보험 대신에 민간의료보험을 허용하자는 제안. 경제자유구역을 설치하고 여기에 외국병원을 들여오게하여 내국인진료도 허용하자는 제안. 막연한 말이지만 의료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산업화 해야한다는 견해 등.
아래에서 인용한 세 개의 기사들은 이와 관련된 최근의 (신문이나 인터넷)기사들을 간략하게 인용한 것이다.
1. 제주자치도 의료시장 전면개방 논란 증폭
영리법인 의료기관 개설, 수익금 본국 송금 허용 등 의료시장을 전면개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계획을 두고 반발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
--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계획에 따르면 의료시장을 개방해 ▲국내외 영리법인의 병의원 설립 허가 ▲외국병원의 국내환자 진료 허용 ▲민간보험 인정 ▲외국병원 수익금 본국송금 허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 2005-09-08 )
2. 김근태 "영리법인 반대, 의료산업화는 지지"
보건노조 대표단과 면담... "공공성도 효율성 고려"
"영리법인은 반대한다. 그러나 시장친화적 정책은 지지한다"
( 2005-08-30 )
3. "저성장 극복위해 의료서비스산업 육성해야"
삼성경제硏, 영리법인 허용 민간보험 활성화 등 해법제시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저성장 위기 극복을 위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의료서비스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
-- 연구소는 따라서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설립 허용, 의료기관 운영관련 규제의 대폭 완화,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해 의료수요를 제고하는 등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05-08-04 )
병.의원 영리법인화를 허용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 병.의원이 비영리 사업체란 말인가 ? 그리고 의사들이 여태까지 돈을 벌지 않고 자선사업만을 했다는 것인가 ? 그래서 이제부터는 돈을 벌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말인가 ?
실제로 법적으로 병.의원은 비영리 사업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법으로 규정한 의료인만이 병.의원을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해왔다. 의료인이 아니면 병.의원을 설립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실정인 것이다.
병.의원 영리법인화를 허용하자는 제안은 누구나 병.의원을 설립. 운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말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그렇게 한다고 하여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병.의원을 누가 설립.운영하더라도 어차피 진료는 의료인에게 받는 것은 같은 것 아닌가 ?
그런데 이것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의료소비자들에게는 큰 손실을 불러 올 수 있다.
건강을 유지.증진하는 일이나, 질병을 치료.관리하는일은 일반적인 상품을 파는것과는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먼저지 돈이 먼저냐?’ 는 말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런데 병.의원 영리법인화를 허용한다면 이제 건강이나 질병과 관련된 일들이 돈을 매개로 한 상품의 판매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의료에 대한 규제는 시장에 의해서만 가능하게 된다.
어떻든 내가 잘하면 되지 하는 생각도 할 수 있다. TV도 마음에 맞는 것은 사고, 안맞으면 안사면 된다. 오디오도 돈이 되면 사고, 없으면 안사면 되는 것처럼.
하지만 건강이나 질병은 그런 것은 아니지 않은가 ?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되지, 그냥 참고 넘기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의료와 관련된 행위에서 의료인과 소비자는 불평등하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정보의 불평등을 들 수 있다.
몸이 안좋아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검사를 하자고 하면 안할 수 있나 ? 그리고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고 하면 어느 누가 함부로 거부할 수 있나 ?
소비자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의료인들의 전문성을 따라가기는 힘들다.
돈을 벌기위해서 병.의원을 세운 자본주들이 고용된 의사들을 정보의 전문성을 이용하여 열심히 돈을 벌도록 몰아친다면 결국은 그 손해는 모두 소비자의 몫이 될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어떤 질병에 대한 검사나 수술이 필요하다고 할때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딱 잘라서 이런 때 한다 라고 하는 답은 별로 없다. 결정에 다른 상황들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가 제왕절개수술이 월등하게 많았던 것 등도 이러한 예로 볼 수 있다. 결국 사업주에 의해서 고용된 의사는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쪽으로 의료행위를 결정할 가능성이 더 많아질 수 있다.
그리고 돈을 벌 수 있는 의료서비스에는 좀 더 많은 투자가 행해지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꼭 필요하지만)돈이 되지 않는 의료서비스에의 투자는 점점 더 줄어들게 될 것이다.
최근에 여러 신문지상을 통해서 소아의 아토피나 천식등이 과거에 비하여 현저히 증가되고 있다는 사실이 발표되었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연구로 치료제의 개발에는 지원이 많이 될 수 있지만(개발해서 돈을 벌 수 있으니까), 정작 근본적인 문제인 대기오염이나, 농약, 제초제 등으로 오염된 먹거리문제 등에의 접근은 지원이 잘 안될 것 같다.
질병을 생산하고, 또 치료제를 많이 만들어서 돈을 버는 악순환 시스템 -------
앞의 기사들을 중심으로 제안된 의료산업화가 정말로 잘 발전하여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안심할 수 있는 보건의료체계로 가는것이라면 누가 반대하겠는가 ?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의 내면을 자세히 보면 의료를 돈벌이 위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겉포장이 그럴듯하여 이 제안들을 시행하다 보면, 그나마 존재하는 의료의 공공성을 지탱하는 현재의 보건의료체계를 무너뜨려서 결국에는 국민들의 건강에 위협이 될 수있다.
섵부른 의료산업화를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점점 더 의료를 상품화하고자 하는 병.의원 영리법인 허용이나 민간의료보험 허용을 제안하는 일은 앞으로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안산의료생협 부설 새안산의원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 이 재 광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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