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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 안산신문
  • 승인 2023.12.2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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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급격히 날씨가 추워졌다. 겨울의 추위는 당연하지만, 지구온난화가 실감 나게 따스한 날을 보내다가 호된 추위를 만났다. 그러나 연말이어서 많은 행사에 초대된다. 행사당사자들은 참가자들을 위해 작은 선물을 마련한 곳이 많았다. 작은 선물이 마음을 따뜻하게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딱히 필요 없는 선물도 많았다.
 오 헨리의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의 감동처럼 내용물보다 마음 씀씀이가 빛나는 때가 바로 한 해를 보내는 이맘때가 아닐까. 백화점이나 시청 앞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마음을 들뜨게 한다. 세밑을 맞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 그것은 사랑이고 정성이다.
 아파트 앞 네거리 한쪽에 해마다 12월만 되면 구세군 자선냄비가 있었다. 지나다가 한 해 3~4번은 현금을 넣었다. 종교와 이념을 떠나 이름을 남기지 않는 작은 정성을 담은 마음이었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우리 사회의 생존과 건강한 삶을 이루는데, 어려움을 겪는 가장 취약한 계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일곱 가지 나눔 영역을 통해 진행되는 구세군 자선냄비 나눔 사업은 우리 사회의 취약하고 소외된 이웃들의 삶에 주요한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올해는 그 자리에 낯선 단체에서 성금을 모으고 있었다. 한 번은 성금을 넣긴 했지만, 왠지 믿음이 가지 않았다. 선물하는 조그만 정성에도 낯을 가리나 보다.
 문학회 봉사 모임에서도 송년회를 했다. 10여 명이 상한 금액을 정해서 선물을 한 개씩 준비해오면 그중에서 뽑아서 가지는 것이다. 한 친구는 손수 뜬 수세미와 장갑을 준비했다. 나는 그것을 뽑았다. 그녀가 떠 준 수세미는 너무 고급져서 장식용으로 걸어 두고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하얀 장갑은 깨끗해서 자주 사용하기가 아깝다.
 수제 막걸리, 수제 효소와 수제 차도 있었다. 모두 심사숙고하고 정성을 들여 선물을 준비했다. 상품권으로 준비한 친구도 있었다. 우리는 정성없이 웬 돈질이냐고 소리를 질렀지만, 사실은 그것을 제일 선호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딱히 기념될만한 선물을 살만한 것도 없고 사더라도 친구가 준 정성이 안 보였다. 나는 『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글·티모테 드 퐁벨, 그림· 이렌 보나시나) 그림책과 그 책을 세워 둘만 한 독서대를 준비했다. 나는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이 책을 진열해 두고 아껴서 본다. 읽을 때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내용과 그림이다. 물론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양장본의 두껍고 큰 그림책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책을 선물하고 싶었다.
 얼마 전에는 귀향한 남편 친구가 김장김치와 참기름을 보내왔다. 또 한 친구는 사과와 마를 보내주었다. 제주도에 연고를 둔 세 명의 지인은 감귤을 한 상자씩 보내왔다. 정성이 담긴 선물로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나는 어떤 마음으로 화답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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