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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을 열면서
  • 안산신문
  • 승인 2023.12.0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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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산과 들에 내려앉은 겨울 모습이 산수화 같다. 봄부터 가을 동안 제 할 일 다 하고, 짐 다 털어낸 나무들이 부럽다. 나에게는 아직도 털어내야 할 일상의 소소함이 너무 많은데….
추수를 끝낸 논마다 ‘곤포볏짚사일리지’가 허허롭게 누워있다. 논마다 벼를 거둬들이기까지 농부들은 얼마나 많은 구슬땀을 흘렸을까? 나는 1년 내내 어떤 목표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을까? 올 한 해도 바람 부는 대로 물 흐르는 대로 보낸 것 같아 12월 달력 보기가 민망스럽다.
1월 첫날 일출을 보며 맹세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점검해보다가 포기하고 만다. 제대로 결실을 이룬 게 없다.
한해를 마감하는 12월이 되면, 우리는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다. 거리에는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 행사가 시작되고,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등장했다. 지자체마다 사랑의 온도탑도 속속 설치되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향한 작은 배려가 따뜻한 세상으로 가는 디딤돌인 줄 알지만, 고물가 고금리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삶이 참 팍팍하다.
그래도 이맘때가 되면 생각나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보낼 연하장 사러 가는 길은 행복이 넘친다. 친구들은 마지막 몇 남지 않은 원시인 혹은 아날로그인이라 놀려대지만, 아직도 휴대전화로 띄우는 연하장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연하장을 사러 우체국에 들렀다. 깜짝 놀랄 일, 작년까지만 해도 분명 우체국에서 샀는데 올해는 팔지 않는 것이었다. 우체국 본점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체국 본점에서도 연하장 구입이 쉽지 않았다. 소량 판매는 현금거래이고 다량으로 구입해야 카드 결재가 된다는 해괴한 판매방식이었다. 팸플릿에서 마음에 드는 연하장을 고르자, 이번에는 인터넷 판매에 자리를 뺏겨 본점까지 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편하게 인터넷 구입을 권하는 것이었다. 가까운 은행 단말기에서 현금을 빼서야 연하장을 사는 데 겨우 성공했다. 성공의 기쁨보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고마운 인연을 떠올리며 우체국까지 걷는 길도 이제는 추억 속으로 묻혀야 할 것인가? 돌아오는 길 마음이 분분했다. 연하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버린 게 분명 큰 이유일 것이다. 10장의 연하장을 샀지만, 늘 보냈던 사람들에게 다 보내지 못한다. 그사이 또 한 분이 유명을 달리했다.
며칠 후면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할 것이다. 어떤 사자성어가 나올 것인지 뻔하다. 지난해 교수신문이 선택한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였다. 잘못하고서도 고치지 않고, 오로지 정쟁과 권력 다툼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의 작태를 겨냥한 말이었다. 기가 막힌 우리의 현실이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으니 그들에게 민생은 물 건너갔고, 힘든 것은 세금만 죽살이치게 내는 국민 몫이다. 이제야 울산시장 선거 개입 피의자들에게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무려 3년 10개월 만이었다. 그야말로 썩고 썩은 정치판이다. 그사이 시장은 임기 다 채우고 떠났다. 연루된 국회의원은 가시 면류관을 쓴 기분이라며 오히려 뻔뻔하게 막말을 하고 있다. 어디 이들뿐이랴, 책 출간 기념회를 열며 저들끼리 막말을 주고받으며 시시덕거리는 모습은 정말로 보기 역겹다. 암컷이란 여성 비하말이 나오더니 한 원로 신부는 출판기념회에서 방울 달린 남자들이 여자만도 못하다라는 말을 쏟아냈다. 하긴 그 사제단체에서는 현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비행기 사고로 죽길 바란 신부도 있었는데 무슨 말인들 못할까?
거대 야당은 툭하면 탄핵을 외쳐대고 있다. 당 대표는 법원 출입으로 엄청 바쁘고 그사이 삐걱삐걱 파열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여당은 혁신위원회까지 만들며 선거판을 바꾸겠다기에 기대했더니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총선 전까지 정치인들의 막말은 끝이 없을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나락에 떨어뜨려야 한다. 다시는 정치판에 나오지 못하도록 국민이 선거로 탄핵을 시켜야 한다. 내년 이맘때 사자성어는 ‘추풍낙엽’이 되지 않을까?
평소 나뭇잎에 가려 보이지 않던 까치집에서 따스함이 흘러나온다. 나와 인연을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얼마나 따스함을 주었을까? 헐벗은 나무, 내년 싹을 틔울 땅속의 씨앗의 마음을 떠올리며 12월엔 조용히 반성과 성찰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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