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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여백
  • 안산신문
  • 승인 2023.11.0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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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쓴 <파우스트>는 독일어로 쓰인 가장 중요한 문학작품 중 하나로, 독일 교양 자산의 핵심이자 인용의 보고서이다. 괴테는 <파우스트>를 60년간 쓰고 봉인해서 넣어 두었다고 한다. 2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파우스트는 시사성이 높다. <파우스트>는 패러디의 대상이기도 하고, 연극으로 연출되며, 음악으로 작곡되고, 희극으로 각색되는 등 항상 새로이 연구된다.
 학문에 의해 우주를 지배하는 원리를 규명하려던 파우스트는 지식의 무력함에 절망한 후,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자신의 영혼을 걸고 현세의 쾌락을 찾아 나선다. 순결한 소녀 그레트헨을 사랑하여 갖게 된다. 그의 오빠 발레틴을 죽인 후 그레트헨이 그의 어머니와 영아를 죽이는 죄를 범하게 만든다. 결국 사형을 당하게 되는 그레트헨을 버리고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에게 끌려간다.
 이 후 파우스트는 신성로마제국에 들어가 황제의 신임을 얻는다. 황천에서 고대 그리스 미녀 헬레네를 데려와 결혼하지만,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오이포리온이 추락사하자 헬레네가 황천으로 사라진다. 파우스트를 만족시켜 영혼을 빼앗으려는 메피스트펠레스는 그레트헨과 헬레네를 동원했으나 실패했다. 그것을 계기로 파우스트는 이상을 추구하게 된다. 미적 향락을 끝낸 파우스트는 무한에 대해 추구를 하며 다수의 행복을 위한 활동으로 나아간다. 결국 넓은 토지를 얻어 병이 널리 퍼진 그 땅을 매립하고 많은 사람이 일하며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든다. 비로소 인생의 의미를 찾은 파우스트가 순간을 향해 ‘멈추어라’라고 외치지만 악마와의 계약에 어긋나 죽게 된다. 그러나 파우스트의 '순간'은 진실하고 만인을 위한 상징적인 시간이었으므로 그의 영혼은 천사들에게 인도되어 천상으로 올라간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서 스스로 살아야 하는가? 혹은 인생의 마지막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파우스트의 인생 여정에 있다. 또한 <파우스트>를 번역한 독문학자 전영애 교수는 40년 동안 파우스트를 읽고 5년 동안 썼다고 한다. 이 위대한 작가와 그를 알리는 일에 일생을 건 사람, 모두 인간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그 목적을 실천한 분이다.
 괴테의 집은 못 가봤으나, 지난 주말 경기도 여주에 있는 ‘괴테의 집’을 다녀왔다. <파우스트>의 번역가 전영애 교수의 여백 서원에 ‘괴테의 집’을 지어서 개관한 것이다. 여백 서원의 단아하고 고풍스러운 한옥 옆에 괴테의 생가를 본떠서 ’괴테의 집’을 지었다. 2층짜리 괴테의 집은 200년 전 괴테가 살았던 집처럼 꾸며 놓고 괴테의 작품을 전시했다. <서동 시집> 초판본과 <파우스트> 초판본도 볼 수 있었다. 개관식에는 괴테의 서적으로 만든 ‘예술제본 전’도 열렸다.
 가난한 학자가 괴테의 마을을 꾸미고자 힘을 내고 이루기까지 수많은 역경을 겪었다고 한다. 전영애 교수는 자신의 것을 후학을 위해 모두 내어놓은 분이다. 40여 년간 공부하고 5년에 걸쳐 번역한 <파우스트>를 1개월 동안 읽고 이해하는 데 무척 힘이 들었다. 함께 간 독서 모임 회원들도 어렵다고 아우성이었다.
 파우스트에서 ‘자유와 생명은 날마다 싸워서 차지하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만한 값이 있는 것이다.’ 대가도 없이 주어진 하루를 허투루 보내는 나날에 대한 깊은 반성이 왔다. 남은 인생의 여백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오늘도 열심히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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