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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소중한 선물, 청첩장
  • 안산신문
  • 승인 2023.12.2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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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한 해가 저물어간다.
그동안 스쳐 간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좋은 일, 슬펐던 일, 화나는 일 등등 떠올리며 말 한마디에 돌아선 지인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보낸다. 한 시간이 넘어서야 끝났다. 얼마나 지인이 가슴에 서운함을 안겨주었을까 후회로 가슴이 쿵쿵 뛴다.
그러다 문득 올 한 해 내가 받은 것 중 제일 좋은 것은 무엇일까? 메모장에 죽 나열해나가다가 최근에 받은 선물에 밑줄을 긋는다. 고향 친구가 보낸 청첩장이다. 부모 속을 엔간히도 썩이던 아들 녀석이 장가를 간다는 종이 청첩장이다. 게다가 청첩장은 인쇄된 것이 아니고 연하장 식으로 손수 만들어 또박또박 아들 녀석이 쓴 것이었다.
‘저 늦은 나이에 장가를 가게 되었어요. 아버지처럼 생각되는 분들에게만 보냅니다.”
부모 속을 무척이나 찢어놓던 녀석이었다. 회사에 취직을 시켜주면 몇 달 되지 않아 뛰쳐나왔다. 가게를 차려주면 다른 곳에 신경 써 반년도 채 가지 않아 털어먹는 식이었다. 아버지는 내게 아들 녀석을 어떻게든 돌아오게끔 부탁을 하곤 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장이어서 내 말은 듣지 않을까 하는 기우심 때문이었다. 때로는 따끔하게 때로는 잔잔하게 녀석의 마음을 다독여가며 돌아오길 기다렸지만 허사였다. 그때뿐이었다.
명절에는 들리던 녀석이 부모의 입에서 나온 “네 친구들은 벌써 장가가고 애들까지 다 컸는데 넌 언제 갈려는 거냐?”라는 소리에 발길까지 끊었던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이 장가를 간다니 얼마나 큰 뉴스거리일까? 얼마나 집안의 큰 경사일까? 아버지의 벌어진 입은 다물어질 줄 몰랐다.
“늦은 나이에도 자식을 낳는다고 하니 이 얼마나 나라에 애국하는 길인가!”
하긴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것보다 더 크게 애국하는 길은 없을 것이다. 지자체마다 작은 결혼식을 장려하고 있다. 고비용 결혼문화를 개선하고 합리적인 결혼식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자체는 장소 제공은 물론 결혼식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결혼 기획사와 업무협약까지 맺어 예비 신랑신부를 돕고 있다. 교회에서도 어려운 예비 신랑신랑들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좋은 일이다.
결혼하는 젊은이들과 자녀를 낳는 부모에게 지자체마다 지원금을 주고 있다. 그러나 임시방편책에 지나지 않는다. 보다 더욱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
14일 통계청이 ‘2022∼2072년 장래인구추계’를 내놓았다. 기쁨보다는 슬픈 통계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5167만 명으로 추산된 우리나라의 인구는 2050년 4711만 명으로, 2072년에는 3622만 명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암울한 통계였다.
출산율은 지난해 0.78명에서 2025년 0.65명까지 추락한 뒤에 조금씩 상승하지만, 그것도 잠깐에 불과하다. 2072년에도 고작 1.08명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595만 명이었던 유소년 인구는 2072년엔 238만 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을 포괄하는 학령인구는 750만 명에서 337만 명까지 감소하고, 특히 초등학생 수는 앞으로 7년간 100만 명이나 줄어든다고 한다. 2023년 261만 명에서 2030년 161만 명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내리막길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가 빠르게 고령화돼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지난해 17.4%에서 2030년 25.3%, 2050년 40.1%로 높아지고 2072년에는 47.7%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쉽게 말하면 50년 후엔 63세가 국민 ‘중간나이’가 된다니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 다가오고 있다. 정말 무서운 일이다.
  22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내놓았다. 일과 육아 병행의 어려움, 주택 마련의 어려움,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 등의 순이었다. 이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비법을 정부는 획기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젊은이들이 마음 놓고 결혼할 수 있는 자리를 깔아주어야 한다. 내년은 용의 해, 그것도 청룡의 해이다. 힘차고 진취적인 청룡은 신화에 자주 나오는 상징적 동물이다. 청룡의 해에는 종이 청첩장이든 모마일 청첩장이든 결혼 홍수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대통령의 신년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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