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열린글밭 칼럼 류근원 칼럼
차(茶)의 날 단상
  • 안산신문
  • 승인 2024.05.22 10:08
  • 댓글 1
류근원<동화작가>

전남의 보성 다향대축제가 5월 3일부터 5월 7일까지 열렸다. 보성군은 군의 나무도 차나무이다. 1박 2일로 다녀온 차 축제, 아직도 몸과 마음이 초록빛이다.
보성군은 우리나라 최대의 차 생산지이다. 산자락의 아름다운 녹차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눈 호강을 한다. 끝없이 펼쳐진 녹차 계단 사이를 올라 전망대에 서면, 바다와 녹차숲이 어우러진 풍광이 가슴을 뻥 뚫어주기까지 한다. 이미 녹차를 몇 모금 마신듯한 기분이 되어버린다. 바라만 봐도 즐거운데 녹차 아이스크림, 녹차 돼지고기, 녹차 요구르트 등 녹차가 들어간 다양한 음식이 식욕을 돋워 준다.
경남 하동군이 주최하는 야생차문화축제도 이어서 열렸다. 5월 11부터 15일까지 열렸다. 화개면을 중심으로 한 하동축제도 보성축제와 쌍벽을 이룬다. 하동군의 나무는 보성군과는 달리 은행나무이다. 지난해 하동의 차축제도 대단했다. 천년다향길 트레킹 등 초록빛으로 싱그러움이 더해지는 녹차숲은 그야말로 그림엽서였다. 올해는 다녀오지 못했지만 불과 몇 시간 전에 본 것처럼 추억이 떠오른다.
  5월 25일은 올해로 44회째를 맞는 우리나라 차의 날이다. 차의 날은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 시작되었다. 5월 21일은 세계 차의 날이지만, 이제 걸음마 단계인 5회째에 불과할 정도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차의 날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외국의 관광객도 많이 찾아오는 축제이다.
우리나라에는 일찍부터 차를 칭송한 승려와 학자들이 많았다.
조선 후기 초의선사라 불리는 의순이 지은 책, 동다송(東茶頌)이 있다. 동쪽 나라의 차를 칭송하다라는 뜻으로, 곧 조선을 가리킨다. 내용은 차의 역사와 차나무의 품종, 차의 효능과 만드는 법 등을 담고 있다. 초의선사는 차 문화를 부흥시키는 데 크게 기여, 다성(茶聖)으로까지 추앙받고 있다.
차에 대한 사랑하면 다산 정약용을 빼놓을 수 없다. 다산은 차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유배지 강진에서 주로 떡차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그 덕에 강진도 차 재배지로 유명한 지역이 되었다. 다산이 강진의 유배 생활을 견디어낸 것은 차 때문이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져 내려온다. 다산이 즐겨 마셨다는 떡차는 찻잎을 찧어서 떡처럼 만든 차이다. 종류와 크기가 다양, 관광상품으로도 많이 팔리고 있다. 다산은 강진에서 백운옥판 차라는 명차까지 탄생시켰다. 그의 차 사랑의 일면을 알 수 있는 증거이다. 강진군은 지난해 제4회 강진다산명차 전국 찻자리 경연대회까지 열었다. 꾸준히 차의 명성을 이어갈 것이다.
  달마대사와 차 설화도 빼놓을 수 없다. 절에 가면 달마도를 볼 수 있다. 그림 속 달마가 눈을 무섭게 부라리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달마가 수련을 하던 중 졸음으로 인해 눈꺼풀이 내려앉자, 달마는 아예 눈꺼풀을 잘라버렸다고 한다. 그가 잘라서 내버린 눈꺼풀이 차(茶)나무가 되었다는 설화가 있다. 그래서 차를 마시면 졸음이 사라진다고 한다.
스님들은 선(禪)에 들어가기 전 차를 마시는 것을 정진(精進)의 뜻으로 삼아 체질화되다시피 했다. 그만큼 차는 졸음을 쫓고 정신을 맑게 해 불교의 수행자들에게 더없는 도반역할을 하고 있다. 차와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는 불교계에는 차모임이 활성화되어 일반인에게까지 꾸준한 차 문화를 알리고 있다. 차의 종류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의 커피에 밀려 자꾸만 뒤로 숨는 듯한 우리 차 문화와 차 산업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인 중에 다도가 일상화된 작가가 있다. 불심이 깊은 불자이다.
행사 시에 그는 그 많은 다기를 다 챙겨 참석자에게 정성껏 따라준다. 그런 그가 시인이 되었고 동화작가가 되었으니 그의 차 속에는 시가 담겨있고 동심까지 담겨있다. 그가 안산신문 주 1회 수요일의 시를 발표하고 있는 박수여 시인이며 동화작가이다. 그의 시를 읽으면 차의 향기와 동화 같은 이야기가 행간 속에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느낌이다. 그윽한 다향이 연재를 거듭할수록 흘러나온다. 고마운 일이다.
차는 몸에 유익하면서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하는 귀중한 음료로 심신의 안정과 평화를 준다. 그렇게 좋은 우리의 차를 자주 마셔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운 마음 한가득이다. 칼럼을 쓰면서도 차 대신 커피에 손이 자꾸 가는 자신이 부끄럽기만 하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