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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
  • 안산신문
  • 승인 2023.10.1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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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해질 무렵 들었던 멧비둘기 울음소리는 구슬펐다. 구구 국국 울다가 어느 순간 뚝 소리가 나면서 그쳤다 다시 울었다. 그럴 때면 괜히 슬퍼져서 골목길을 지나 엄마를 마중 나가곤 했다. 누구를 잃어서 슬피 우는 소리인 줄 알았던 울음소리는 발정기인 수컷비둘기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내는 소리였다. 
 멧비둘기 부부는 사이가 좋아 모든 임무를 나눠서 한다. 수컷이 둥지를 만들기 위해 잔가지를 물어오면 암컷은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는다. 한 팀처럼 역할을 서로 분담하면서 번식을 하는 전략을 세운다. 
 이 책은 번역본이다. 조류학자인 뒤부아와 엘리즈 루소인 공동작가의 글을 번역했다. 외국작가가 쓴 책이지만 우리나라에 사는 새들의 특징과 비슷하다. 서두에 시작하는 오리부부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수컷 오리는 오로지 생식에만 참여하고 암컷 오리가 부화와 양육을 모두 책임진다. 새끼를 열 마리 정도 키우지만 포식자들에 의해 뺏기고 두세 마리 남는다고 한다. 수컷은 화려한 치장을 하는 반면 암컷은 어두운 깃털을 이용해 몸을 숨긴다. 새들은 털갈이를 하는 동안 약해져서 조용히 털갈이를 한다. 수컷 오리는 새끼들을 전혀 돌보지 않고 털갈이를 하지만 암컷은 새끼들이 독립을 하고 나면 그때서야 털갈이를 한다. 힘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암컷 오리는 먼 비행을 하기에도 벅차 생존 확률이 낮다.
  반대로 섭금류 중에서도 암컷은 알을 낳고 수컷이 나머지의 일을 전부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두루미, 백조, 거위, 황새는 양육을 나눠서 한다. 새들은 특별한 날 모여서 밥을 먹는 의무는 없지만 가족 간의 유대가 끈끈한 점은 우리도 본받아야 할 점이다. 
 진정한 싸움꾼이라 표현하는 유럽 울새는 재미있다. 우리나라도 있지 않은가. 전철에서 마스크 쓰라는 한 마디에 주먹이 날아오는 그런 장면. 유럽울새는 자동차 백미러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도 싸울 준비를 한다고 한다. 작고 귀여운 14센티의 외모지만 누구라도 자신의 땅 영역 안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용맹한 울새다.
 새들도 우리 인간처럼 사랑에 빠질까? 멧비둘기 연인을 관찰해보면 두 새가 서로에게 애정, 존중, 육체적 끌림, 자비... 이 모든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탉도 맛있는 먹이를 발견하면 암탉을 부른다. 작은 전리품을 동반자와 나눈다.(73쪽) 사랑은 나누는 거라고 하지 않은가. 티티새는 호감을 표시해서 마음에 들면 드는 거고 아니면 아니다. 우리처럼 상처받을까 봐 고민하지 않는다. 사랑에 대해서도 배울 점이다.
 나는 지금도 수컷 닭을 무서워한다. 학교를 마치고 골목길에 들어서는 순간 담장 위에 올라있던 수탉이 푸드덕 할퀴고 달아난 까닭이다. 몸집이 큰 수탉을 보면 겁부터 먹는다. 작가의 암탉 모래 목욕 장면은 섬세하고 감미롭다. 작가는 기생충을 제거하고 깃털을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모래 목욕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장면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 만족감에서 나오는 탄성처럼 고양이가 가르랑거리는듯한 소리를 낸다고 한다. 움푹 들어간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다. 우리가 외치는 카르페 디엠처럼. 
 우리가 여행을 하는 것처럼 새들도 여행을 한다. 철새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긴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극제비갈매기가 그렇다. 가는 데 1만 2000킬로미터, 오는데 1만 2000킬로미터, 6개월간의 발랑 생활까지 최대 9만 킬로미터를 이동한다. 평생 지구와 달 사이를 두 번 이상 왕복하는 거리를 움직이는 셈이다. (119쪽) 오죽하면 극제비갈매기를 두고 태양을 누구보다 가장 오래보는 새라고 표현했을까. 
 우리도 여행을 하고 오면 시야가 넓어지고 성숙해진다. 아마 새들이 여행하는 이유도 그럴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더 강하게 변화시킬 것이다. 나는 동안 잠도 부족하고 이탈하고 싶겠지만 인내를 배울 것이다. 새끼 극제비갈매기도 부모와 비행하는 동안 날개가 한층 강해질 것이다. 

홍혜향<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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