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는 이름그대로 풀뿌리이다. 한번 심은 뿌리는, 영원히 죽지 않고 그 생명력을 유지해 나간다. 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니까 강산은 변한 것 같지만 그 실은 원형이 뒷받침 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비록 변했어도 언젠가는 다시 되돌아 와야만 한다.
당초의 풀뿌리 환경위원회는 ‘시화호의 태동’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잘 유통이 되고 있는 조류에 산-생태계 가족들을 물속에 곤두박질 시킨데서 그 숨통을 옥죄어 오기 시작했다. 숨이 끊어진 물은 잔잔해지고 색깔이 점차 검정색으로 변해가고 서해의 신선하던 바람이 시화호의 수면을 지나면서 쾌쾌한 향수를 인간 공동체에 선사하기 시작했다.
낌새를 알아차린 갈매기들이 숨차 헐떡이며 떠오르는 물고기들을 낚아 채가는 전쟁 아닌 전쟁이 벌어지던 날, 아, 시화호는 이제 죽어가는 것인가? 수문이 황급히 열리고 서해의 지원사격이 시작되었다. 불어난 물을 다시 토해내야 한다고 다시내보내지만 중앙 환경단체의 조각배들이 서해의 깨끗한 물을 지킨다고 수문 앞에서 으르렁 거린다. 그 길만이 시화호를 살려 내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은 하루에 두 번 수문을 통해서 서해물이 들락거린다. 조각배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두 군데 수문을 두어서 갖힌 물을 살리겠다던 원대한 포부가 남쪽 수문을 아예 닫아버리는 데서 물거품이 되었다. 지금 10여 킬로미터나 길다는 ‘마산수로’는 더 심한 진짜 물거품을 내고 있다. 물도 교류되지 못하는 수문은 왜 만들었을까?
시화호의 수질을 악화시키는 원인의 70%이상이 공단에서 나오는 페수에 기인된다는 연구보고서를 인정하면서도 아직까지도 새로운 공단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름하여 첨단기술단지라는 설계도면에는 첨단산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하수종말처리장 크기’를 기존 공단에 설치한 크기만큼 계획하고 있는 이른바, MTV (첨단기술단지?) 사업이라는 명칭으로 내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공단의 대기오염으로 지역주민들의 원성이 극에 달해 있음에도 국가나 지자체에서는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MTV 사업을 착수하게 한다면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공단에서 발생하는 오염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대든다. 공단의 문제는 어떠한 근거를 내세운다 하더라도 ‘새 사업의 수익금’과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차제에 ‘지속가능한 발전’운운하는 의미를 그 누구도 이 사업에 연계시켜서는 아니 된다.
남측간석지로 가보자. 지역동쪽의 상수보호지역의 물을 정화하고 지역을 보전 관리하기 위하여 ‘인공적으로 습지’를 조성해 놓고 자랑하고 있다. 초창기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제 점차 자랑거리화 되고 있는 것 같다. 그 다음 아래지역으로 연계되어 있는 곳이 바로 자연 문화재로 인정된 ‘공룡알 화석지’가 자리 잡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치가 인정되는 희귀한 발견이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풀뿌리가 중요하듯이 고고학적인 생태가치를 연구하며 배울 수 있는 예사롭지 않은 기회가 아닌가?
그 아래로 우음도와 형도사이의 광활한 갈대밭이 나타난다. 방조제 공사이후 많은 양의
가친 물을 다시 바다로 내보낸 갯벌 언덕을 이름 한다. 수자원공사는 이 장소만이라도 수익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신도시니 골프장이니 하는 개발의 칼을 드리 대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무려 1700만평이나 된다니 80만평으로 계산한 ‘여의도’면적에 견주어 볼 때, 20배가 넘는 엄청난 면적이다. 수도권 인구가 한 평식 여가공간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1700만명을 수용할 수 있으니 여타지역인 인공습지나, 시화호 해변가나, 방조제 뚝방 내외나, 인근지역인 제부도주변과 낙지발처럼 요철로 구성된 대부도 해안변들을 합친다면 수도권 인구전체가 다와서 충분한 휴식과 여가를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해 본다.
70년대에는 국가적인 기간산업 육성에 온갖 힘을 다 드렸고, 80년대에는 민주화의 기틀을 세우기 위하여 또 얼마나 안간 힘을 쏟아 부었던가! 90년 구조조정에 날벼락을 맞으면서도 굳굳하게 버텨온 5-60대의 역군들, 이제 정년이라는 투명한 장막에 가리어 보고도 못 본체, 입이 있어도 다문 체, 들어도 꿀꺽 삼키는 ‘식물인간’으로 방치할 건가? 이들은 가족의 가장이다. 이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버팀목 들이다. 손자, 손녀들과 손잡고 자연을 거닐고 싶고, 청소년, 애 아범, 며느리들과 한 가족이 주말을 호수변이나 숲이 우거진 자연. 생태문화 속에서 여유롭게 보내고 싶다. 물놀이도 하고 싶고 지나가는 철새들과 손짓도 하고 싶다.
아, 시화호여, 그대는 정말 버린 자식모양 태어났는가? 그래서 머리 부분도 이리저리 막아서 ‘스크류’로 물을 끌어 올려 생명을 연장하게하고, 네 오른팔- 사리포구는 낭만의 흔적들이 사라지고 잘 걸러지지 않은 구정물을 토해 내다니...그리고 네 오른다리는 오이도 입구에 걸쳐 100만, 200만 아니 300만의 첨단 숫자놀음에 시민과 시민단체들 아우성 치고 있으니 이 어찌 천연의 자연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대열에 설 것인가?
네 왼쪽 어깨는 그래도 믿음직스런 공룡이 버티고 있으니 형도까지 이어지는 광활한 평야가 어디 2000만만 부르겠는가? 자족도시니 연구단지등, 먼 미래를 바라보지 못하는 속좁은 사람들의 이야길랑 썰물을 타고 관문을 빠져나가는 서해 바다에 던져버리자. 이제 우리는 자신감 있는 미래를 열자. 4-50대의 전문인들이여, 그대들의 뒤에 이미 20대, 30대가 바톤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지 않는가?
‘우리는 후대에게서 배운다’라는 겸양의 도를 시화호 계획에서 의연하게 보여 주어야 한다. 깊은 물골로 자랑하며 하루에도 두어번씩 대부도를 회전하던 ‘마산수로’, 온갖 바다생태계의 보고를 자랑하던 ‘어도’의 기운들을 현대문명의 기기들이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고 있다. 태양으로만 농사지을 수 없다. 마산수로가 썩어간다는데, 탄도항이 제구실을 할 수 있겠는가?
어차피 마산수로에서는 농사물을 얻을 수 없다. 마산수로는 지금이라도 바다로 연결하는 지혜를 보여야 한다. 이곳에 사는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는 수로회전을 접어두고, 첨단기술을 익혔다는 전문가 사업가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무리 울타리를 치고 접근금지구역을 만들어 사업을 완성해도 방아머리 주관문과 이어져야 할 탄도 수문은 반드시 연결하여 형제 자매들간의 정이 오고가는 것과 같이 해류의 연속적인 회전이 이루어 져야 한다. 우리가 사는 공동사회도 가족이라는 생활공동체가 상호교류를 통해서 건강이 유지되며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다. 해수유통을 끊어놓는 것은 결국 해수 생활공동체를 죽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아우성치는 와중에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당장 해야 할 일들이 앞을 가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개개인들에게도 미래가 있기에 밝은데, 하물며 우리 공동사회가 나아갈 앞길에 5년, 아니 10년의 장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인가? 국가의 업무를 덜어준다는 ‘공사’여, 국가정책의 방향을 바로 잡는다는 ‘전문인’들이여, 제발 자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바란다. 그리고 당장의 이익을 넘어서 먼 미래의 ‘낙원’을 꿈꾸어 보자.
대한민국에 태어남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자라나는 후대들에게 여유 만만한 꿈과 기술을 전이해 주며, 현실을 직시하는 혜안을 갖고 보다 정직하고 떳떳하게 살아가는 모습들을 우리 현대인들은 보여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해수호로 돌아온 시화호는 어느 한 공사만의 과제가 아니다. 이것은 21세기에 주어진 대 과제임에 틀림없다. 한나라의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밀집해 살아가고 있는 수도권에 제대로 된 호수가 있는가? 1000만에 가까운 인구가 호수를 중심으로 인근지역과 연계하여 심신을 휴양하며, 아름다운 자연과 넘치는 인정에서 나오는 ‘온기’로 에너지를 재충전하여 우리에게 오는 다음 과제에 ‘창조’의 해법으로 설수 있게 된다면, 여기에 삶의 만족을 누릴 수 있는 것이며, 미래를 여는 ‘낙원’의 주인으로서 우뚝 설 것이다.
2005. 11. 7.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명예교수 문정희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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