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 동화작가 (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임진년 2월이 꼬리를 감추고 있다.

엊그제 같은 새해맞이가 기억 속 또렷한데 벌써 두 달이 흘렀다. ‘시간은 쏜 화살처럼’이란 구절을 새삼 곱씹게 된다.

2월은 학교에서 가장 바쁜 달이다. 한 해 교육의 마무리와 또 한 해의 교육과정을 수립하는 달이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을 어떻게 수립하느냐에 따라서 학교의 교육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에 2월은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달이다. 아직도 예전처럼 봄방학이라며 마냥 한가하게 보내려 하는 얼빠진 교사가 있다면 아예 푹 쉬는 게 나을 것이다. 지금의 학교 현장은 자기연수와 학급교육과정 수립, 수업 혁신 등 조용하면서 무척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주5일제 수업의 전면적 실시로 학교와 학부모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당장 낼 모래부터 주5일제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또한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5세 누리과정’이 시행된다. 5세 누리과정은 만5세 유아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공통과정을 배우는 한편,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정부가 교육비와 보육비를 지원해 주는 제도이다.

벌써부터 학부모들의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교차하고 있다. 더욱이 전국 민간 어린이집 1만 5천여 곳이 27일부터 집단 휴원에 들어간 상태이다. 이래저래 맞벌이 부부의 어깨가 절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사교육이란 말만 들어도 진저리를 치며 긴 한숨부터 쏟아놓는 게 우리나라의 학부모들이다.

사교육은 공교육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본질적으로 공교육을 보완하는 수준의 교육이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나라 현실은 사교육이 공교육을 능가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주객이 전도된 나라는 지구상에 아마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공교육을 불신하는 소리는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학교 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들의 모습을 수없이 보아온 학부모들이다. 이 와중에 2월 중순, 교육과학기술부와 통계청이 지난해 사교육비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지난해 전체 사교육비 규모는 20조 1천억 원으로 1년 전보다는 3.6%가 줄었다고 발표를 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과 동일한 24만원이라는 게 주요 골자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2011년 2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통해 사교육비 1조원 경감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불법과외 신고제의 활성화, 학원법 개정으로 인한 고액 수강료와 편법 수업에 대한 규제에 들어갔다.

특히 사교육을 잡기 위해 교과교실제, 방과후교실 확대 등으로 공교육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교육과학기술부는 희망에 들떠 있었다. 증가하기만 하던 사교육비가 지난해 처음으로 꺾였기 때문이다.

장관은 신바람이 나 직접 브리핑을 챙기며 ‘올해가 사교육비 감소의 원년’이라고 까지 하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사교육비 감소는 정책의 결과가 아니라 학생 수가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이었는데…. 도대체 피부로 실감할 수 없으니 말의 성찬에 불과한 것밖에 지나지 않는다. 실소를 금치 못한다.

우리나라 전체 사교육비 부담은 GDP 대비 3% 안팎으로 미국과 호주, 일본 등을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교육비 부담 나라이다.

이런 실태이니 어찌 학부모들의 허리가 휘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

사교육 문제는 역대 어느 정부에 있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큰 소리 탕탕 쳐왔던 게 사실이다. 정권이 바뀌면 사교육 근절 등 신바람 교육정책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사교육을 더 증폭시키는 졸속정책이 되는 걸 한두 번 보아온 것이 아니다.

교육을 가볍게 여기는 풍토, 너무나 성급한 결과를 기다리는 한탕위주의 교육정책 등이 사교육을 더 증폭시킨 원인이 되고 말았다.

학파라치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정부는 불법 사교육 근절 및 사교육비 경감에 최선을 쏟고 있지만, 사교육은 난공불락 철옹성처럼 보인다. ‘사교육비 절반, 교육만족 2배’라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 무척이나 초라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래도 어쩌랴, 사교육비 경감 정책은 지속적으로 강하게 실행되어야 한다. 정치인들은 허리 휜, 이 땅의 학부모들의 모습을 떠올려야 한다.

긴 한숨소리를 가슴으로 들어야 한다. 규제나 단속보다는 방과후학습 등의 수준을 높여 공교육 신뢰 조성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공교육 수준을 확 끌어올리는 길 외엔 방법이 없다. 그래서 공교육 제도가 공고해져 사교육이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어야 한다.

이제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이다. 이 땅의 모든 학교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배움의 힘찬 목소리가 흘러나와야 한다.

류근원 동화작가 (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kwroo@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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