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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자격
  • 안산신문
  • 승인 2024.05.1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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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어버이날을 앞두고 원로 문인들을 모시고 식사 자리를 마련하려고 했다. 나는 이 원로의 자리에 왜 초대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사람이 있었다. 그 표현에 놀랐다. 스스로 원로의 자격이 있는지 생각을 해보고 좀 더 신중한 표현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어떤 단체에서의 원로의 조건이란 객관적인 나이와 경험과 공로를 말할 것이다. 경험과 공로는 객관화보다는 주관적이기 쉽다.
 원로라는 말은 한 가지 일에 오래 종사하여 경험과 공로가 많은 사람을 말한다. 단지 나이만 많다고 원로는 아니다. 오랜 경험과 공적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든다. 아무리 경험이 많고 공로가 커도 인품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면 원로라고 할 수 없다. 나이와는 상관없다. 나이가 많다고 다 원로라면 우리나라의 노인은 모두 원로여야 한다. 물론 노인의 삶이 원로가 아닌 것은 아니다. 객관적인 판단과 주관적인 견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원로원의 기원은 초기 왕정 때 로마의 왕(rex)에게 조언을 해주던 부족 장로들의 모임으로 본다. 그래서 노인들의 모임인 senatus라는 이름이 붙었다. 처음에는 이름 그대로 '원로'원이었다. 왕에게 조언하는 지도급 원로들의 회의체로 씨족 지도자들의 회의체 개념이었고, 왕은 그들 중 한 명이었다. 왕정 체제 후 왕의 권한이 증대되면서 순수 자문회의가 되었다가 공화정 아래에서 갈수록 권력과 영향력이 커지게 됐다. 
 결국 공화정 시대에 접어든 이후 생긴 아주 오래된 명예직이다. 그 뜻은 직역 그대로 ‘원로원 내 제1인자’, ‘원로원 내 으뜸’을 뜻한다. 로마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긴 권위, 명예, 자유를 상징하는 명예직인 만큼, 원로원 안에서 인기가 많다고 해서 누구나 오를 수 없는 직위로 평가받았다.
 원로원의 원로란 철학과 정치력이 뛰어났기에 왕정 시대에는 대우받았다. 현재는 어떤 분야에서 공헌이 많은 사람을 원로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그 분야에서 얼마만큼 공헌했느냐에 따라 자기 스스로 원로라고 칭해도 된다. 다만 모두가 인정해줘야지 혼자서 잘난 척하는 노인을 꼰대라 칭하고, 그런 사람의 참견을 간섭이라며 배척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삶의 통찰력을 가진 현자를 도인 또는 도사라고 부른다. 흔히 속세를 벗어나 산속에 기거하면 도인이라 칭하고 현세에 살고 있으면 도사라 칭한다. 통찰력이 있고 지혜롭다면 우리도 모두 도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노인의 지혜를 빌리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가 빠르게 노령화에 진입하여 노인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옛날에는 노인의 지혜와 경험을 공유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노인을 잉여로 취급하고 있다. 아무리 사회보장제도가 완벽해도 그것을 스스로 건강관리 어른을 존경하고 어른의 경험을 중시하는 사회는 건강하다.
 2년 뒤면 나도 국가에서 정한 노인의 범주에 들어간다. 마음과 달리 몸은 이미 노인의 나이로 접어들었다. 아무리 열심히 운동하고 자기 단련을 해도 20대 젊은이처럼 건강하고 똑똑한 두뇌는 전혀 아니다. 그렇다고 통찰력이 특출하지도 지혜와 경험도 뛰어나지 않다. 젊은이에게 조언해 줄 능력도 없다. 어른이 어른답게 살 세상은 점점 좁아진다.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에 적응하는 길은 원로라고 대우해 주길 바라지 말고 스스로 개척해야 할 것이다. 어른 노릇 하기 힘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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