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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천천히
  • 안산신문
  • 승인 2023.12.1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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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요즘 젊은이들을 가리켜 ‘5포세대’라고 부릅니다. 연애와 결혼, 출산과 대인관계 그리고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한 세대라는 뜻입니다. 왜 포기할까요? 삶이 너무 팍팍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가까이하는 이십 대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삶에 여유가 없으니까,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삶의 성찰까지도 포기하고 마는 것입니다. 오히려 사십 대들이 책을 더 가까이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청년들이 겪고 있는 삶의 고단함은 잠깐의 사색도 허용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바로 ‘카드뉴스’입니다. 이미지 중심에 짧은 텍스트가 결합된 카드 형태의 뉴스! 언젠가부터 언론마다 이런 카드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왜 카드뉴스가 인기가 많을까요? 젊은이들이 빽빽하게 글씨가 들어 찬 종이책은 고사하고, 심지어 인터넷 뉴스기사를 읽는 것도 이젠 번거롭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낸다는 자체가 젊은 세대들에게는 부담스러울 만도 합니다.
  그렇지만 책을 읽는 것은 중요합니다. 왜 그럴까요?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인스턴트 메시지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작가의 정성이 담긴 좋은 글귀 하나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느낄 수 없었던 희망과 위로를 발견합니다. 또 손으로 책을 넘기면서 느껴지는 책 냄새에서, 우리는 일상을 벗어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데 이런 책 읽는 즐거움과 매력을 다시 찾아가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요즘 독서 문화 중에 떠오르는 것이 바로 ‘슬로리딩’입니다. 어떤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두 세 시간 정도 책 한 권을 읽는 문화를 가리키는 ‘슬로리딩!’ 예를 들어, 늘 손에서 놓지 않던 휴대전화도 꺼두고, 책 읽기에만 몰두하는 겁니다. 그래서 도서관에는 휴대전화를 맡기고 책 읽기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슬로리딩’ 구역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슬로리딩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에게는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이라도 온전히 다른 세상에 갔다 올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모닥불을 모면서 멍때리는 ‘불멍’, 또 어떤 분은 물을 보면서 멍때리는 ‘물멍’을 시도합니다. 그것도 안 되면, 유튜브에 나오는 불이나 물을 보면서, 혹은 유튜브의 음악을 들으면서 멍때리기를 합니다. 물론 ‘바쁜데 무슨 멍때리기냐?’ 그러시겠지만, 전문가들은 그런 마음의 환기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제안하고 싶습니다. 매일 일부로라도 시간을 내서, 진지하게 ‘슬로리딩’해보면 어떨까요? 그때만큼은 휴대전화, 텔레비전, 라디오 등을 모두 끄고, 책에만 집중하면 어떨까요? 각 가정마다 슬로리딩 구역을 정해서 휴대전화를 반납하는 수고까지 있어도 좋을 것입니다. 글자 하나하나에 담긴 작가의 깊은 성찰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날 것이고 고단한 영혼이 회복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연말입니다.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때가 왔습니다. 삶이 바빠도 때로는 천천히, 또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면서, 한 해를 멋지게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잘 맞이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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