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내려오는 풍습에도 정월에 “내 더위 사가라!”며 더위를 팔기도 하고 복날을 정해놓고 하다 못해 수박이라도 거둬 먹이려 했던 것을 보면 조상들에게도 여름을 난다는 것은 과연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여름은 일년 중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하지를 중심으로 하여 활동시간이 많고 체력 소모가 큰 계절이다. 거기다.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이 많아 습도가 높아짐에 따라 흐른 땀이 쉽게 증발되지 않아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계절이다. 밤은 밤대로 힘든 것이 여름이다. 사람이 편하게 잠잘 수 있는 온도인 섭씨 20도를 훨씬 윗 도는 열대야현상으로 만성적 수면부족과 피로를 유발한다.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은 계절도 여름이다.
그러고 보니 매미소리 울려 퍼지는 시골의 정자나무 그늘에서 줄 부채 손에 들고 낮잠을 자고있는 그림이 떠오른다. 봄에 주린 배 움켜쥐고 씨 뿌린 사람들, 가을에 꼭두새벽부터 그것을 추수할 사람들, 그들이 이 여름 자고있는 낮잠 한숨을 흉하다거나 게으르다 말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여름을 무사히 보낸 사람만이 봄에 심은 것을 가을에 거두게 될 것이다. 그래서 신은 농부들로 하여금 잠깐 쉬게 하시려고 여름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 한 철은 그저 그늘에 앉아 전답의 곡식을 자라게 하는 어떤 힘을 바라볼 뿐 별반 할 일이 없다. 그저 더위를 이기고 가을을 맞으면 된다. 여름을 무시하지 않는 것, 그것이 곧 더위를 이기는 법이다. 아무리 태양의 남중고도가 높아지고 불쾌지수가 극에 달할지라도 자연의 순리를 따라 유유자적 여름을 났던 조상들의 슬기는 오늘에도 필요할 것이다.
사는 방법이 달라지다 보니 여름을 나는 방법도 많아 달라졌고 그만큼 주의 할 점도 많아졌다. 이제는 더위가 조금도 무섭지 않을 만큼 냉방기가 보편화되었고 뱃속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음료수나 빙과류도 지천이다. 시원한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있고 여름과의 전쟁은 인간의 승리로 끝난 듯 하다. 그러나 우리는 겸손해야 할 것이다. 결코 우리를 시원하게 해주던 것이 언제 쓰나미로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려면 우리를 시원하게 해주는 모든 것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냉방기 앞에서 겸손하지 않으면 콧물, 재채기, 기침, 급성 비염 등으로 고생할 수 있다. 차고 맛있는 음식 앞에서 겸손하지 않으면 복통과 설사에 시달릴 수 있다. 피서지의 직사광선 앞에서 겸손하지 않으면 피부질환을 앓을 수 있고 , 물 앞에서 겸손하지 않으면 익사할 수 있다.
내가 이고 있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로 내가 떠내려갈 수 있고, 내가 기대고 있는 산이 무너져 내가 묻힐 수도 있음을 알고, 그리고 나서 하늘과 산을 즐기는 지혜가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건강한 여름나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식경(食經)에 보면 “여름 3개월은 하늘과 땅의 기운이 서로 교차하여 만물이 활짝 피어나 충실해진다.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햇볕을 싫어하지 말며 화를 내지 말고 열심히 활동을 하여 내부의 기(氣)를 발산하도록 한다. 이것이 여름의 기운에 응하는 양생법(養生法)이다. 이를 거역하면 심장을 상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누군가는 여름철 건강관리의 십계명으로 다음 열 가지를 들었다.
1. 밤에 일찍 자고 아침에 일어나며, 적당히 햇볕을 즐긴다. 2. 가벼운 운동으로 심신을 이완시키고, 체력을 길러준다 3. 습냉한 곳에 오래 기거하지 않는다. 4. 마음을 노엽게 하지말고 기를 발산하며 기분을 즐겁게 한다. 5. 정신, 육체적인 과로를 피한다. 6.기름진 음식이나 찬 음식을 과식하지 않는다. 7. 적절하게 여름철 과일을 섭취한다. 8.기운을 보강할 만한 체질관리를 한다. 9.식초 생강 마늘 겨자를 많이 먹는다 10. 찬 음료 대신 한방 차를 마신다.
이 십계명이 내게는 여름과 맞서지 말고 순응하며 적응하라는 뜻으로 들린다. 우리는 흔히 적 앞에서는 과격해지기 쉽다. 불쾌지수를 높이는 여름의 여러 가지들이 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자기를 관리하는 일이야말로 건강한 여름나기의 비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름은 더워야 여름이다. 여름은 왜 더운가? 햇빛의 복사 각이 커지면서 팽창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 주변의 온도를 높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보다 더 알아듣기 쉬운 답은 ‘여름이니까 덥다’는 것이다. 여름이 더워야 하는 이유를 알찐대 우리는 그 여름을 감사하고 그 더위를 즐거워함으로 소유해야 할 것이다.
/그사랑 교회 목사
최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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