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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와 ‘은행’
  • 안산신문
  • 승인 2023.11.0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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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저희 교회 바로 옆에는 작은 공원이 하나 있습니다. 마로니에 나무가 많이 심겨 있어서, ‘마로니에 공원’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어느 가을날 공원을 산책하는데, ‘밤’ 열매 한 알이 떨어져 굴러가는 걸 봤습니다. 저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한 번도 가시가 돋친 밤송이를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올려다봐도 밤나무는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열매는 ‘밤’이 아니라, 바로 ‘마로니에’ 열매였습니다.
   마로니에 열매는 정말로 밤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꼭지가 없고, 조금 더 둥글둥글할 뿐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단단한 겉껍질을 까면, 안에 들어 있는 열매도 거의 똑같습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이 밤과 혼동하고 마로니에를 먹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위험한 행동입니다. 마로니에는 사포닌, 타닌 등을 함유하고 있어서, 인체에 독성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설사, 구토는 물론이고 심하면 호흡곤란까지 겪을 수 있습니다.
   저는 마로니에 열매를 보면서, 새삼 ‘분별’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겉모양이 닮았고, 열매의 색깔이 비슷하다고 같은 것이 아닙니다. 그 안에 어떤 성분이 들었는지에 따라서 우리에게 약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독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도 겉모습은 치장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삶의 열매도 꾸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내면에 감추어진 마음은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것에 따라서 상대방에게 큰 유익이 되기도 하고,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로니에 같은 사람을 잘 분별하고 조심해야 합니다.
   한편 우리가 가을에 쉽게 만날 수 있는 열매가 또 있습니다. 바로 ‘은행’입니다. 은행은 냄새가 고약해서 꺼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또한 은행 열매껍질에는 빌로볼과 은행산이 묻어있습니다. 이것이 눈과 피부에 들어가면 염증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은행 알맹이는 우리에게 유익을 줍니다. 적당량을 먹으면 혈액순환을 돕고, 혈관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만질 때 조심하기만 한다면, 은행은 건강에 큰 도움이 됩니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는 ‘은행’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 이 사람들은, ‘나와는 맞지 않아!’라는 느낌을 줍니다. 사람이 서로 달라서 상대적이지만, 성격이나 성향의 차이로 가까이하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은행’ 같은 사람들은 내면에 보물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어 대하고, 세심하게 배려한다면 이 보물은 큰 선물이 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마로니에’ 같은 사람인가요? 아니면 ‘은행’ 같은 사람인가요? 저는 이것이 우리 내면의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마로니에처럼 겉은 그럴듯하지만, 속에 독을 품고 살아서는 안 됩니다. 겉은 화려하지 않아도, 오히려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 진짜 믿을 만한 사람입니다.
   사실 우리는 다 ‘은행’과 가까운 것 같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부족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흠 없고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 때문에 서로에게 실망과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모두 내면에 보물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 보물을 볼 때입니다.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존중한다면, 우리 사회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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