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제도의 역사는 매우 길다. 이미 기원전 28세기경 함무라비법전이나 로마의 시민법에서 그 기원을 찾아 볼 수 있고 우리도 삼국시대까지 그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는 황제들이 입양한 자식에게 제위를 물려주는 일이 매우 흔한 일이었다. 5현제 시대의 중흥은 이런 개방적인 사회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입양제도를 완전한 의미에서 아동의 궁극적인 복지 및 안전을 위해 관심을 갖고 노력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과거의 입양이란 사실상 성인의 욕구충족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가계 유지, 제사 계속성 등이 그러한 사례들이다. 하지만 현재의 아동의 권리차원에서 입양이 진행되고 있다.
(#file1#)우리나라의 입양의 역사는 해외입양의 역사다. 그리고 사회적인 상황을 반영했다. 5~60년대에는 혼혈아나 전쟁고아, 6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는 가난한 가정의 3째나 넷째, 90년 이후부터는 미혼모아이를 입양하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잠시 해외입양이 중단된 적이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때 정부가 ‘고아 수출국’이라는 북한 등의 비난을 우려해 해외 입양금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조치였다. 국내입양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무리한 결정이었고 얼마가지 않아서 슬그머니 허용한다.
우리의 국내입양은 1957년 1명을 시작으로 1979년 1천1백16명을 기록, 최고점을 찍은 후 점차 줄어 현재는 연간 5백여명 남짓에 머물고 있다. 많이 나아졌지만 한국인들은 아직까지 순혈주의에 빠져 입양을 창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최근에 미국인 홀트씨가 설립하여 우리나라 해외입양의 대표적 기관이 된 홀트 아동복지회가 이제 50돌을 맞이했다. 1955년 8명의 입양아를 자신에게 입양한 후 시작된 우리나라 해외 입양의 역사도 50년이 된 셈이다. 지금까지 9만5천여명을 입양했으니 입양의 절반을 이기관이 맡은 것이고 산증인이 되는 셈이다.
아무튼 국민소득 1만달러 이상의 국가 중에 해외입양을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특히 그중에 장애아동은 2천6백42명중에 2.3%인 59명을 제외하고는 전부가 해외에 입양되었다. 입양아에 장애아라는 중층적인 어려움에 대한 우리사회 편견을 보여주는 지표다. 무엇보다도 해외입양을 최소화하고 국내입양을 권장하는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외국아동을 입양하는 나라가 될 정도의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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